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을 잘 하지 않는 나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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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하지 않는, 아니, 할 줄 모르는 이상한 나의 사는 이야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 혹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보낸다. 그냥 이유 없이 카톡으로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기도 하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한 테이블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이는 우리가 모두 당연하게 생각하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wake up! girls!


 그러나 그런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않는, 아니 보내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 사이에 미운털이 박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친화력이 많은 것도 아닌…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사람이 말이다. 지금 글을 쓰는 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 혹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과 의미 없는 말을 주고받으며 평범하게 일상을 보낸다는 건 내게는 무척 낯설게만 느껴지는 일상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내가 그런 상호소통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에 이유가 있다. 나는 특정한 이유 없이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분명한 목적이 없다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어떤 대화를 잘하지 못한다. 아니, 잘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보다 회피한다고 말해야 할까? 그 정도로 나는 평범히 잡담을 떨며 이야기하는 행동을 못 한다.


 얼마 전에 나는 설 명절을 맞아 제법 친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두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한 명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의 친구였고, 한 명은 부산 동래구 명륜에서 북카페를 운영하는 형이었다. 모두 설날을 맞아 안부를 묻는 연락이었는데, 두 사람 다 "연락 좀 자주 해라. 네가 안 하니까 이렇게 갑자기 연락을 먼저 내가 한 거다."라고 말했었다. 아마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게는 이런 일이 흔히 일어날 정도로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딱히 어떤 사람과 관계가 지속해서 이어지지 못한다. 사람이라는 건 연락이 뜸해지면, 자연히 멀어지는 그런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존재이니까. 내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유가 '나만 아는 독불장군'이라서가 아니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소 주변에 있는 사람과 평범히 지내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특정한 이유 없이 특정한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평소에 그런 생활도 보내지 않는다. 나의 하루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시작해서 혼자로 끝날 때가 1년 365일 중에서 330일 정도를 차지한다. 물론, 그 사이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앉아 있는 시간도 다소 있지만…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에 함께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말 한 마디조차 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노라가미


 앞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이런 식으로 생활하고 있는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가 막힐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 재잘재잘 잘 떠드는 사람이 현실에서는 평범한 대화조차 하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끔찍한 인간관계 속에서 생활을 해야만 했던 내게는 그 시절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이런 바보 같은 일상이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사람들과 평범히 이야기할 수 있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래도 원했던 만큼 잘되지 않았다. 어떤 결과를 이루기 위해서 대화를 하거나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대화를 하거나 그냥 청자의 입장에서 듣는 역할을 하는 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내가 이유 없이 어떤 말을 꺼내는 건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특히 내가 이유 없이 어떤 사람들에게 연락하려고 할 때마다 '상대방이 귀찮아 하지 않을까?' '실수로 미움 받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배신당하는 건 아닐까?' 등의 고민 속에서 머리카락만 쥐어뜯는다.


 참, 바보 같은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노력해보았지만, 아직도 많이 바뀌지 못했다. 지난 십몇 년 동안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힘들었기에 나는 사람과 만나거나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고민을 하며 힘들어하거나 자괴감을 느낄 바에 그냥 연락하지 않고, '명확한 이유'가 있을 때 연락을 주고받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미움받는 존재가 되기보다 그냥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나는 막연히 연락하기보다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에만 연락한다.


ⓒwake up! girls!


 주변에 있는 몇 안 되는 형이나 친구들이 이유 없어도 그냥 가끔 연락하라고 하지만, 도무지 그렇게 쉽게 실천이 되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이 연락하기'는 여전히 내게 불가능한 영역이다. 단순히 주변에 있는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평범한 가족끼리도 집에서 말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일절 연락을 하지 않는다.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지금도 여전히 내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어렵게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블로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엄청나게 긴 시간을 혼자 고민했고, 모임 장소에 들어가기 전에 물과 정신과 약을 먹고 들어가야만 했었다. (그 모임에서 익숙해지면 조금 편해지지만, 후유증이 상당히 강하게 남는다. 잠을 못 자거나 소화가 안 되어 토하거나 등.) 하나의 큰 도전이지만, 과감히 그 선택을 하기에는 정말 많은 시간 동안 힘든 고민을 해야만 했다. 인터넷에서는 직접 사람을 대면하지 않기에 편하지만, 역시 아직 현실에서는 상당히 어렵다.


 지금도 조금씩 더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개인적으로는 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아직 잘 안 된다. 주변에 있는 친구 한 명은 나의 이런 사정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이렇게 연락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 때마다 내가 섣불리 다시 연락하는 일이 더 어렵기만 하다. 연락을 잘 하지 않는 건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섣불리 연락하기에 뭔가 어렵기 때문인데, 이를 또 어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몇 년 동안 아주 친하게 지냈었지만, 훈련소에 가거나 병원 생활을 하느라 미처 연락하지 못했던 한 친구에게 연락할 수 없어 정말 답답하다. 연락처도 알고 있는데… 참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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