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타는 갈증을 축이고자 책을 읽는다

반응형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북' 그 열 번째 이야기


 달력이 7월을 가리키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날씨가 무섭게 더워지고 있다. 잠깐 산책을 하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어도 여름 특유의 습기로 답답함을 느껴 '아, 도대체 가을은 언제 오는 거야!'는 마음을 품게 된다.


 여름의 더위를 잊기 위해서 선풍기의 전원을 넣어 강풍 버튼을 누르고, 에어컨의 온도 설정을 25도로 맞추는 일은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선택이다. 그런데 올해 우리가 이렇게 에어컨을 계속 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리면, 내년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 더운 여름 더위가 우리를 습격한다,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나 하나 에어컨 안 튼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며 무신경하게 에어컨의 전원을 누른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와 이 글을 쓰는 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 차를 타면 '에어컨 좀 틀자.'는 말부터 먼저 나오니까.


 그래서 여름은 무섭다. 사람의 욕심을 누리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는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여름이 가져오는 타는 듯한 더위와 목마름은 도저히 이겨낼 방법이 없다. 오늘도 시원한 팥빙수를 떠올리면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더워!' 하고 지내는 모습이 조금 우습기도?


여름엔 역시 팥빙수죠!, ⓒ노지


 그런데 나는 여름의 더위가 가져오는 갈증보다 책을 읽고 싶은 갈증이 더 타는 것 같다.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 그래도 오늘은 이 책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라며 책을 읽고 느낀 여러 생각을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아이패드로 글을 쓰는 일로 그 목마름을 축이고 있다.


 책을 읽는 일은 단순히 즐거운 일,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책을 읽을 때는 무리해서 에어컨을 작동시킬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적당한 빛이 들어오는 내 방의 책상에 앉아 선풍기 한 대만 틀면, 금세 책에 몰입해서 더위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은 확실히 시원하기는 하지만, 머리를 멍하게 하는 좋지 않은 바람을 내기에 자연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가 독서를 하는 데에는 훨씬 낫다. 그래서 나는 여름이 되면 평소보다 더 많은 책을 책상에 쌓아두고, 한 권씩 읽기 시작한다. 여름의 타는 목마름을 축이고자 책을 읽는 거다.


 오늘은 그렇게 읽은 책 중 땡스북 서포터즈 활동으로 만난 <땡스북 10호>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땡스북 10호>를 읽은 날도 상당히 더운 날이었지만, 선풍기를 미풍으로 틀어 놓아도 괜찮을 정도로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땡스북 10호, ⓒ노지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었습니다, ⓒ노지


 <땡스북>은 '땡스기브'에서 두 달 간격으로 발행하는 매거진으로, 어디까지 '책'을 중심으로 하여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거진이다. 이번 <땡스북 10호>에서는 현장 체험 학습을 그동안 우리가 접근했던 방식과 다르게 진짜 현장 체험 학습으로 하며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사례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눈이 갔던 몇 가지 이야기 중 하나는 현재 많은 성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컬러링 북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컬러링 북은 우리가 어릴 때 한 번 정도 해보았을 색칠하기 공부와 비슷한 책인데, 현대인이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성인이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컬러링 북을 보는 홍윤선 씨는 이런 컬러링 북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효과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우리가 다른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컬러링 북으로 하는 수동적 고립은 진통제와 같은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여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왜 나에게는 힘든 일이나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 함께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눌 상대방이 없을까? 말하기도 주저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듣기도 힘겹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인격적인 관계가 이다지도 힘들까? 모두 무언가에 집중하여 상황을 외면하기 바쁘다. 온종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매달려 있는 청년들이나, 쿠키런에 정신 팔린 아이들이나, 컬러링북 색칠놀이에 열중하는 어른들까지 스스로 선택한 수동적 고립행위로 자신의 외로움을 드러낸다. (p16)


땡스북 10호, ⓒ노지


 개인적으로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이기적 유전자는 없어도 이기적 부모는 있습니다'의 제목을 가진 글이었다. 어떤 한 어머니의 고민에 답을 해주는 독서 토론 교사 윤춘이 씨의 글은 글을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면서 몇 가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보통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하지만, 막상 아이의 시선에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어른의 시선으로 결정하는 일이 잦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널 위해 이렇게 했는데, 왜 해주지 않는 거니?'라며 속상해하고, 아이는 '엄마는 날 알아주지 않아.'라며 아파한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조금만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를 다르게 해주면 우리는 좀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없어도 이기적 부모는 있습니다' 글에서 그 핵심을 나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길이 제법 길어 다 옮기지 못하지만,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아이에게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기로 해요. 옆집 아이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하고, 앞집 아이처럼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누구네 아이처럼 책을 수만 권을 읽어야만 내 자식이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는 아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와 나를 부모로 만들어주었을 때도 그 아이를 사랑했고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뒤집기만 해도, 어설픈 발음으로 '엄마'라고 불렀을 때의 그 흥분이란! 아이가 무언가 성과를 냈기 때문이 아니었음을 기억해 보세요.


… (중략) 우리 역시 열등감도 많았고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우리를 믿어주는 부모님 덕에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지 않았나요? 우리 아이들은 아마 우리보다 더 잘해낼 것입니다. 단 부모가 극성을 부리면 부릴수록 아이가 멀어져만 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p67)


땡스북 10호, ⓒ노지


 그리고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땡스북 10호>를 넘기면서 10권의 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놀이터 생각> 책을 소개하는 '땡스기브 생각' 부분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놀이터와 놀이를 두고, 아이와 어른이 어떻게 접근하는지 시선의 차이를 보여준 이야기였다.


 한국에서 많은 청소년에게 책 읽기가 '놀이'가 아니라 '공부'로 자리를 잡은 이유는 우리 어른이 아이에게 책을 언제나 의무로 접하게 했기 때문이다. 종종 엄마는 '네가 읽고 싶어 해서 책을 사줬는데, 왜 책을 안 읽어!' 하고 나무라지만, 알고 보면 아이가 원했던 건 책의 그림일 수도 있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술을 마시는 일이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어른보다 훨씬 더 잘 놀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땡스기브 생각' 글을 통해 읽을 수 있었는데, 상당히 다른 각도에서 일상 소재에 접근했던 글이라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저학년 학부모는 아이를 몇 시간 동안 '놀려야' 좋은지, 고학년 학부모는 어른 없이 아이들끼리만 '놀려도' 좋은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노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전제 조건을 달고 대화가 흘러가겠지만 정작 그 이야기 속에 아이들은 없다.

한번은 결혼한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가는 길에 친구 자녀를 '위한' 장난감 하나를 샀다. 화려한 색깔에 건반을 누르면 멜로디가 나오며 반짝 반짝 불이 켜지는 피아노 장난감이었다. 아이가 선물을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정작 아이는 아빠가 던져 준 조그만한 박스 하나만으로도 한 시간동안 즐겁게 노는 게 아닌가. 박스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박스를 자신만의 세계로 만들었다.

우리는 나이와 상황에 맞는 적합한 놀이대상과 방법이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 사는 아이들'에게 놀이공간과 도구를 한정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을 '잘 놀리는' 방법이다.

그러다 보면 '잘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돈을 사용하지 않고선 놀 줄 모르는 어른들이 한 수 배울지도 모를 일이다. (p71)



 <땡스북> 매거진은 문화에 대한 접근, 그리고 똑같은 책으로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땡스북 서포터즈의 생각 등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볼 기회가 있는 글들이 많다. 특히 몇 개의 글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어떤 문제에 관해 접근해보고,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땡스북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고 쓴 서평이 요약되어 <땡스북 10호>에 실린 것을 보는 일도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같은 책을 읽었으면서도 사람에 따라 다른 각도로 보고, 늘 쓰던 단어가 아니라 다른 단어로 쓰인 글을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오늘 <땡스북 10호>를 읽다 보니 정말 땡스북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이런 좋은 책과 글을 만날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면서 넋 놓고 있는 것보다 작은 선풍기 한 개를 틀어놓고,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일이 가장 현명하게 여름을 이겨내는 방법인 것 같다.


 아직 남은 날이 더 많은 여름, 책에 대한 타는 갈증은 앞으로도 내가 더 많은 책을 찾게 할 것이다. 7월에만 벌써 10권에 이르는 책을 구매했는데, 이 책을 깊이 맛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더운 여름도 금세 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시 책을 읽는 즐거움은 내 삶의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즐거움이다.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