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나를 위한 중요한 시간이자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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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힘, 나는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살면서 한 번도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거짓말일 것이다. 아무리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때때로 조절하지 못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 속에서 괴로워하다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바보 같은 짓을 벌여본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내가 그랬었다.


 나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나오는 소음을 들으며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싫어한다.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앉아 있을 때도 주변의 소음이 무척 싫었고, 도서관에서 들리는 소음도 싫었고, 길거리를 걸으면서 듣는 소음도 싫었고,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로 새어 나오는 목소리도 싫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아무도 없는 나만의 방에 들어가서 몇 시간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종종 내가 조절할 수 없는 공허함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기도 하고, 가끔 '왜 나는 이런 걸까?'는 자괴감에 눈물을 혼자 흘린 적도 있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도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다 느낀 적이 있었다. '고독의 방'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마음의 한구석에서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 문득 '왜 나는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을 곁에 두지 못했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노지


 비록 그런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지켜보는 일밖에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나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지금은 사람이 소음을 만드는 곳에서 진심이 아니더라도 웃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 고독하게 보내는 것을 택한다.


 누가 보면 참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한창 사람과 어울리고, 더 신 나는 일을 찾아서 돌아다녀도 부족한 20대에 이렇게 혼자 방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래서 종종 어머니께 '친구라도 만나서 외박도 하고, 새벽까지 가끔 놀다 오기도 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외로운 시간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시간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기도 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고, 잠시 나를 질책하면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소음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뒤돌아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혼탁한 빛과 소음이 섞인 곳에서 우리는 진실한 것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다. 혼탁한 빛과 소음의 세상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게 한다. 그게 우리가 비정상적으로 쫓는 삶을 만든 세상의 실체다.


고독의 힘, ⓒ노지


 얼마 전에 손이 닿아 읽게 된 <고독의 힘>이라는 책은 고독이 가지는 의미를 우리에게 잘 전해주는 책이었다. 고독은 우리에게 낯선 감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함께 품어야 하는 감정이고, 종종 만나지 않으면 안 되는 감정이자 시간이다.


 고독을 감정이라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시간이라고 말해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나는 고독은 감정이면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혼자 틀어박히고 싶은 마음이고, 홀로 보내게 되는 자연스러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독은 감정이면서 시간의 속성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랑하는 연인보다 더 애지중지 품고 살아가는 요즘 현대인에게 '고독'은 익숙한 친구가 아니라 형체가 없는 두려움이다. 혼자 고독해지지 않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시끄러운 인간관계 속으로 자신을 노출하고, SNS에 '강박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착한다.


 이렇게 인간관계에 목을 매는 것은 정말 비참한 삶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주변에 사람을 두지 않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정작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과연 그렇게 의존하는 인간관계에서 당신은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책 <변신>은 인간관계에서 완전히 고립된 성실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벌레가 되어 죽자 그의 수입에만 의존해서 살던 나머지 가족들은 나름대로 제 살 길을 찾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나면서 희망에 찬 새로운 삶을 꿈꾼다.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사랑이나 우정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간관계들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당연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영국 최고의 지성이자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분야 최고 권위자로 손꼽혔던 앤서니 스토는 <고독의 위로>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사실 인간관계와 행복의 연결고리는 매우 허약하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는다면 삶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고,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 인간관계가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지나친 게 아닐까? (p52)


흘러가는 인간관계, ⓒ울려라! 유포니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생기는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는 사라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런 관계에 집착하게 되면 사람은 홀로 있어야 할 때 홀로 있을 수 없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는 '고독사'가 바로 그런 문제로 발생한 예이다. 고독은 피해야 하는 게 아니라 마주해야 하는 존재이다.


 책 <고독의 힘>은 그런 고독의 의미를 잘 담고 있다. '우리 삶은 고독이라는 어둠 속에서 한층 견고하게 지켜진다.'는 말을 책에서 읽을 수 있었는데, 고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반드시 감정적으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외로워서 힘들기도 하지만, 이겨낼 힘이 없어 더 힘들다고 말할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외롭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살아가면서 외로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장담할 사람 또한 어디 있겠는가. 한때 '고독이라는 병'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런 표현처럼 우리는 언제 어디서건 홀로 남겨지면 낙오되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심지어 전염병을 앓듯이 끙끙거리다 너무 외롭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고독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서 생기는 참극이다.

고독은 그저 터널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자. 장거리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게 터널이듯이 살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등짝을 짓누르는 고독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p90)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밥을 혼자 먹거나 혼자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보도를 자주 볼 수 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오케스트라를 보고, 혼자 시간을 보는 데에 익숙해져 있지만, 아직 이런 변화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그래서 종종 혼자 남는 것을 괴로워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가 벌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하게 나오는 '원나잇(모르는 남녀가 만나서 성관계를 갖는 행위)'이라는 이상한 만남도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독을 대하는 법을 몰라서 억지로 고독을 피하는 행동은 상처만 될 뿐인데…….



 우리는 지금 눈을 돌리기만 해도 많은 사람이 번잡하게 얽히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와 대화하며, 나 스스로 나를 지탱할 수 있을까? 세상은 함께 사는 삶이라고 하지만, 함께 있더라도 개인의 고독은 필요한 법이다.


 고슴도치는 서로 지나치게 붙어 있게 되면, 서로의 가시로 상대방을 찌르게 된다. 그래서 고슴도치는 적절히 거리에 떨어져서 함께 할 수 있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다. 우리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아해서, 사랑해서, 친해서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려고 하면 서로의 가시가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고독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고독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상처받는 인간관계를 이겨내기 위해서 무작정 사람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줄 알고, 적절히 떨어져서 지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고독의 참된 의미다.


 잠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고독의 방을 만들 수 있다면, 분명히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고독의 힘>의 저자는 "고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복이다."이라고 말한다. 오늘을 사는 데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면, 잠시 나와 대화할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을 가져보자.


"지금 홀로 있어서 외롭고 슬픈 생각만 든다면, 그래서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온갖 소음 속에 자신을 던지고 있다면, 당신은 찾아온 황금 같은 시간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과 같다."

번잡한 일상에 얽매인 채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스로를 불행한 존재라고 규정짓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홀로 직면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시때때로 찾아드는 고독에 속수무책으로 무릎 꿇지 않고 그 시간을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으로 치환한다면, 삶에 부정적인 그림자가 끼어들 틈새는 없을 것이다. (p17)


"고독을 잘 다루는 사람이 잘 살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잘 산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이든 돈이든 뭐든 상관없어요. 그런 것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알고 꾸준히 걸어가는 사람한테 저절로 따라오는 것들이니까요. 나는 늘 생각합니다. 왜 봄이 되면 꽃이 피어나는가? 그 이유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의 나에게 고독이란 이름으로 내 앞에 피어난 봄의 꽃들은 바로 나를 일으켜 세운 축복이었지요."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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