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던진 빅맨 김지혁의 뼈 있는 말
- 문화/문화와 방송
- 2014. 6. 9. 07:30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우리 사회에 던진 빅맨 김지혁의 뼈 있는 말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10시에 드라마 《빅맨》을 보는 건 이제 하나의 습관으로 단단히 굳었다. 오직 뜨거운 가슴 하나만을 가지고 차디찬 칼날을 들이대는 사회에 과감히 도전하는 주인공 김지혁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지금 드라마 《빅맨》의 시청률이 꾸준히 올라가는 이유는 바로 이 매력이 사람들에게 전해져 김지혁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 글의 본론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6월 4일 지방선거 결과 아직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시민이 좀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고 항상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 매번 선거 때마다 우리의 밥그릇을 뺏어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배까지 가르려고 하는 사람을 지지해준다. 뭐, 그 사람들의 판단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그 잘못마저 눈 감은 채 '그래도 부자가 되려면 집값을 올려 줄 사람을 뽑아야지'하며 미개한 국민이 되는 거다.
…글쎄. 이 부분은 시대가 지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투표율이 60%에 미치지도 못하고, 투표할 때 장난식으로 기표해 무효표를 만드는(직접 표 검토를 한 사람에게서 들었다.) 사람이 바뀌어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이 장난으로 투표를 하고,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를 '뽑을 사람이 없어서' 라고 말하는 건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 사람을 믿으라고 말하는 건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좀 더 나은 사람이 더 나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한, 나의 작은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는 한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서울시를 보라. 오세훈에서 박원순으로 바뀐 것만으로도 얼마나 사람 사는 세상이 되었는가.
ⓒ드라마 빅맨
지난주에 드라마 《빅맨》에서 김지혁은 현성유통의 직원들의 부탁을 받고 '법정 관리인'이 되기 위해 강동석과 맞서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김지혁은 그 과정에서 현성유통 내부에서 강동석에게 정보를 흘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추리하게 되었고, 그의 정체를 직원들과 협심하여 찾아냈다. 당연히 직원은 배신자는 용서할 수 없다며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지만, 김지혁은 그동안 자신을 믿어줬던 사람들에 대한 힘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강동석은 말입니다…. 다 가진 놈입니다. 돈, 권력… 모든 걸 다 가졌습니다.
그런데 우린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밖엔…. 그것마저 버리면 우린 집니다."
이 말은 김지혁이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던 경험이 있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사람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지금도 그를 응원하며 믿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는 사람을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한 거다.
이는 단순히 드라마 작중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의미를 좀 더 크게 보고자 한다. 이 말은 우리 사회에 던진 뼈 있는 말로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 불신이 하나부터 열까지 만연하고 있으니까. 특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사람과 정부 부처에 대한 불신은 눈에 보일 정도로 그 강도가 강해졌다. 아니, 애초에 나라의 돈과 권력을 쥔 사기꾼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저 바보같이 우리만 믿고 있었던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해야 옳은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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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지난 대선에서 사람을 보지 않고, 그저 그 뒤에 숨은 마케팅에 현혹되어 돈과 권력만을 보았다. 그리고 그 돈과 권력이 강한 나라를 만들고, 경제를 부양시켜주고,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문재인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정말 치명적인 실수라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보다 더 강하게… 마치 유신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언론을 조작하면서 북풍을 가지고 손에 쥔 권력에 위협을 가하는 사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 공권력의 폭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 소방관의 외침은 그 폭력에 저항하는 아우성이고, 청계천 등지에 모여 촛불을 밝히며 책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폭력에 저항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일상으로 돌아간 많은 사람에게서 이미 세월호가 보여준 썩은 대한민국의 모습은 잊히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꾸준히 세상을 향해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정녕 괜찮으냐?"…고.
김지혁은 말했다. 돈과 권력을 다 가진 놈 앞에 맞서기 위해서 우리는 사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그것마저 버리게 되면 우리는 질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나는 아직 문재인을 포기하지 않았다. 박원순을 포기하지 않았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 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다음에는 이 부당한 현실을 고치기 위해 투표하리라 믿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똑바로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작년 봉하마을에서 있었던 고 노무현 4주기 추모식 때 볼 수 있었던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는 말. 지금 우리의 가슴에 품어야 하는 건 이 말이 아닐까? 드라마 《빅맨》의 김지혁이 우리 사회에 던진 뼈 있는 말은 다시 한 번 더 우리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환기해준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각박한 세상에 올곧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면, 그만큼 비참한 일이 또 없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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