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하여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5. 12. 07:30
에세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태도에 대하여'
나는 종종 나를 괴롭히는 악질적인 괴물을 만난다. 그 괴물은 어릴 때부터 언제나 나를 괴롭혔고, 2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이 괴물을 스스로 이겨내고자 창과 검을 들고 맞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괴물은 나를 괴롭히며 내가 삶을 사는 것에 대해 스스로 저주하며 끙끙거리게 해버린다.
이건 어떤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내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 괴물은 바로 무료(無聊)함이다. 오늘 살아가는 것이 무료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를 덮치면서 '오늘 세운 계획을 실천해야 하는데, 도무지 할 기운이 나지 않아.'이라는 늪에 빠져 도무지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다.
단순히 어떤 일을 하는 데에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시간이 멈춰 서서 허무한 감정 속에서 초점을 잃은 상태로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억지로 무엇을 하려다 도중에 그만두는 일을 반복하는데, 그때마다 상당히 큰 자책을 하면서 나에게 화를 낸다.
어릴 적에 들었던 '넌 해봤자 안 돼.', '네까짓 놈이 뭐가 되겠다고.'이라는 말은 내 뇌 속 깊은 곳에서 되살아나서 나를 조롱하는 웃음을 만든다. 나를 덮치는 그 괴물에 저항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하지만, 잘되지 않아 자주 시간을 의미 없이 소비해버리고 만다.
내 방의 모습, ⓒ노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나는 이후에 나 자신에게 화가 너무 난다. 그리고 크게 자책을 한다. '왜 이렇게 시간을 쓸데없이 보냈을까?'라며 괴로워하고, '언젠가 이렇게 내 삶에서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나도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닐까?'이라는 두려움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몸을 떨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지금도 20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매일 플래너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이렇게 극심한 감정의 기복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사라질 것 같으니까.
솔직히 이 부분은 아직 내가 겪은 우울증의 증상이 남아있는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무료함이라는 괴물이 만드는 나를 이겨내고자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른 생각, 좀 더 다른 풍경, 좀 더 다른 이야기를 통해 이겨내려고 한다.
피아노 레슨도 그래서 시작했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책은 어릴 적부터 혼자였던 내게 손을 내밀어 준 몇 안 되는 소중한 존재였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던, 내 삶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
태도에 관하여, ⓒ노지
오늘은 그렇게 걸어가는 도중 만난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 책은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태도에 관하여>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인데, 이 책은 작가 임경선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책의 표지가 전해주는 뭔가 여백이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태도에 관하여>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삶의 태도를 강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종종 한 이야기에 멈춰서 잠시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나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해야 할까? 왜냐하면, 나는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무료함'이라는 괴물을 이겨내기 위해서 내일 읽기로 미루어 두었던 책을 다시 펼쳐서 읽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태도에 관하여> 책을 펼쳐서 읽지 않았다면, 나는 또 나를 '바보 같은 놈'이라며 질책하며 아픈 주말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책은 잠시 어지러운 마음을 가진 내게 위로, 아니, 위로라고 말하기보다 아래로 축 처진 고개를 다시 들고 앞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태도에 관하여>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그런 이유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아래에서 글 한 개를 읽어보자.
'누가 뭐라든 난 이걸로 됐어'라며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돌이켜보면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만일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며 또 하나의 인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이라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상상하던 나는 뭐랄까, 내가 현재 살고 있지 않은 대안의 삶에 멋대로 싸움을 붙인 후 알아서 지고 있었다.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p24)
'왜 난 그렇게 바보 같은 시간을 보냈던 거지?', '왜 더 해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지?'이라는 자책감에 괴로움을 넌지시 느끼고 있을 때, 책의 거의 맨 앞에서 읽은 이 이야기는 정말 내게 힘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안고 살아가겠는가.
우리 인생은 모두 저마다 불확실한 위험함을 가진 선택지를 선택하는 우리의 의지에 의해서 그 길이 달라진다. 어떤 선택은 쭉 뻗은 길을 통해 앞으로 곧장 달려갈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어떤 길은 땅으로 떨어지거나 같은 자리를 몇 번이나 빙빙 돌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불안한 여행이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우리는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가능성에 대해 시기하고,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상처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태도에 관하여>의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그렇게 우리가 사는 삶의 태도였고, 다소 '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내게는 더 책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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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작은 이야기 이외에도 책에서는 꿈에 대한 이야기, 사랑과 성에 대한 이야기, 연애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어디까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태도에 관하여> 이 책은 10대가 읽어도 괜찮은 책이고, 20대가 읽으면 정말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떤 삶의 태도를 결정하도록 힘주어서 강요하지 않지만, 책을 읽는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잠시 내 삶을 돌아보며 '난 어떻게 살았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이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주제로 이야기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이나모리 가즈오 선생님의 <인생에 대한 예의>에서도 그 주제를 엿볼 수 있었고, 배우 류승수의 에세이 <나 지금 잘 살고 있는걸까?>에서도 그런 삶의 태도에 관한 고민을 읽어볼 수 있었다. 결국, 어디에나 이런 이야기는 있다.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내 눈 앞에 펼쳐진 보이지 않은 인생에 대한 확실한 정답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삶을 사는 데에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 내가 혼자 끙끙 앓을 때 손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직 내 삶을 사는 데에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책 <태도에 관하여>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강압적으로 '이렇게 사세요.' 하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고민에 빠진 나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책이기에 분명히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온기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른하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의 방식을 항간에서는 예찬하지만, 그것이 가치 있으려면 어디까지나 자기 규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겸손한 주제 파악이 인간의 미덕일 순 있지만 삶을 팽팽하게 지탱시켜주진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내가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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