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간의 입원 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4. 7. 26. 07:30
뜨거운 7월 한 여름 입원 생활을 통해 접한 소박한 사는 이야기
지난 7월 7일에 발목 수술을 다시 한 번 더 하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까지 병원에 입원해서 절대 짧지 않은 입원 생활을 하고 있다. 글을 쓰는 날은 7월 23일 수요일이지만, 글이 발행되는 시간은 7월 26일 토요일이다. (티스토리 블로그 글 예약 발행 기능 사용.)
생각보다 더 길게 입원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긴 시간 동안 재활 기간을 거쳐야 하기에 수술하기 전에 계획해놓은 많은 일정이 상당히 차질을 빚게 되었다. 뭐, 크게 어떤 일정이 어긋난 건 아니지만, 하려고 했던 일 몇 가지를 하지 못하게 된 건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그래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병원에서 지친 몸을 재충전하고, 좀 더 여유롭게 몸을 챙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제법 좋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번 입원 생활을 통해 한 번 더 일상에 무료해지기 시작한 나의 작은 흔들림을 다시 굳건히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이패드와 책들,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내가 병원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한 장의 이미지다. 비록 입원 생활을 하고 있더라도 블로그 포스팅을 꾸준히 작성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긴 시간이 남아도는 병원에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한쪽 발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병실에서 환자로 할 수 있는 건 그냥 병실 침대에 앉아있는 것밖에 없다. 이는 다른 활동에는 큰 지장이 있지만, 앉아서 활동하는 글을 쓰는 일이나 책을 읽는 일, 일본어 공부를 하는 일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아이디어 노트에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패드로 글을 작성하고, 노트북으로 그 글을 편집해 블로그에 발행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다. 입원하기 전이나 입원한 후의 행동에 큰 차이는 없지만, 그럼에도 다른 환경 속에서 생활하며 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입원 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딱 간단히 세 개로 정리해서 이야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 스마트폰과 와이브로 에그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양은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는 거다. 갑작스럽게 왜 데이터양에 대한 이야기한 이유는 내가 병실에서 생활하며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와이브로 에그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병실 본관 입구만 가더라도 와이파이가 시원하게 잘 터지는데, 내가 있는 병실은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와이브로 에그를 사용해야만 했었다. 생각보다 데이터가 쑥쑥 빠져나가 정말 당황했다.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2GB, 와이브로 에그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10GB 였었다. 스마트폰 데이터는 다 써버린지 오래고, 와이브로 에그는 23일 수요일 현재 3.2GB가 남아있을 뿐이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양은 정말 소중했다.
스마트폰과 와이브로 에그, ⓒ노지
둘, 병원에서 우리가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작은 배려심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는 거다. 발 한쪽을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매일 매시각 오는 식판을 내놓을 수가 없었는데, 보조기를 착용하고 목발 한 개에 의지해 깡충깡충 조금만 가면 다른 분이 와서 '주세요.'하며 대신 가져다주셨다.
정말 작고 사소한 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눈을 마주치더라도 도와주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보다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정말 기분이 좋았다. 평범한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그 작은 배려심을 몸소 느끼며 웃을 수 있었다.
셋, 역시 사람은 평소 생활하는 공간에서 평소대로 생활하는 게 제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는 거다. 아무리 병실에서 집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거나 글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할 수 있더라도 전혀 편하지가 않았다. 너무 불편했다.
내가 발 한 쪽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병실 생활은 확실히 집에서 보내는 일상보다 확실히 답답했다. 두 발로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평범히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이 세 가지 이외에도 나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흘리는 이야기를 꽤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간호사님이 말하는 병원 일의 고충(병가를 내면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과 매일 환자의 냄새 나는 발을 상대해야 하는 물리치료 선생님의 고충 등 여러 가지로 말이다.
단지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만이 아니라 입원 생활에 대한 환자들의 이야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주워들으며 '역시 사람 사는 데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는 것과 '내가 하는 일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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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 발목은 완치되지 않았다. 워낙 심하게 다쳤기에 다 낫더라도 원상복귀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단지 걷고 하는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다른 활동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더욱이 한동안 또 물리치료(재활치료)를 해야 할 것 같아 참 걱정이다.
뭐, 이건 어쩌면 내가 좀 더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한 것에 대한 업보일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의 일로 그동안 쌓았던 업보가 사라질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 일이 아닐까.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이기에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 입원 생활이었다.
지금 이대로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을 통해 좀 더 멋진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내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3주간의 입원 생활은 작은 다짐과 앞으로 가져갈 비전을 더 강하게 새길 수 있었던 소중한 계기가 될 것 같다.
꾸준히 내가 대표적으로 열심히 운영하는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미우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앞으로도 꾸준히 들려줄 모든 사람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는 길에 더 응원을 해주면 정말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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