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게 가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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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서평] 목요일이었던 남자, 허무한 환상과 착각 속에서 쫓는 진실


 나는 살아가면서 종종 내가 느끼는 특정한 감정에 '이 감정은 지금 진짜 내가 느끼는 감정일까?'이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1박 2일>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웃고 있을 때도 '과연, 나는 재미있어서 웃는 것일까? 재미있는 장면이라 웃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웃는 것일까?' 같은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참, 누가 보면 바보 같은 행동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종종 그런 의문을 느끼면서 '내 인생에서 진실한 것은 무엇인가?'는 질문에 나 스스로 납득할만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는 한다.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나는 허무함 속에 있는 착각의 힘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허무한 감정 속에 있는 착각은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다 문득 음식을 먹다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 사랑하는 연인과 섹스를 하는 동안 문득 '진심으로 사랑하고 행복해서 이렇게 하는 건가?'이라는 의문을 품게 되는 것과 같다.


 종종 내 감정에 내가 진실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내가 왜 지금 이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 빠지는 나는 '어쩌면 나는 타인의 의지에 조절된 착각 속에서 가짜를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게 허무한 환상의 착각이라면, 과연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걸까?


보이는 모든 게 착각이라면?, ⓒ노지


 나는 철학자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니지만, 바보 같은 의문 속에서 헤맬 때가 많다. 최근 내가 작성하는 글의 초안에 '섹스'와 '이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가 내게 일어난 심리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최근에 읽은 책에서 유독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탓인지 알지 못한다.


 어쩌면 이게 바로 인생을 산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향해 '나는 기쁘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슬프다', '나는 역겹다' 등의 생각을 하는 것 자체 실체가 없는 환상 속에서 나를 정의하기 위해서 스스로 착각하는 일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진실한 것을 찾는게 곧 인생이 아닐까?


 솔직히 재미있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재미있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다. 사랑하지 않는데도 서로 입을 맞추거나 섹스를 하면서 '우리는 깊숙이 진실로 사랑하고 있어.' 하고 거짓말을 믿는 가짜 연인도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정당하는 것을 깊이 두려워하는 인간이고, 내가 바라보는 일면을 하나의 진실한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인간이니까. 그래서 정치, 사회 분야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보다 편한 거짓을 믿으려고 한다. 심지어 사랑을 나누는 관계 속에서도 거짓된 감정이 지속하리라 믿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목요일이었던 남자, ⓒ노지


 땡스기브 서포터즈 활동으로 읽은 위 책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글을 쓰기 전에 고민하던 '가짜 감정'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복잡하게 해준 책이었다. 솔직히 책을 다 읽고, 해설을 읽고, 인터넷으로 책에 관해 찾아보아도 이 책이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책은 분명히 재미있는 책이었다. 마치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목요일'이 된 남자 사임이 무정부주의자 단체에 속한 한 명, 한 명을 쫓아가는 이야기는 책을 읽는 동안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더욱이 마지막에 드러난 반전은 허탈하면서도 저자의 의도에 관해 생각해보게 했다.


 다른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모르지만, 나는 <목요일이었던 남자> 책을 읽으면서 역시 우리 인간은 한 부분밖에 보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모두 거짓일지도 모르는 진실을 말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일을 되풀이하는 어리석은 사람 중 한 사람이니까.


"잘 들어보세요. 이 세상의 비밀을 알려드릴까요? 우리는 단지 이 세상의 뒷모습을 알고 있을 뿐이에요. 모든 것을 뒤에서 보고 있고, 그것은 짐승처럼 보이죠. 나무가 아니라 나무의 뒷모습을, 구름이 아니라 구름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겁니다. 모든 것이 웅크리고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겠어요?" (p194)


 책 속의 화자 사임의 이 말은 <목요일었던 남자>가 도달해야 했던 '일요일'이라는 암호를 쓰는 인물의 정체를 말하는 부분이면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지 뒷모습을 보고 판단하면서 앞모습을 안다고 착각해서 혹시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 않을까? 한번 물어보아야 한다.



 <목요일었던 남자>는 그런 책이었다. 이 작품은 정치적인 소설도 아니고, 형이상학적인 스릴러도 아니며, 스파이 소설의 형태를 취한 난해한 희극도 아니다. 하지만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따라 보이는 게 달라지는 책이다.


 나는 언제나 '과연 이 세상에 진실한 것이 있을까?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보는 모두가 내가 '그렇다'고 믿는 거짓된 하나의 착각 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닐까?'이라는 질문을 하기에 책을 난해하게 읽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이 질문 속에서 답을 찾기 위해 무턱대고 걸어가고 있다.


 내 삶을 살면서 내가 종종 '허무하다', '재미없다', '무료하다'고 느끼는 까닭은 어쩌면 그 과정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내가 답을 찾는 날은 선정적인 소설에서 그리는 장면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하다 진정 사랑을 깨닫게 될 때일지도 모르지만, 그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아하하.


 아무튼, 이 책 <목요일이었던 남자>는 그동안 내가 읽은 여러 소설과 인문학 작품과 다른 책이었다. 책은 재미있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건 어려웠다. 과거 이 책을 읽었다면, 혹은 앞으로 이 책을 읽을 생각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들려준다면 정말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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