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치글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한탄입니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12. 15. 07:30
제가 블로그에 쓰는 글은 정치적 목적을 띈 글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한탄입니다.
저는 2009년에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여 2013년까지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멋도 모르고 그냥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쓰는 것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아는 분의 초대장을 받아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면서 저는 제가 겪은 경험과 함께 세상에 대한 한탄을 블로그에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살면서 경험한 사회에 대한 한탄, 학교에 대한 한탄, 일상에 대한 한탄… 그리고 책을 보면서 읽을 수 있었던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저의 세상에 대한 한탄이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목적을 띈 글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정치에 대한 반발심이 없었으면 그런 느낌이 있는 글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세상에 대한 한탄을 하다 보니 정치를 조금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 글에는 조금씩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글을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어떤 세력을 와해하기 위해서 쓴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단순히 세상에 대한 한탄일 뿐입니다.
대학도 1년밖에 다니지 않아 배움도 짧고, 바깥 생활을 하기보다 반히키코모리로 사는 제가 무슨 큰 지식과 힘이 있다고 그런 글을 계속해서 발행할 수 있을까요. 그저 제 글에 담긴 모든 것은 24년 동안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배운 것과 깨달은 것, 그리고 세상이 제게 가르쳐준 절망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어휴'하고 내쉬는 깊은 한숨과 함께 글이 되어 제 블로그에 매일 발행되는 한 개의 글로 탄생한 것들이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힘듭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에 순순히 복종하도록 가르치고 있는 학교, 정부, 사회기관… 등 이런 진격의 거인들에게 맞서기에 우리는 너무 힘이 없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더 힘이 없을 것 같은 제가 어찌 위험한 도전을 과감히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도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는데…. 애초 그런 용기가 있었다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죽음으로 내몰렸던 시절에 저는 용기를 낼 수 있었겠죠. 그러지 못했던 제가 할 수 있는 건 24년간 겪은 세상에 대한 한탄을 글로 이야기하는 것,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 그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안녕들 하신가요, ⓒ오마이뉴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제 한탄을 누군가가 흘려가는 시선 속에서라도 한 번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부당한 일을 겪으며 늘 가슴 속에 '언젠가 세상을 바꾸고야 말겠다'는 말 한마디를 품고 살았지만, 여전히 제게는 힘이 없습니다. 그래도 블로그는 제게 세상 사람들의 눈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발행하고 있고, 세상에 대한 한탄을 '사회'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서 하나의 글로 만들어 발행하고 있습니다.
가슴 속에 있는 이 쓰라린 아픔을 글로 옮기는 행위만으로도 상당히 마음이 편해집니다. 우울증 때문에 먹고 있는 항우울제보다 훨씬 더 제 마음을 안정시켜줍니다. 글을 쓰는 건 그래서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저 자신을 몇 번이나 되돌아보며 '나는 왜 사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읽는 책들, '너무 힘들어'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참기 어려울 때 읽는 책들은 아주 따뜻한 책들이었습니다. 그 책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었습니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꾸준히 티스토리 우수블로그로 선정되었고, 2011년도에는 다음뷰 블로거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세상에 대해 한탄을 하며 내쉬는 한숨이 길바닥의 먼지를 일으킬 정도로 비관적인 생각만 할 때, 글을 쓰는 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야기도 할 수 있었고, 제가 모르는 세상 이야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 글은 어떤 특정한 목적을 가진 정치 글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한탄이었습니다.
2013 우수블로그
저는 얼마 전에 쉽게 풀 수 없는 수은 레버 폭탄이 장착된 목줄을 목에 메게 되었습니다. 행동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제 더는 세상에 대한 한탄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작은 소리로 속닥거리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위험한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사람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니까요. 아니, 어쩌면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 속에서는 '이래서는 안 돼.'라고 알고 있지만, 머릿속은 늘 세상이 시키는 대로 따르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으니까요.
앞으로 저는 세상에 대한 한탄을, 가슴 속에 응어리를, 쉽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불덩어리를 삼키듯 침묵할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한탄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이 글을 끝내기 전에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여쭙고 싶습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해라.'라고 주입식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오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어른들이 만든 세상에서 그대로 살아오고 있는 지금, 여러분은 정말 안녕들 하신가요? …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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