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디지털 세상의 불편한 진실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6. 19. 07:30
디지털 치매,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우리는 하루 24시간으로 설정된 '오늘'이라는 시간 동안 과연 몇 시간이나 미디어를 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TV, 인터넷, 소셜미디어, 신문, 책 등 다양한 미디어 속에 자신을 노출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가 나오고 나서 우리는 '종이'보다 '디지털'에 더 익숙해졌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더 손쉽게 디지털 미디어에 우리가 중독되게 했고,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가 쉽게 손을 댈 수 없는 금칙 정보에도 손을 뻗게 하였다. 이미 많은 10대 청소년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의 검색을 통해 유해 성인물을 접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단순히 우리가 특정 정보에 쉽게 접근하는 데에 도움을 받아 긍정적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면 이외로 부정적 영향도 크게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디지털 치매'이지 않을까?
차량 운전자가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지도를 보는 능력이 감소한 사례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탑재한 차량을 가지고 운전하는 사람 중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자신의 직장과 집을 찾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바보 같은!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내 집도 못 찾는다니!' 하면서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비게이션을 끄고 언제나 달리는 도로를 달리더라도 사람은 자신이 가는 길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특히 도로가 복잡한 곳에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했더라?' 하면서 망설이기 마련이다.
내비게이션의 영향으로 지도를 보는 능력이 감소한 사례는 아주 평범한 것 같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좀 더 무서운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디지털 미디어로 정보를 습득하는 우리의 뇌가 기억하는 능력이 무뎌지고 있다는 비밀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디지털 치매'라고 말한다.
디지털 치매, ⓒ노지
아는 형의 추천으로 우연히 읽게 된 책 <디지털 치매>는 우리가 겪는 그 현상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책이었다. 뇌 과학자인 저자가 말하는 이야기는 다소 전문적 지식을 풀이하는 경향이 짙어 책을 편하게 읽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책의 내용 자체는 한 번 읽기 좋은 내용이라 열심히 읽었다!
책의 저자는 '디지털 미디어의 긍정적인 영향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없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자료들은 수없이 많다.'라며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힘주어 말한다. 그가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례를 가지고 뇌 과학으로 접근하는 이야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전문적 지식을 풀이하는 경향이 짙었고, 책을 즐겁게 읽기보다 자료를 정리해서 어떤 발표 자료를 작성하는 데에 딱 알맞은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책을 읽게 된다면, 나처럼 장마다 저자가 정리한 '결론'을 먼저 읽어보고, 앞의 근거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디지털 치매, ⓒ노지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 다소 올바른 독서법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알고 싶은 내용임에도 책을 읽기가 어려울 때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읽은 <디지털 치매> 책에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가 갔던 부분은 디지털 미디어가 아이 성장과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다.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진 익명성은, 청소년들이 과거에는 사회의 통제가 무서워서 감히 하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부추기고 있다. 그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괴롭힘과 들볶음, 강요, 비방이다. 예전에는 집단 따돌림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는데, 요즘에는 네트워크상에서 이러한 일이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영어를 그대로 차용한 사이버 모빙(Cyber Mobbing) 또는 간단하게 모빙(Mobbing)이라고 칭하는 단어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가해자는 약자를 괴롭히는 폭군이라는 뜻의 불리(Bully)라고 칭해지며, 그러한 행위는 불링(bullyin)이라고 한다. (p129)
윗글은 인터넷상에서 익명성을 이용해서 벌어지는 문제를 지적한 글이다. 우리에게 이 문제는 낯선 문제가 아니다. 이미 한국은 사이버 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라 해결책이 시급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같은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는 그 유해성이 심각하다.
또 일베 회원이 분노할 수 있으므로 다시 정리해보자. 비단 일베 같은 사이트만 그런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에서 익명성을 이용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는 어디서나 부정적인 영향이 함께 따라다닌다. 디지털 미디어의 특수성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해야 한다.
한번 깊이 생각해보라. 이런 어린이들은 직접적인 사회적 접촉으로 보내는 시간이 평균 약 두 시간인데 비해 온라인에 머무르는 시간은 거의 일곱 시간에 육박했다. 여학생들은 실제 사회적 접촉에 어색해지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다. 뉴욕의 신경학자 애비게일 베어드는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법을 배울 때에는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라고 말한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실제 우정을 감소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사회적인 역량도 떨어뜨린다. 사회적인 역량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수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자기 통제력을 점점 상실한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공동체 생활과는 반대로 향하는 사회적 추락의 소용돌이가 작용하게 된다. (p146)
이런 이야기 이외에도 책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이용하는 전자 칠판의 악영향, 어릴 때부터 아이의 지적 능력 향상을 위해 이용하는 여러 전자 기기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미디어의 긍정적 영향을 신뢰하던 사람은 책이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로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사례를 하나하나 읽으면, 우리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문제가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때문이다. 주의력 산만 결핍 장애를 가진 아이의 모습이나 자주 까먹는 우리의 모습… 등.
솔직히, 디지털 미디어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과거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함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미 디지털 미디어 없이 우리는 평범하게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약간의 마이너스가 있지만, 플러스가 더 많다는 게 대세적이지 않을까?
비록 그렇더라도,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의 생각하는 힘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책을 읽는 대신 손가락을 움직여 영상에 눈을 돌리고, 지도를 읽는 대신 내비게이션을 키고, 공감하는 능력이 점점 줄어드는 공감 상실 문제는 확실히 디지털 미디어의 마이너스 결과물이니까.
디지털 미디어는 우리의 뇌를 덜 이용하게 하고, 결국 시간이 갈수록 뇌의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에는 뇌의 형성도 방해한다. 그래서 이들의 정신적인 능력이 원래 발전할 수 있는 수준보다 처음부터 낮게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의 생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의지, 감정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행동에도 해당된다. 그 효과는 거듭 입증되었으며, 특히 뇌 연구 기술이 향상되는 것과 더불어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p377)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