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감옥,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왜 무능해지나?
- 문화/독서와 기록
- 2014. 10. 20. 07:30
자동화 시대에 사는 우리가 한 번은 고민하며 읽어보아야 할 책
우리가 사는 일상에서는 여기저기 많은 곳에 자동화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언제나 시원한 음료수와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자동판매기는 이미 캔 음료를 파는 것을 넘어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거나 남의 시선 앞에서 사는 게 부끄러운 콘돔마저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동전만 넣으면 누구나 배팅볼을 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다.
단순히 가벼운 일상 부분만이 아니라 좀 더 넓은 분야에서 깊이 이런 자동화는 이루어지고 있다. 비행기에서도 자동 비행 시스템이 비행기를 운전하고,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현실성을 띄고 있다.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산업 분야만이 아니라 '설마 그게 자동화가 되겠어?'이라는 의심을 하는 분야에서도 추진되고 있을 거다.
이렇게 하나둘 자동화가 되면서 사람들은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 기계가 자동으로 해주니 삶이 더 편해졌다'고 말한다. 매번 퇴근해서 저녁을 차려서 먹은 뒤에 귀찮은 설거지를 씻기 세척기가 대신해주고, 로봇 청소기가 알아서 방을 청소해주니 얼마나 편한가. 아마 이런 기기의 혜택을 입은 사람들은 '자동화가 아닌 수동'을 끔찍하게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동화는 우리에게 마냥 편리함과 끔찍한 일에서 벗어났다는 행복을 주지 않는다.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가 추진되면서 그 일을 수동으로 하던 사람들은 일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직접 손으로 하는 일의 즐거움을 기계에 빼앗기고 있다. 손으로 하는 일이 줄면서 머리를 쓰는 일도 줄어들고, 사람들은 점점 자동화 기계 없이 살 수 없는 바보가 되어 가고 있다.
어디까지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루어지는 일상 속으로 침입한 소프트웨어는 그렇게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 평소 이런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이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 거의 반은 현실과 일치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나도 마찬가지.)
유리감옥,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 《유리감옥》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는 책이다. 제목만 보더라도 이 책이 스마트시대라고 불리는 2014년을 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를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거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어쩌면 유리감옥 속에서 손가락으로 기사를 내리면서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리감옥》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책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는데, 그런 무거움을 느끼면서도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거운 느낌에 비해 저자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정말 명료하게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그 점이 바로 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단지 나처럼 비행기에 관해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음에도 좀 더 다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만 있을 뿐이다. 그 점만 뺀다면,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자동 비행 시스템으로 시작해서 우리에게 자동화 기술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우리가 책을 통해 저자의 말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5월 31일 저녁, 에어프랑스의 에어버스 A330기가 프랑스 파리로 가기 위해 브라질 리우자네이루를 이륙했다. 이륙 후 약 3시간 만에 비행기는 대서양 항공에서 폭풍을 만났다. 결빙된 비행 속도 센서들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했고, 자동조종장치는 해제됐다. 당황한 부조종사 피에르 세드릭 보닌은 조종간을 뒤쪽으로 홱 잡아당겻다. A330기가 위로 솟구치면서 거대한 실속 경고음이 들렸지만, 부조종사는 부주의하게도 조종간을 계속 뒤로 잡아당겻다. 비행기 고도가 급격히 올라가자 속도는 떨어졌다. 공기 속도 감지 센서들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조종사들에게 정확한 수치를 제공해주었다.
부조종사는 이쯤에서 비행 속도가 너무 늦다는 걸 분명히 인식해야 했지만 계속 조종 실수를 하면서 비행 속도를 더욱 떨어뜨렸다. 비행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행기는 급기야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조종사가 조종간을 놓아주기만 했더라도 A330기는 자동으로 속도를 회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중에 프랑스 조사원들이 한 말대로 조종사들은 "상황에 대한 인지적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차례 더 끔찍한 순간들이 일어난 후 다른 조종사인 데이비드 로버트가 조종을 맡았지만 이미 상황은 너무 늦은 뒤였다. 비행기는 3분 만에 3,000피트 이상을 추락했다.
로버트가 "이래선 안 된다"라고 말하자, 계속해서 당황하던 부조종사 보닌은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3초 뒤에 비행기는 바다로 떨어졌다. 승무원과 탑승객 228명 전원이 사망했다. (p79)
비행 자동화가 초래하는 의도하지 않은 이런 식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우려는 적어도 자동화된 조종석과 디지털 비행 제어 시스템이 처음 등장했을 무렵부터 있었다. NASA 산하 에임스연구센터는 198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앞서 10년 동안 비행기에 설치되는 컴퓨터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업계와 정부 연구원들은 조종석이 지나치게 자동화되고, 인간의 기능이 점차 기계에 의해서 대체되는 현상이 은총이자 동시에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점점 더 불편해했다"라고 지적했다. 컴퓨터로 인해 자동화된 비행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항공업계 종사자들 다수는 "조종사들이 자동화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수동 비행 기술이 퇴화하고, 상황 인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걱정했다."
이후로 실시된 여러 연구 결과들은 많은 사고들과 위기일발 상황들의 원인을 자동화된 시스템의 고장이나 비행기 승무원들이 "자동화로 인해 저지른 과실"에서 찾았다. 2010년에 FAA는 앞서 10년 동안 있었던 비행들에 대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분석해서 모든 추락 사고 3건 중 2건가량이 조종사의 과실로 일어났다는 잠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p92)
윗글이 책 《유리감옥》 전반부에서 읽게 되는 비행기 자동 기술과 조종사의 기술 감퇴, 비행기 사고와 관련된 이야기다. 비행기 자동조종 시스템 덕분에 조종사가 위기에 대처하는 반응 속도와 지각 속도, 그리고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굳이 비행기가 아니더라도 이런 자동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기계가 우리의 기술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그 대표적인 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가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고, 내비게이션이 경고해주는 데로 카메라가 있는 곳을 피해가면서 딱지를 떼지 않을 수 있다. 이전에는 모두 사람이 수동으로 해야 했지만, 네비게이션이 자동으로 해준다. 그래서 길을 잘 찾지 못하고,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건 명명백백하다.
이런 이야기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야박한 것 같지만, 많은 의사들이 의사 결정 컴퓨터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인간 센서 역할을 하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말은 반드시 틀린 건 아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진찰하고 전자 형식에 맞춰 데이터를 입력하지만, 컴퓨터가 진단 결과를 제안하고, 치료 방법을 권유하는 데 주도권을 쥘 것이다. 컴퓨터 자동화가 브라이트가 찾아낸 계급의 위쪽으로 꾸준히 올라간 덕분에 의사들은 적어도 일부 업무 분야에서 과거 공장 근로자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탈숙련화 현상을 경험할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컴퓨터가 엘리트 전문 직종을 습격하는 현상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기업 회게 감사관들의 사고가 위험과 다른 변수들을 예측하는 시스템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대출 담당 직원에서부터 투자 운영에 이르기까지 다른 금융 분야 전문가들 역시 컴퓨터 모델에 의존해서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또한 월 가는 현재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컴퓨터와 그런 컴퓨터를 프로그램하는 금융시장 분석가들에 의해 사실상 장악된 상태다. 월 가의 기업들이 종종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 있지만, 2000년과 2013년 사이 뉴욕 시에서 증권 딜러와 트레이더로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15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3분의 1이나 줄었다. 한 금융산업 분석가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증권사와 투자 은행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트레이더들을 없애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아 있는 트레이더들의 경우 "그들이 오늘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컴퓨터 스크린을 보고 버튼을 누르는 것 뿐이다." (p174)
윗글을 읽어보면, 이미 자동화 기술은 단순히 사람이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줄여나가고 있다. 정말 윗글대로 의사가 기계의 센서 역할만 하게 될지 모르고, 대학과 대학원을 비롯한 유학을 나온 엘리트 분야를 습격하는 일이 더 빈번해지게 될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인간과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두고 대립하게 되지 않을까?
우스갯소리이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사 도우미 로봇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기계가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완벽해 보이는 과정을 따라가도록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좀 더 깊은 이야기는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기술 중심의 자동화와 인간 중심의 자동화'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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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리감옥》은 기술이 발전해질수록 인간이 왜 무능해지는지를 자세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순히 기계의 자동화가 미치는 어떤 영향을 사람에 맞춰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화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모습을 알고 싶은 사람이나 지금 우리 시대가 어떤 변화의 기로를 걷게 될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유리감옥》은 꽤 무거운 느낌이 드는 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작정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려고 한다면, 웬만한 독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힘들 거다. 먼저 책의 카테고리를 살펴보면서 '흥미가 당기는 부분'을 먼저 읽고, 거기서 이어지는 부분을 찾아서 읽어보는 식으로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기술의 발전과 사람의 삶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개인적으로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도 함께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두 권의 책을 통해 기술과 인간, 그리고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좀 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유리감옥》의 마지막 부분을 남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들 중에 하나가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현실과 충돌할 때마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더 완전하게 세상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도전을 해결하려고 애쓸 때 그런 노동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노력하겠다는 동기도 생기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스트도 알았듯이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드는 것은 일(수단)이다. 자동화는 수단과 목적을 분리한다. 자동화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 있게 해주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스스로 스크린의 피조물로 전락해버릴 때 우리는 슈쉬왑 부족처럼 존재론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의 본질이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놓여 있는가, 아니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에 의해 정의되는 데 만족해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아주 심각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질문을 던지는 목적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다. 활동적인 영혼은 가벼운 영혼이다. 도구를 단순한 생산 수단보다는 우리 자신의 일부이자 경험 수단으로 복귀시킴으로써 우리는 우리와 마음이 통하는 기술이 제공하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것은 내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파리의 화창한 봄날, 로렌스 스페리와 에밀 카생이 커티스 C-2 복엽기의 날개 위로 올라간 뒤에 두려움과 즐거움에 흠뻑 빠진 채 사열대 위를 비행하면서 경외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느꼈을 게 분명한 자유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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