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0. 21. 07:30
청소년 일탈보다 더 심각한 일부 어른들의 꼴사나운 추태
얼마 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었다.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경비원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수의 거주민이 자신을 향해 한 모욕적인 언행에 크게 모욕감을 느끼다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을 주변 지인들의 증언으로부터 밝혀졌다.
아파트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할아버지들이 겪은 이런 일은 우리에게 드문 일은 아니다. 그저 크게 기사화가 되는 일이 드물 뿐이지, 지난번에도 인터넷 기사와 공중파 방송을 통해 경비실 할아버지가 크게 고초를 겪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정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있었다.)
모든 아파트 거주민이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경비실 할아버지께 이런 일을 하는 건 아니다. 대체로 친절하게 배려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언제나 서로 웃으며 지내려고 노력한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도 싸움이 일어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저 똑바로 어른이 되지 못한 일부 소수 사람이 있는 행세를 하며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언론에 보도된 이 사건은 충격적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자. 타인이 자신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을 때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갑의 횡포'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갑의 횡포' 이전에 사람이 되지 않은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청소년의 바르지 못한 인성 문제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하지 않아 문제다, 가정에서 똑바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다, 성적 위주의 시스템이 문제다, 사람을 보기보다 결과만 보고 판단하는 사회가 문제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학교 폭력과 인성 교육을 논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건 한여름의 시끄러운 매미 소리 같은 소음으로 끝났을 뿐이다. 어떤 해결책도 똑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요즘 청소년은 무서워!' 같은 결론만 내고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속에서 보류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때, 그런 청소년은 무엇 하나 바로 잡히지 못한 채, 어른으로 성장해버린다.
몇 년 전, 대학교에서 볼 수 있었던 청소부 아주머니께 루저라는 등의 막말을 한 개념 없는 대학생의 사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선후배 간의 군기 잡는 군대식 서열 문화 같은 잘못된 문화를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예의, 존중, 겸손, 배려)를 배우지 못한 청소년이 대학생(성인)이 되어 만든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대학생은 그 상태로 대학교에서 사회로 진출하고, 점점 더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가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저씨와 아줌마가 된다. 기본적 도리를 지키는 아저씨와 아줌마는 사람의 제대로 아는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대체로 어릴 적 잘못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겉모습만 변할 뿐이지, 속은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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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의 한 경비실 아저씨의 분신자살 시도 사건도 그런 과정에서 비롯된 피해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나이를 먹었음에도.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예의와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 그저 운 좋게 돈을 지니고, 남보다 조금 나은 위치에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갑의 횡포'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비인간적인 일을 생각 없이 저지르는 거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결과만을 보는 사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몇 년간 학교 폭력의 문제가 묽어지면서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대한 열이 올랐지만, 그저 시끄럽게 몇 달 동안 떠들었을 뿐이다. 이번에는 군대 내 가혹 행위로 다시 한 번 성인이 가진 인성 문제에 관심이 생기고 있지만, 과연 이런 관심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군 가혹행위가 알려지고 얼마나 됐다고, 벌써 언론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군대에서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압구정동 아파트의 한 경비원의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처럼, 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잔인하게 벌어지는 일이 어느 사람을 죽을 만큼의 고통을 느끼게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우리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는 것밖에 없다. 아무리 법률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늘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법률은 행복하도록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피폐를 막기 위해서 있는 것이니까.
가장 좋은 모임은 각 구성원 사이에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모임이다.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사귀지 마라.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도 피해야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을 섬겼던 괴테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다. 지나치게 인간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항상 존경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라."
존경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는 자연히 행동으로 나타난다.
괴테는 인간적인 가치가 뒷받침되지 못한 권위에는 존경을 표하지 않았다.
"훈장 달린 상의와 여섯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는 고작, 최하위층의 무지한 대중을 위협할 뿐이다."
괴테는 자신보다 여덞 살이나 아래인 아우구스트 대공의 위대한 면모에 끌려 그를 향한 존경심을 잊지 않았다. (p35, 괴테가 읽어주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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