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문학살롱, 소설로 경제를 이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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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어려운 고전과 경제학이 너무 쉽게 읽히는 마법 같은 책


 많은 사람에게 '인문 고전', '고전 소설', '경제·경영학' 같은 장르의 도서는 상당히 읽기가 어려운 책으로 여겨진다. 어느 정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나라도 그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에는 종종 너무 어려워 '아, 도무지 못 읽겠어. 내가 이 책을 왜 샀지?'라는 자책을 할 때가 있다. 책을 무턱대고 구매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종류의 책을 과감히 구매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자 그냥 졸리기만 할 뿐,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 포기한 책이 적지 않다. 아마 내가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는 서평단 활동이 나이었다면, 절대 바보처럼 졸음과 싸우면서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을 거다.


 어느 정도의 강제력이 있었기에 나는 내게 도움이 되는 많은 책을 만날 수 있었고, 어렵더라도 그런 장르 중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만약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다면, 나는 주야장천 에세이와 소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라이트 노벨처럼 가벼운 소설만 읽으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정말 편식 독서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는 언제나 '고전과 경제학 도서도 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오프라인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그런 책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과거에 책을 구매했다가 읽지 못했던 책이 떠오르고,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냥 호기심에서 구매하기에는 책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돈이 들지 않는 도서관에서도 비슷하다.


 '읽기 어렵다'는 건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정말 재미있게 '고전'과 '경제학'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우연히 만났다. 이 책도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책으로, 서평단 활동이 아니었다면 어려워 보이는 제목 때문에 절대 읽지 않았을 수도 있는 책이었다. 그 책은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라는 책이다.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노지


 이 책은 저자가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이용해 우리에게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우리가 그동안 어려운 경제학 도서를 통해 머리를 헝클리며 읽었던 매몰 비용, 기회비용, 기업가 정신 등 익숙한 용어부터 시작해 낯설기만 했던 휴리스틱, 동조 효과, 주식을 고를 때… 등 어려운 원리를 정말 쉽게 읽어볼 수 있었다.


 아마 평소에 이런 책이 어려워서 읽지 않았던 사람도 분명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다.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함은커녕, 오히려 '오, 이렇게 설명하니 정말 이해하기가 쉽다!'며 손뼉을 칠 정도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어렵게 경제원리를 설명하며 우리가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문제를 가져와 이야기한 책에 엿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건 내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몇 개의 고전 작품 이야기 중 내가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독학으로 경제 공부를 한 후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경제도서를 지금까지 읽으면서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이 책을 쉽게 받아들이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글쎄, 이 부분은 조금 애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히 나와 같은 20대만이 아니라 전 세대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단순히 고전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실제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문제를 언급하며 어떻게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닉이 보기에 5년 전 개츠비의 사랑은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은 이미 써버려서 더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아무리 개츠비가 용을 써도 데이지는 5년 전의 그 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개츠비 당신이 모르는 많은 일이 우리 부부에게 일어났다"고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은 '잊으라'고 말한다. 어차피 회수도 되지 않는 비용을 계속 생각하다가는 합리적인 판단마저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로 쓴 돈은 되돌려 받을 수 없다. 만약 그동안 광고한 게 아까워서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계속 홍보한다면 돈만 더 들 뿐이다. 연구개발 비용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R&D 자금을 투입했다고 하더라도 실패했다면 계속 집착할 일이 아니다.

매몰비용은 정책 분야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미 많은 돈이 투입됐으니 여기서 사업을 그만둘 수 없다는 논리가 지배한다. 사업을 중단했을 때 이에 따른 책임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예산을 따내면 그 돈을 빌미로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무리하게 밀고나가는 경우가 많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도 이와 유사하다. 1조 원 가까이 투입된 자금이 아까워 개발사업자들은 사업 중단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개인의 판단에도 매몰비용은 큰 영향을 미친다. 1만 원을 주고 영화 티켓을 끊었다. 30분 정도 봤지만 너무 재미가 없다. 1만 원이 아까우니 계속 앉아 있어야 할까? 1만 원은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이다. 

매몰비용에 집착하면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과거에 투자한 것이 아깝거나 그 행위를 저앙화하기 위해 더 깊이 개입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 대한 기회를 날린다. 즉 추가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1만 원이 아까워 재미없는 영화를 1시간 동안 더 봤다면 그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추가로 들인 셈이 된다. 이런 상황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p58)



 위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처럼 이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과 알아두면 도움이 될 지식을 어렵지 않게 이 책은 쉽게 말하고 있다. 특히 위 사례는 지금 한창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이후 망쳐진 4대강의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인데,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경제 원리를 통해 우리는 '왜 4대강 사업이 잘못되었는가'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게 이 책의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유독 나와 같은 20대로 인생을 살면서 스타트업에 도전하거나 대학생활을 하는 청춘에게 추천하고 싶은 거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정말 많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고전을 읽고, 경제원리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여러 사회 문제를 어떻게 경제원리를 이용해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도 있다.


 난 이 책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단 활동을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인데, 다시금 내가 서평단 활동을 통해 이 책을 우연히 만난 것에 대해 큰 행운이라고 느꼈다. 이 책은 굳이 나처럼 책 읽기를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 본다면, 주저 없이 구매해서 읽어보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앨리스는 문 밖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가고 싶은데, 키가 너무 크다. '나를 마셔요'라고 적힌 병을 한 번에 들이켰더니 키가 25센티미터까지 줄었다. 그런데 너무 작아져서 탁자 위에 놓인 열쇠를 쥘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는 '나를 먹어요'라고 적힌 케이크를 먹었더니 키가 너무 커져버렸다. 앨리스는 열쇠를 쥐었지만 작은 문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앨리스는 그냥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앨리스의 행동은 경제에서 말하는 '샤워실의 바보'와 유사하다. 샤워실에 한 바보가 들어갔다. 바보는 샤워를 하려고 수도꼭지의 더운 물을 틀엇다가 너무 뜨겁자 질겁해 얼른 찬물로 수도꼭지를 돌렷다. 그러자 이번에는 물이 너무 차갑다며 다시 더운 물로 수도꼭지를 돌렸다. 바보가 수도꼭지만 돌리다가 물만 낭비하고 정작 샤워를 하지 못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샤워실의 바보다. 이는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정부의 어설픈 경제 개입을 꼬집으며 제기한 우화다. (p67)


기업가 정신은 저돌성과 실천성, 가치창조(수익창조)를 중시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사회적 책임의식이다. 빌 게이츠가 말한 창조적 자본주의의 근원이기도 하다. 조나단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독차지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갈매기들과 나누고 싶어 했다. 자유라는 가치를 혼자 누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누리고 싶어 했다. 조나단이 다시 지상으로 가려 하자 설리반 선생은 말린다. 왜 너를 추방한 그곳으로 돌아가려 하느냐고. 하지만 조나단의 생각은 확고하다. 자신이 사랑을 펼치는 방법은 진실을 찾고 싶어 하는 갈매기에게 자신이 본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사회적 책임이다.

지상으로 돌아온 조나단은 플레처를 가르친다. 조나단이 '멘토'고 플레처가 '멘티'다. 플레처가 다 배웠다고 생각하는 순간 조나단은 떠난다. 멘토가 떠나자 멘티는 다짐한다. "한계가 없다고 햇죠, 조나단? 그렇다면 제가 희박한 공기를 뚫고 당신이 있는 바닷가를 찾아갈 날도 곧 오겠군요. 그땐 제가 익힌 새로운 비행 기술을 보여줄게요! 기다리세요!" 기업가 정신은 이렇게 이어진다.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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