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더 특별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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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칼에 맞선 당신들의 피로 지킨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은 5월 18일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다. 몰상식한 정부가 휘두르는 권력이라는 거대한 철퇴 앞에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진실을 전하고자 했던 많은 사람이 희생된 날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서 굳건히 오늘날의 문화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미 세계에서 그 의의를 인정하고 있고, 오늘은 모든 사람이 잠시나마 숙연해지는 그런 날이다. 하지만 나는 마냥 여기서 좋은 이야기만 할 수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내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북한 세력에 의한 폭동'으로 폄하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베.)


 게다가 지금 2014년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기틀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아니, 이미 그 이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세습되어오는 기득권 세력의 의해 썩고 있던 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기둥이 삐걱대는 소리가 글을 쓰는 사이에도 들리는 듯하다. 과거 이를 바로 잡고자 했던 대통령들은 기득권의 거센 반발에 힘없이 무너졌고,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시민은 그 대통령의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MB정부 이후 '부분적 언론 자유국가'로 강등된 대한민국은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무서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언젠가부터 진실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권력과 맞서 싸워야만 했고,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과장이 아니냐고? 아니, 절대 아니다. 이는 부정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2014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아마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모습이라고 말해도 허언이 아닐 거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은 KBS 기자들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벌어진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함과 동시에 개혁을 요구하는 영상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단순한 인재와 아까운 생명의 희생이 아닌,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준 사건으로 우리에게 인식되었다. 정부가 보여준 무책임한 행동과 거짓말은 정말 너무나도 극명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정부는 그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기보다 다가온 선거철을 맞아 형식적인 사과를 하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하면 국민은 모두 이를 잊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품고 지금 당장 책임 회피를 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을 뿐이다. 그 회피 전략 중 하나가 북한의 무인기 소동이고, 간첩소동이고, 세월호 선장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행동이고, '자꾸 이러면 경제가 어렵습니다'는 막말을 하는 거다.


 우리 국민을 도대체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런 거짓말을 연이어 내뱉는 건지 참으로 기가 막힌다. 바로 눈앞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저건 북괴의 조작인 신기루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이런 잘못을 사람들이 지적해도 그들은 여전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믿는 '미개한 국민'들은 여전히 자신의 손가락과 혀 놀림에 현혹되어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모든 심각한 일은 언제나 깜짝 분노, 깜짝 개혁 요구에 그치기만 했지… 한 번도 제대로 개혁이 된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정치에 몸담고, 재계에 몸 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경향신문


 일부 사람은 '설마 이번에도 사람들이 그러겠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이기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드라마 《추적자》에서 김상중이 말했듯이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그 본질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내 앞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감히 '정의로운 행동을 무조건 할 것이다'는 답을 확실히 할 수 없을 거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


 지금 당장 내가 하는 질문에 100% 확신을 가지고 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거다. 그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우리가 이렇게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에게는 판단을 보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소가 있으니까. 정말 절박한 선택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물며 그저 남의 이야기에 불과한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을 향해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당성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외침을 멈추지 않는 건 사회의 부조리함에 피해를 겪었던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제발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사건 이후 여기저기서 반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확성기 역할만 해오던 일부 언론에서도 그런 일에 대한 사과와 함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사회 문제에 관심조차 없던 학생들도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에게 책임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나마 이 모습은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건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비록 내 이익을 위해 잠시 진실에서 고개를 돌려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 보며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더 많이 있다고 난 믿고 싶다. 더 이상 우리는 정치인과 기득권 세력이 짜고 펼치는 꼭두각시 인형극의 꼭두각시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법이다.


 역사에 기록된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에서 제 목숨을 아끼지 않고 권력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운 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적인 세상, 그저 거짓 나부랭이가 말하는 거짓이 아닌 평범한 진실과 정의를 찾고자 했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도 큰 부와 명예가 아닌,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일 뿐이다. 에나 지금이나 다른 건 하나도 없다.


 2014년이라는 이 시기에, 명색의 OECD 국가 중 하나라는 이름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꿈으로 남아 있는 이 사태를 뭐라고 말해야 할까. 하아,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언제나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꿈으로만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난 오늘 2014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은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현재진행형으로 목격하고 있기에 좀 더 특별한 날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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