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빅맨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 문화/문화와 방송
- 2014. 6. 21. 07:30
드라마 빅맨 김지혁의 마지막 연설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크게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 상승을 보여줬던 드라마 《빅맨》이 그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드라마 《닥터 이방인》과 함께 치열한 싸움을 했던 드라마 《빅맨》은 처음 보여줬던 모습에 비해 적절히 성과를 거두며 그 매듭을 지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빅맨》이 처음에 주춤했던 건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 맡겨졌던 김지혁이 '현성'이라는 대기업에 들어가면서 신데렐라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음모는 약자와 강자의 대결로 묘사되며 우리 사회를 풍자했다는 해석도 있어 드라마를 보는 많은 사람이 김지혁을 응원하며 드라마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드라마 《빅맨》은 뒤로 갈수록 호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시청률도 함께 상승할 수 있었던 거다. 드라마를 본 나도 그런 점이 좋았기 때문에 매일 자는 시각 10시 30분에 자지 않고, 월요일과 화요일 밤에는 주말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를 보고 늦게 잤었다. 김지혁이 대기업이라는 가면을 쓴 괴물 앞에서 사람과 손을 마주 잡은 채로 맞서는 모습이 그렇게 만들었다.
ⓒKBS2 빅맨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아니, 비단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거의 공통으로 대기업의 힘 앞에 힘 없이 무너지는 많은 약자가 있다. 지금 나름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브라질 월드컵 또한 겉으로 보이지 않는 많은 문제를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언제나 약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이익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내가 블로그에 소개했던 《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는 책에서도 '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이 문제' 등 우리가 똑바로 알지 못하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었다. 그렇게 갑을 관계라는 차원을 넘어서 언제나 빈곤층의 피를 제물로 대기업이라는 괴물을 키우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세상에는 그렇게 약자의 피를 쪽쪽 빠는 괴물이 아니라 함께 가는 기업도 조금씩 성장하며 새로운 롤모델이 되고 있다. 이는 사회적 기업 혹은 착한 기업이라고도 불리는데, 내가 아는 《핸드스튜디오》라는 기업이 그런 기업 중 하나다. 《핸드스튜디오》 CEO 안준희 대표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당연한 것을 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말한다.
그런 착한 기업과 리더십을 가진 리더가 성장해야 우리 사회는 좀 더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될 수 있다. 드라마 《빅맨》에서 보여준 시장 삼류 건달이었던 김지혁이 만들어가는 기업은 바로 그런 기업이었다. 노사 분쟁을 용역 업체를 동원해 힘으로 제압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분명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상처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그런 리더, 리베이트를 하지 않고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는 그런 리더가 운영하는 기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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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 일은 드라마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드라마 《빅맨》에서 김지혁이 대기업과 싸우면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기득권의 반발은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일을 버젓이 할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현실은 정의보다 악이 더 강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쉽게 바뀌지 못하고, 바꾸려고 했던 사람은 힘없이 무릎을 꿇고 마는 거다.
그러나 그게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드라마 《빅맨》의 김지혁은 드라마 마지막 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처음엔 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재벌가의 아들도 아니고, 제대로 된 학력도 갖추지 못했는데 이렇게 성공하다니. 마치, 제가 세상을 다 바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제가 바꾼 건 세상 전체가 아니라 먼지만큼 작은 아주 작은 세상이었습니다. 제 주변만 조금 바꿔놓고, 세상이 다 바뀌었다고 착각한 거죠.
하지만 세상은 변해갈 겁니다. 전 제 꿈을 이뤘습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꿈꿔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정직한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
사람이 제일 소중한 가치가 되는 세상.
솔직히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직한 사람이 뒤처지고, 사람보다 돈이 앞섭니다. 하지만 전 믿습니다.
반드시 옵니다. 그 꿈 같은 세상!"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우리 주변의 작은 환경뿐이다. 그 작은 변화가 당장 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겠지만, 그 작은 변화가 모이게 된다면 세상을 크게 바꿀 수도 있다. 과거 내가 6·4 지방선거 전에 작성한 《세상이 바뀌지 않더라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에서 말했던 것처럼 세상은 돌연 바뀌는 게 아니라 우리의 그런 작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하는 것이니까.
드라마 《빅맨》이 보여준 건 단순히 시장 바닥의 양아치가 성공한 기업가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득권에 맞서서, 괴물로 보였던 그 힘에 맞서서 사람을 지키며 사람과 함께 사람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우리의 바람을 담은 인물이 승리하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드라마 《빅맨》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이 드라마 《빅맨》의 김지혁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당장 크게 일으키는 건 힘들겠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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