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커넥트, 청소년의 방황과 성장을 그리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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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노벨 감상 후기] 우리는 모두 그 시절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많은 책을 꽤 꾸준히 읽고 있다. 며칠 전에 블로그에 올린 <나는 책 한 권을 사기 위해 밥 한 끼를 굶는다>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 밥 한 끼를 굶을 정도로 책을 구매하는 데에 사용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매달 약 15만 원가량의 돈으로 책을 사는데, 그 책 중에서는 이 블로그에 올리는 일반 도서만이 아니라 다른 블로그에 올리는 '라이트 노벨'이 7할에 이른다.


 라이트 노벨은 대중 소설 분류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만화풍의 삽화가 들어간 작은 판형의 소설을 가리킨다. (참고 : 엔하위키 미러) 이 소설은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며, 한국에서도 한국 라이트 노벨 출판사와 공모전이 생기면서 한국 작가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이트 노벨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거나 만화로 만들어지기도 해서 '오타쿠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종종 라이트 노벨을 잘 모르는 사람은 라이트 노벨을 가리켜 '오타쿠 소설'이라고 부르면서 혐오하기도 한다. 하지만 라이트 노벨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독자층이 늘어나면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이름표가 더 어울리는 대중 소설로 자리 잡고 있다. (라이트 노벨을 읽는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인기 라이트 노벨은 상당한 누적 발행 부수를 기록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이 라이트 노벨 장르의 작품 중에서는 '와, 이건 너무 야하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도 있고, '너무 내용이 없다.'이라고 혹평할 수 있는 작품도 있고, '이 작품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도 있고, '이 작품은 정말 좋은 내용의 작품이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즉, 일반 도서와 마찬가지로 호불호가 나누어지는 작품이 있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블로그에 <시노노메 요우코는 단편 소설을 사랑한다> 시리즈와 <아빠 말 좀 들어라!> 시리즈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같은 라이트 노벨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작품 한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 작품은 글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하트 커넥트>이라는 다섯 명의 평범한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아빠 말 좀 들어라!, 가족의 따뜻함을 담은 라이트 노벨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아빠 말 좀 들어라 14권, 가슴 아픈 이별을 통한 성장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소년 소녀의 서툰 사랑을 아름답게 그린 소설, 시노노메 유우코 시리즈


하트 커넥트, ⓒ노지


 《하트 커넥트》는 평범한 학원물을 다루는 작품이면서도 '풍선초'이라는 이(異) 세계의 존재가 등장해서 약간의 문제를 일으키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이세계인과 싸움을 하는 작품이 아니라 풍선초가 만든 어떤 현상을 버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인데, 그 내용이 배틀이 아니라 '청소년의 방황과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정말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었다.


 지금 우리나라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청소년의 교육 문제가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아이에게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는 논제를 넘어서 '도덕을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는 문제로 이어지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트 커넥트》는 그런 학교에서 자라는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청소년 시절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시키는 일을 왜 해야 할지 몰랐고, 내 감정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고, 내가 아픈 만큼 다른 사람도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그 시절을 사춘기라고 말하지만, 이 현상은 사춘기를 넘어서 대학생이 되어서도 하는 고민이 되어버렸다. 이런 고민은 쓸데없는 고민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한, 나를 찾기 위한 방황이다.


 《하트 커넥트》는 이 과정을 겪는 문연부 활동을 하는 다섯 명의 주인공 야에가시 타이치, 이나바 히메코, 키리야마 유이, 아오키 후시후미, 나가세 이오리의 이야기를 아주 훌륭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매 시리즈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형식을 잘 갖춘 것 이상으로,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 주는 책의 인상이 정말 오랫동안 긴 여운이 남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하트 커넥트, ⓒ노지


자신들에게는 특수한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곳에 이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실은 작은 한 걸음이 쌓이고 쌓여서 같은 장소까지 갈 수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영향이 있었든 어차피 인간이 한 행동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인간의 행동 따위 이것도, 저것도 다 별 것 아니다.

조금, 용기를 내보거나.

조금, 껍질을 깨부수어 보거나.

조금, 생각을 바꾸어보거나.

결국은 그 정도 차원의 이야기다.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들은 그것밖에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자신은 별것 없는 매일을 보낸다.

그런 매일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되면―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아마 그렇게 되겠지만―, 그런 나날의 축적은 누군가와의 연결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연결이 점점 강해지면 그것은 언젠가 유대가 된다.

누군가와 강하게 이어지고, 누군가와 약하게 이어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어지고, 그 누군가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으니까 그 연결은 길게, 세계가 하나의 실로 이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그런 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직도 전쟁이니, 분쟁이니 하는 세계에 그런 것이 있다고 단순하게 믿는 것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있다.

아주 작은 세계였지만, 자신들은 그 이어짐이 세계를 바꾸는 것을 목격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세계도 계속 믿으면 반드시 바꿀 수 있다.

멋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멋진 세계는 분명 미래에 기다리고 있다.

그 빛나는 내일을 만드는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서, 자,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

그런 세계에서 또 언젠가 '풍선초'들과 대면하게 될 날이 있을까.

가능하면 사양하고 싶다. 지금도 자신의 기억이 옳은지 조금 불안하다.

그래도 괜찮다.

쌓아온 것은 제로가 되지 않으니까. 놈들은 인간이 아니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해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세계라면.

사람과 사람은 분명 서로 이해하고 이어질 수 있다.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


오늘도 자신은 살아간다. (하트커넥트 10권, p401)


 <시노노메 유우코는 단편 소설을 사랑한다> 라이트 노벨 시리즈처럼 완전히 평범한 학원물이었으면, 좀 더 인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 《하트 커넥트》는 학원물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풍선초 같은 이 세계인이 등장해서 약간의 판타지 요소를 부여하는 요소가 있어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해서 조금 '뭐야? 이 설정은!?' 하는 느낌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게 바로 《하트 커넥트》의 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풍선초가 일으키는 현상을 통해 주인공들은 인격이 교체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거나 욕망을 절제할 수 없게 되거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거나 등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웃지 못할 과정을 통해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소설 《하트 커넥트》가 그리는 주인공의 방황과 성장을 이루는 단계이다.


 우리는 청소년 시절에 고집에 세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하트 커넥트》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격 교체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배려하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감정이 특정 상대에게 전해지는 현상을 통해 상대방의 아픔을 알게 되는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통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신을 마주해보고, 옆에서 강한 척을 하지만 실은 너무 아픈 친구의 마음을 다독여주면서 함께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하트 커넥트》 시리즈 한 권, 한 권은 각기 다른 상황을 이용해서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정말 잘 표현했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정말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었고, 좋은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었다.



 책 읽기에 편견과 허례 의식을 가진 사람은 '책은 인문학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 하고 말하면서 이런 만화풍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을 책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개인의 취향이기에 내가 뭐라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편견을 가지지 않고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비록 《하트 커넥트》 같은 라이트 노벨이 유치해 보일지라도,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절대 유치하지 않으니까.


 책 읽기는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임을 잊지 말자. 오늘 여기에서 소개한 《하트 커넥트》도 만화풍 일러스트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설이고, 인터넷 서점에서도 '만화/라이트 노벨' 카테고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설이다. 비록 고지식한 분야에 속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분명히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연말을 맞아 '올 한 해 나는 책을 얼마나 읽었지?' 하며 되돌아보다 '내년에는 꼭 책을 많이 읽어야 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책 읽기는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작부터 어려운 고전 인문을 읽으면, 책 읽기는 30분을 가지 못한다. 《하트 커넥트》 처럼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가슴에 머무르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난 시작점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럼, 여기서 《하트 커넥트》를 소개하는 글을 마친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다섯 명의 주인공이 겪는 신기한 현상과 함께 그 현상을 통해 알게 되는 아픔과 성장을 정말 잘 표현한 이 작품 <하트 커넥트>는 분명히 많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삶을 전하는 소설이 바로 《하트 커넥트》이니까.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권에서 읽을 수 있었던 일부를 남긴다.


자신도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을 달려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엮이게 될 것이다. 수많은 만남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연은 다른 누군가와의 인연으로 이어지며 사람은 계속 이어져간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함께 걸어갈 유일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자신도…. 고등학교에서는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순전히 그냥 느낌이긴 하지만 자신은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과 만나게 되면 처음으로 교제를 시작하게 되리라. 그대로 단숨에 결혼… 까지 가는 일이 진짜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역시 너무 성급한가.

생각해보면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아직 하지 않은 일, 미처 하지 못한 일이 엄청 많고, 그것이 과연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당연히 지금의 자신이 상상할 수 없는 경험도 잔뜩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뻗어나간다.

이 학교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교내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에게서도 영향을 받으며 많이,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양식이 되었다.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

미래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나가세 이오리는 최고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p332, 하트 커넥트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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