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우연히 들은 두 할아버지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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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 집에서 우연히 들은 나와 다른 시간을 사는 두 할아버지의 사는 이야기


 나는 지하철을 타거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을 때에는 대체로 귀를 열어두고 있는 편이다. 지하철을 탈 때에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어도 되지만, 종종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기보다 주변 사람의 모습을 보거나 지나가는 이야기를 흘러 듣고는 한다.


 뭐, 이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매너 위반에 해당하는 행동으로 해석될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소에서 몰래 소곤소곤 거리는 것이 아닌 대화는 대체로 '남이 들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이런 곳에서 하지 않으니까.)


 그런 식으로 우연히 흘겨 듣는 이야기 중 상당히 흥미가 생기거나 '음, 과연.'하며 공감하는 이야기를 기억해뒀다가 블로그에 글로 옮겨적고는 한다. 그게 바로 내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사는 이야기'라는 카테고리에 게재되는 글들이다.


 단순히 혼자 듣기 아까운 이야기이거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어쩌면 모르고 있을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듣고,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서 기록해두는 일은 내게 있어 정말 즐거운 일 중 하나다.


츠케루가츠, ⓒ노지


 얼마 전에는 점심을 먹기 위해 돈까스 집의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돈까스 집에 들어온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귀를 집중하고 있었다고 말하기보다 내 앞의 테이블에 할아버지 두 분이 앉으셨기 때문이었다.


 두 할아버지께서는 돈까스 집에 들어오시더니 "여기에 할배들이 먹을 것이 있소?"라는 질문을 직원분께 물어보았다. 난 할아버지의 그런 태도에 살짝 '후훗'하는 즐거운 웃음이 나서 무엇을 주문하는지 지켜보았다.


 할아버지께서는 직원이 말하는 "여기 모든 식사에는 밥이 포함되어서 나와요."라는 말을 들으시고, 이것저것 고민하시더니 "이거… 오사카 두 개."라고 주문을 하셨다. 가격 7,000원의 오사카 철판 돈까스. 무난한 선택을 하신 것 같았다. 추가로 할아버지는 "소주 있소? 소주 있으면 소주 한 병만 갖다주소."라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두 할아버지께서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는 내가 주문했던 츠케루가츠를 먹으며 흘깃흘깃 듣고 있었다.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대체로 건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의 끝이 '정말 나와 다른 시간을 사시는구나'했다.


"가슴 아프면, 그냥 앓고 있지 말고 병원가봐. 나도 병원가서 검사해봤더니 수술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했잖아? 우리 때에는 바로바로 병원 가봐야 한다니까."

"잠은 딱 7시간 자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 나는 저녁 9시 뉴스 끝나면, 바로 자서 새벽에 일어나서 일간다."

"사람은 하루에 30분은 걷는게 좋다고 하더라. 뭐,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잘 걷지는 않겠지만..."

"니는 오래 살아야 돼. 내 주변의 친구는 다 죽고, 마지막으로 남은 친구가 너 한 명이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웃거나 진지하게 나누는 모습을 보니 새삼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동안 주변에서 들을 수 있었던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는 연금이나 자식에 대한 이야기 등이 많았는데,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마냥 웃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였다.



 나와 같은 젊은 세대가 모이면 어찌 저런 이야기를 하겠는가. 저런 이야기는 우리와 다른 시간을 사는 할아버지라 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도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고는 하지만, 대체로 '어떻게 살을 빼서 멋진 몸을 가질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검사해서 수술을 받아야 하면 수술을 빨리 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으니까. 젊다는 건강하다는 것인데, 역시 건강은 젊을 때 챙겨야 하는 가장 소중한 것임을 두 할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는 오래 살아야 해. 내 주변의 친구는 다 죽고, 너 혼자 남았다."라는 말. 이 말은 어찌 우리가 할 수 있겠는가. 정말 언제 갈지도 모르는 시간의 축에서 사는 할아버지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릴 적의 우리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했고, 어른이 된 20대로 사는 지금은 얼른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할지 좀처럼 생각하지 못한다. 지금이 너무 우리에게 바쁘니까.


 그러나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아직 20대로 사는 우리에게는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아야 하고, 실패하더라도 그냥 삶을 즐기며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건강을 지키면서 내 일을 하며 꿈을 좇아 빛나는 인생을 사는 것. 그게 우리의 일이 아닐까?


 "니는 오래 살아야 해. 내 주변의 친구는 다 죽고, 너 혼자 남았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으려면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남은 것 같지만, 그건 착각이다.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고,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이런 식으로 보내는 이 작은 시간은 할아버지께서 원하셨던 작은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죽기 전에 '딱 5분만 더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할아버지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며 살 수 있겠는가?


 식당에서 우연히 들은 나와 다른 시간을 사는 두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정말 지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강하게 할 수 있었다. 아무쪼록 그때 보았던 두 할아버지가 마지막까지 좀 더 웃을 수 있는 날을 함께 보내며 행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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