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노무현의 27원칙으로 배우는 삶의 원칙
- 문화/독서와 기록
- 2015. 5. 8. 07:30
우리는 매일 공부하지만, 그 공부에 과연 인간다움과 원칙, 그리고 용기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21세기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누구일까? 테러범? 살인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오늘날 가장 무서운 사람은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이 곧 힘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지식인의 악행은 단순한 생활고 혹은 일탈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죄와 비교하면 그 범위와 농도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는 행동만 그런 사례가 아니다. 지식을 가진 기득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인간다움이 없어지면, 그때 그 어떤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이 된다. 우리는 그런 사례를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정말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사건이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은 많은 지식을 배우고, 부를 세습한 계층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 사건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갑질 논란은 많이 배웠다고 해서 올바른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우리가 오늘 공부하여 배우는 지식을 활용하면서 '인간다움과 바른 원칙'이 없다면 그것은 흉기와 마찬가지다. 재작년에 방송된 드라마 <학교 2013>에서 한 선생님이 "부모가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다- 필요 없다고 가르치니까 저 모양이 된다고. 우리가 지금 뭘 키워서 밖으로 내보내는 건지."이라는 대사가 있었다. 1
이 말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통기한이 유효하다. 학교에서 학교 폭력 문제가 발생하고, 군대에서 군대 가혹 행위 문제가 발생하고, 대학에서 선·후배 사이 군기 논란이 발생하고, 정치인 사이에서 비리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식을 배우지만,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를 배우지 않는 건 매한가지다.
칼은 사람을 죽이는 무기입니다. 그러나 의사가 사용하는 매스는 사람을 살리는 데 필요한 소중한 도구입니다. 이 도구는 모두 쇠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만들어지는 과정에 따라 그 목적이 완전히 바뀝니다. 지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물리학적 지식이더라도 이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도 있고 핵폭탄을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지식은 사람은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식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이런 행위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는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의 자유를 누려야 하는 것이죠. 저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p233)
인간 노무현의 27원칙, ⓒ노지
그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나는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인간 노무현의 27원칙>을 통해 우리가 삶을 바르게 사는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람은 '자살한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삶의 원칙을 배운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하며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의견을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 노무현'은 좀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인간 노무현'은 정말 누구나 멋지다고 말할 수 있는 바른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가장 그리워하는 대통령이 아니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간다움은 대통령직에서 물려난 이후의 삶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택을 '아방궁'이라고 비난한 것보다 몇 배가 넘는 금액의 서울 토지에 커다란 담을 쌓은 집을 지어서 기거하면서 시민과 평범하게 소통하지 않는다. 2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태어났던 고향 김해 진영 봉하마을로 돌아가서 언제나 사람과 소통을 하면서 지냈다. 봉하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친환경 오리 농법을 고민하기도 하고, 자신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시민과 언제나 같은 눈높이에서 인사를 나누거나 막걸리 한 잔을 하면서 살았다.
'정말 인간다운 삶과 소통이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 답안을 보여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지만, 이후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면서 안타깝게도 서거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 사람들은 없어진 이후에 비로소 언제나 약한 시민의 입장에서 외롭게 목소리를 높인 것을 깨달아 눈물을 흘렸다.
ⓒ아이엠피터
책 <인간 노무현의 27원칙>은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의 원칙을 27가지로 정리하여 지식을 배우면서 우리가 새겨야 할 삶의 원칙을 말해준다. 단순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이 아니라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두고 저자가 잘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인상깊이 읽었던 이야기 몇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두 가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실수를 대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에서 읽을 수 있는 교훈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에서 읽을 수 있는 실수와 교육에 작은 교훈이었다.
농구황제인 마이클 조던은 실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선수 생활 중에서 나는 9,000개가 넘는 슛을 놓쳤다. 거의 300회의 경기에서 패배를 경험했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슛 기회에서 26번의 실패를 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계속해서 실패를 거듭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다."
조던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매우 경멸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실수를 했을 때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다릅니다. 실수를 해서 비난을 받는 일에 짜증을 내는 것 이외에 무언가를 바꾸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실수를 나의 책임이라고 인정하기 싫은 성향'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우리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p99)
대개 성공한 사람은 실패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실패한 사람은 성공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 이유는 성공한 사람들이 성공의 요인을 실패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한 사람들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왕년에 내가….'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는 주로 옛날에 실수한 이야기, 잘못한 이야기들이다. 실수한 이야기가 배울 것도 많고 설득력도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보고 배운다. 아이들 교육에 위선만큼 해로운 것도 없을 것이다." (p210)
우리는 언제나 실수를 부끄러워하고, 실수는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당연하다. 실수를 하면 부끄러워하면서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실수를 감추기 위해서 거짓말을 일삼으며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드러나는 여러 문제가 된다. 간단하면서도 바른 삶의 원칙 하나를 지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잘못이 얼마나 큰가. 현재 한국 정치에서 불법 대선자금 논란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그 예다.
'그래, 나 뇌물 받았다.'고 인정한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책임지고 바로 잡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런 과정을 통해 성숙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그게 지식인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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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삶의 원칙은 책으로 읽고 머리로 받아들이는 건 쉽지만, 가슴으로 실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사람이 모두 침묵할 때 강하게 손을 들고 "이의 있습니다."이라고 당당히 말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난 행동은 안팎으로 비판을 받았고, 지지 세력도 견고하게 다지지 못했었다.
오늘도 배우는 입장에 있는 우리가 삶을 똑바로 살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잘 먹고 잘살고 싶어서 오늘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목표에 '이기심'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똑바로 삶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없다. 삶을 정말 똑바로 산다는 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도 항상 그런 말을 한다. "세상을 위해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최고의 행위다"는 주장은 그의 책 <왜 일하는가>, <인생에 대한 예의 3>,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4> 등의 책에서 잘 드러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5
이 책을 통해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식을 배우는 우리가 바라보아야 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알 수 있다면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곧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서거 6주기가 다가온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 날이 오기 전에 책을 통해 인간 노무현의 원칙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 중 책의 주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남긴다.
우리는 빠른 길과 바른 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의외로 많이 접합니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대답은 간단해집니다. 만약 편한 것을 찾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는 빠른 길을 고르면 됩니다. 그러나 정말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고 싶다면, 힘들더라도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기본적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옳습니다. 노력하는 사람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을 모두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무언가를 항상 배우고 익히는 것은 이들의 일상입니다. 우리는 항상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여러분들이 장기적으로 옳은 방안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선택하는 궁여지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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