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이름은 음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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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서 놀 줄 모르면 사회 생활 못한다고 합니다. 정말인가요?


 우리 한국 사회는 다른 이름으로 '음주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에 일부 사람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지도 모르겠지만, '음주 사회'라는 이름은 부정할 수 없는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 한국 사회에는 곳곳에 술이 관여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반대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학교의 음주 문화가 아닐까 싶다. 대학 입학을 하고 처음 새내기 대학생이 맞이하는 OT와 MT 같은 행사에 술이 빠지지 않는 건 거의 드문 일로 종종 뉴스에도 '술 파티'라며 보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뉴스로 보도된 일은 '언제나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냥 즐겁게 보낼 것 같은 OT, MT 같은 행사에서 음주가 원인이 되어 성폭행, 성추행, 살인, 특수 폭행, 상해 치사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폭력도 발생한다.)


 솔직히 나도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이 문제를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어떤 문제에 접근하는 건 항상 이런 식이라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음주 문화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자리 잡은 탓에 문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냥 '설마 그런 일이….'이라며 외면할 뿐인 거고.


 우리는 그런 착각 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하고, 잘못된 일을 쉽게 '그럴 수도 있지!'라며 받아들인다. 그런 식으로 오직 술로 빚어지는 문제에 가벼운 생각이 얼마나 큰 대형 참사를 불러왔는지 사회 뉴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을 경악했던 세월호 사건에도 술은 빠지지 않았다.


ⓒ삼성 페이스북, (구글검색)


 그렇다면, 한 번 물 한 컵을 떠서 천천히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자. 왜 이렇게 우리는 술에 관대한 문화가 좀처럼 바뀌지 않고, 크고 작은 모임에서 언제나 술을 찾는 걸까?


 누구는 "세상이 살기 어려워서 그렇지!"라고 말할지도 모르고, 누구는 "술 안 마시면 뭐할 건데? 다른 할 거라도 있어?"라며 술은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라며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할지도 모른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음주를 관대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는 어떤지 몰라도 후자의 경우는 100% 착각이다. 늘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문화에 익숙해졌기에 '술 안 마시면 뭐할 건데?' 같은 말이 나오는 거다. 매번 몸을 망치는 술을 왜 마시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무턱대고 마시니 '모임이면 술이 빠질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이 만들어진 거다.


 음주 사회인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이 잘못된 고정관념은 나비 효과처럼 커졌다. 정말 여기저기서 술이 없는 곳이 없으니까. 게다가 그 술이 몰고 오는 심각한 사회 문제는 '그냥 술김에 그랬다'는 말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쉽게 넘어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어쩔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와 만나는 자리에서 '술'은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접대와 인사 청탁 등에서도 술과 함께 검은돈이 움직이고, 신입생 혹은 신입 사원 인사 자리에서도 술은 기본이 되는 그런 사회이니까.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거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도 확대 해석이 쉽게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술을 안 마시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잖아요?" 같은 말이 너무 현실적으로 들리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웬만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술을 안 마신다고 하면, 종종 어른들이 "술 못 마시면 사회생활 못 한다. 술 마셔야 한다."라고 말하거나 어떤 때에는 "왜 넌 술을 안 마시느냐? 너 참 이기적이네. 너는 네 마음대로 살고 싶지만, 그게 되는 줄 알지?"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하아, 도대체 이 한국 사회에서는 왜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지 않으면 소위 '루저' 취급을 당하는 건지 모르겠다. 내게 있어 술은 백해무익한 존재다. 그런데 그 술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편견이 너무 심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내려는 그 태도가 문제인 데 말이다.


 확실히 나는 사회성이 좋지 않다.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에도 '최대한 늦어도 통금 시간은 오후 10시', '늦어도 오후 11시에는 자기' 등의 원칙을 지키는 생활을 하니까. 그래도 유연하게 어쩔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는 약간의 오버타임을 두기도 한다. (비정상회담이 할 때도)


 뭐, 이건 내가 친구가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만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밤늦게 누군가와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걸 아직도 '필요 없는 일'로 인식하고 있으니까. (하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종종 받지만, 난 전혀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생활 습관을 바꿀 생각이 없다. 나태해지지 않기 위한 나와의 두 약속('통금시간은 늦어도 10시', '자는 시간은 늦어도 11시')을 어길 생각이 절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문제이니까.


 아무리 술을 마셔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도 난 술을 마시지 않을 거다. 그래서 나는 간혹 듣는 주변 사람이 말하는 '술을 마실 줄 모르면 사회생활 못한다.'라는 말이 불편하다. 또 한편으로는 술에 중독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처량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고달픔이 그런 잘못을 빚은 것 같으니까. 아마 오늘 밤에도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지면서 '청춘이니까 마셔야지!', '이 빌어먹을 세상 이렇게 살아서 뭐해? 나 그냥 오늘 마시고 죽을 거야!', '박XX 개XX' 등의 분풀이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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