왜 나는 손이 빨갛게 될 정도로 벽을 쳤을까

반응형

"부탁이야, 제발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의 나를 돌려줘."


 충격적인 고백은 아니지만, 살짝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분노 조절 장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종종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살의와 폭력을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 집과 학교, 비참한 일상이 되풀이되는 집과 학교에서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종종 하늘을 바라보며 고래고래 고함을 쳤고, 손등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내 방과 갖은 콘크리트 벽을 쳤었다. 지금도 내 오른손에는 그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집게 손가락은 그때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굽혀지지도 않는다. 젠장! 빌어먹을 정도로 바보 같은 행동이지만, 나는 그렇게 했다.


 내가 애니메이션과 책을 좋아하는 일도 당연한 수순였다. 애니메이션과 책은 내가 이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 나만이 있는 세계에서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해주었다. 꿈도, 웃음도, 행복도, 맛있는 음식도 모두 애니메이션과 책에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애니메이션과 책을 아직도 좋아한다.


 단순히 내가 애니메이션과 책을 보며 '나를 돌아보는 연습'을 하지 않고,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도 나는 그때 그 시절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거다.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얼마나 빌어먹을 일인가!


나를 돌려줘, ⓒ노지


 서평 이벤트를 통해 우연히 만난 책 <나를 돌려줘>는 책을 읽는 내내 10대 시절의 내 삶을 떠올리게 했다. 책의 주인공 제럴드가 한 명의 잘못된 엄마와 한 명의 잘못된 누나와 편집된 TV 프로그램을 있는 그대로 믿는 멍청한 시청자 때문에 얼마나 험난한 길을 통해 '자기 인생'을 찾았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제럴드의 시선으로 빌어먹을 세상에 화를 내도록 했다. 단순히 내가 미칠 것 같은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제럴드처럼 다른 사람에 의해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인생을 '나'가 되어 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가 몰입할 수 있다.


 소설 <나를 돌려줘>는 한 아이의 거친 성장 이야기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특히 요즘처럼 무의식적으로 흡수하게 되는 미디어의 다양한 악영향에 정면으로 비판적으로 시선을 던지는 작품이다.' 하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의 편견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고물상의 딸로는 하루도 더 견디지 못할 것 같아. 난 그냥 한나가 되고 싶어. 너도 텔레비전에 나온 꼬마가 아니라 제럴드가 되길 바랄게. 어쨌든, 생일 축하해. 넌 내 최고의 친구야. 난 네가 이상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걸 확신하니까. _한나 (p262)


 제럴드는 엄마와 타샤 누나의 욕심으로 불행했지만, 그의 아픔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리지 누나와 말을 들어주는 아빠가 있어 숨 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한나를 만나 비로소 제럴드가 될 수 있었고, 우스꽝스러운 잘못된 세계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향해 걸어갈 수 있었다.



 소설 <나를 돌려줘>는 그런 이야기였다. 한 명의 소년이 왜 똥을 싸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해야 했는지, 왜 벽을 쳐야만 했고, 왜 저능아 취급을 받아야만 했는가. 거기에는 어긋난 한 엄마의 잘못된 사랑과 보이는 것만 믿었던 타인과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던 소년이 비로소 진실을 깨닫는 이야기다.


 나는 이 책을 이번 여름 방학을 맞아 독후감을 써야 하는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고, 여름 방학을 맞아 독서 계획을 세우는 모든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고,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제법 페이지가 두꺼운 성장 소설이지만, 책은 언제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력을 가졌다.


 아직도 나는 종종 나만의 세계에서 상상하는 일을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한다. 문득, 나도 모르게 내가 생각하던 일의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어릴 적에 빌어먹을 정도로 괴롭혔던 녀석들에 대한 욕이 나오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젠장, 빌어먹을! 도대체 세상은 왜 이따위야!" 하고 소리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진정제(항우울제)에 의존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분노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동을 통해서 지식 욕구와 창작 욕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뛰어난 문장을 가진 작가가 되지 못하고, 전문가처럼 냉철한 분석도 하지 못하지만, 이 일을 할 때 나는 '오늘, 여기서, 나로' 살 수 있다.


 그것으로 멋진 일이다. 빈손으로 시작한 이 일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다줄지 아직 모른다. 마냥 긍정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고- 주변 사람은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시청자를 신경 쓰는 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직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산다고 생각한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