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K 어린이집 폭행 사건, 아동 학대는 우리 일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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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어린이집 폭행으로 재조명 받는 아동 학대, 폭력은 어디든지 있다.


 인천의 K 어린이집에서 한 보육 교사가 김치를 먹지 않는 아이를 전력을 다한 풀스윙으로 아이를 때리는 CCTV 영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었다. 사람들은 "악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가 있어?" "너무해! 어떻게 아이를 저런 식으로 때릴 수가 있지? 아이가 순간 날아갔어!" 등의 반응을 보이면서 이 폭행을 한 보육교사에 대해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그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 정도로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보육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모습은 '경악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아이가 쓰러져서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당 보육교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뒷일을 했으며, 다른 아이들을 한쪽에서 그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보고 있었다. 그래서 추가 폭행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건 조사를 맡은 인천 경찰서에서는 '어린이집을 폐업시킬 각오로 조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수사를 강하게 하고 있다. (체포) 과거에도 한국에서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논란이 되어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강한 처벌은 받지 못했다. 폭력과 횡령 사건을 은폐한 어린이집에는 겨우 몇 개월의 영업정지, 그리고 벌금형. 더욱이 어린이집에서 해고된 교사가 다른 어린이집에 고용되었다고 하니… 말 다 했다.


ⓒJTBC 뉴스룸


 이 사건으로 어린이집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폭행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와 함께 앞으로 CCTV 설치를 의무화해서 사각지대가 없는 대책을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위해 특별하게 무엇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전하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자신이 직장에서 돌아올 때까지 맡아주기를 바라는 것뿐이니까.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아동 폭력, 즉, 아동 학대는 어린이집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마 어떤 사람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는 대체로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 어린아이가 폭행을 가장 많이 당하는 장소는 어린이집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인 것이다.


 평범히 잘 사는 가정에서는 이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로 아이들이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는 곳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의 장소가 아니라 바로 가정이다.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언제나 '쉬쉬'거리면서 폭력을 숨기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똑바로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어린이집만 볼 것이 아니라 가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이렇게 신체적 정서적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두 가지 성향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폭력 후유증에 인한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적 자괴감에 시달리면서 소극적으로 변해 외부에서 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된다. 또 다른 하나는 폭력에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폭력적으로 변해서 외부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가 된다. 명백히 이분법으로 정리할 수는 없겠지만, 10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은 여기서 출발한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어릴 때 이런 폭력을 겪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을 되풀이하는 어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적 폭력은 그 폭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교육적 폭력으로 아이의 성적을 높일 수 있을지언정, 올바른 어른으로 성장하게 할 수는 없다. 대학에 가서 교사가 되더라도 폭력 교사가 될 수 있고, 부모가 되더라도 정서적 학대를 일삼는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앨리스 밀러는 『재능 있능 아이의 드라마』에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다루며 이렇게 확신한다. 어릴때부터 체감하는 능력을 제대로 계발하지 못하면 훗날 어른이 되어 자기 자식에게도 필요한 사랑과 보호를 제공할 수가 없다고 말이다.

 "한 번도 사랑을 받아 본 경험이 없는 부모들, 세상에 태어나 냉혹함과 무감각, 무관심, 무지에 부딪혔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내내 그런 분위기에서 보냈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사랑을 선물할 줄 모른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 아이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부모가 그랬듯 그들 역시 한때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 모든 고통도, 그 고통을 유발한 욕망도 억압해 버렸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의식에서 완전히 추방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부모가 느낄 수 있으려면 자신이 과거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부터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이런 비극적인 과거에서 현재의 무심한 자신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냉당해진 영혼은 세대를 이어 답습된다.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을 것들, p38)


 어릴 때 겪는 폭력의 무서움은 여기에 있다. 폭력은 세대를 답습해서 이어진다. 한 번도 올바른 방향으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부모들은 절대 제대로 된 사랑을 줄 수 없다. 하물며 그런 어른이 올바른 보육 교사, 학교 선생님, 부모가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는 폭력 교사, 성추행 교사, 성폭행 교사, 성추행 아버지, 살인 미수 아버지 등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인천 K 어린이집 폭력 사건이 어린이집의 안전 확보와 확실한 처벌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아동 학대를 다시 환기할있는 사건이 되었으면 한다. 지금 당장은 어린이집 폭력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를 처벌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조금 더 멀리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아동 학대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는 어린이집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이루어진다. 그리고 가정에서, 어린이집으로, 어른에서, 아이로, 폭력은 조금씩 변하면서 이어진다. 그리고 그 폭력은 초·중·고등학교에 들어가는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학교 폭력으로 발생하고,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군대 가혹 행위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계층에서 일어나는 우발적 혹은 고의적 범죄로 나타난다.


 아직도 한국의 부모는 자녀에 대해 '소유 의식'이 강하다. 부모는 아이에게 '내가 너를 낳고, 기르고, 입혀주고, 먹여주니 너는 내가 하는 대로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고의가 아니더라도 교육적 폭력이 발생한다. 단순히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다. 언어폭력, 정서적 폭력은 어릴 때부터 반복되면서 아이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아동 학대 사건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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