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정녕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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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살 길을 막아놓고,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국세청의 불편한 진실


 혹시 어릴 적에 자신의 집에 '빨간 딱지'가 붙었던 적이 있는가. 갑자기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집에 있는 가전제품과 가구들에 이상한 빨간 딱지를 붙이고 갔던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이 질문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걸까.' '나는 또 한 번 멍청한 바보짓을 하는 것이 아닐까'는 자책을 할 정도이니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빨간 딱지의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알 것이다. '19세'에 붙는 그런 빨간 딱지가 아니라 지방 법원이나 국세청에서 개인 재산에 압류를 거는 '압류 딱지'를 말한다. 이 빨간 딱지가 집 곳곳에 붙는다는 건 재정 상황이 정말 최악에 이르렀고,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빈털터리로 길거리에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얼마 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던 연예인 윤정수의 개인파산도 이 빨간 딱지가 붙을 정도로 많은 빚 때문에 개인파산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위기였다는 걸 보여주는 예이다.



압류 딱지, ⓒ오마이뉴스


 우리 집은 이때까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압류 딱지가 두 손의 손가락을 다 사용해야 그 횟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붙었었다. 어린 시절에는 이 딱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몰라 학교에서 사회 수업을 듣는 중에 '우리 집에도 이런 딱지가 붙어 있어요.'라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철이 없었다. 그러나 이 딱지가 붙었다는 것이 마냥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딱지가 붙을 때마다 집안이 항상 시끄러웠고, 어머니께서는 '그냥 죽고 싶다. 확 그냥 다 죽자!'이라는 말을 되풀이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딱지가 우리 집에 붙어 있지 않다. 하지만 언제 그 딱지가 붙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가 떠넘기고 도망간 빚과 여러 빚이 많이 남아있고, 얼마 전에도 또 한 번 이렇게 빨간 딱지가 붙어 아주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뻔했었다. 이번에 이 위기에 봉착했던 건 내가 7월에 공익 근무 중 사고로 입원하면서 어머니께서 큰 비용이 수술비와 병원비에 들어갔었고, 어머니가 하시는 사업이 여름에 거의 일을 하지 못해 거의 부도가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국세청에 내야 할 세금 약 1,000만 원가량을 내지 못해 국세청이 집에 압류를 걸었었다. 게다가 국세청은 집에 압류를 거는 것도 모자라 어머니가 거래하는 공공기관에서 받는 거래대금에도 압류를 걸어 거래대금을 중간에 바로 가져가려고 했었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가장 중요한 거래처인 공공기관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위기를 겪을 수도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당장 국세청에 전화해서 "이번 대금이 다 들어오는 대로 세금을 내려고 하고 있으니 압류는 풀어달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국세청은 "벌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지금 당장 세금을 전부 내지 않는 한 압류를 전부 풀 수 없다."고 완강하게 거절했다. (모두 마이너스였다.)


 어머니께서는 "저 그러면 부도납니다. 부도낼까요? 돈을 벌어야 세금을 낼 거 아닙니까? 이렇게 하면 세금 못 내요."라고 항변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번 일은 어머니가 지인 분께 급하게 500만 원을 빌려 밀린 세금 일부를 납부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 자영업자가 어떤 일도 못 하게 만들어 놓고,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여기저기 다 압류를 걸어 협박하는 국세청의 행동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재벌과 정치인들에게는 강경하게 하지 않으면서, 먹고 살기 힘든 서민층과 자영업자들에게는 그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행동에 오히려 화가 날 지경이었다.



국세청, ⓒsbs


 아마 우리 집만 아니라 적잖은 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카드 돌려막기를 하거나 겨우겨우 빚을 갚으면서 생활해 나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뉴스에서도 이런 일은 드물지 않게 보도가 되기 때문에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하나같이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항상 말만 하고 행동으로 전혀 실천하지 않는다. 대선까지 사기를 치는 마당에 그들에게 서민들의 삶이 머릿속에 들어 있기는 할까. 웃대가리가 그러니 아래에서 일하는 검찰이나 국세청도 마찬가지로 서민만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더욱이 새롭게 바뀌고 있는 여러 정책은 힘들게 카드 돌려막기나 현금 서비스 등을 이용해 빚과 이자를 갚고, 조금씩 삶을 연장해가는 서민들은 죽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이 나라가 이렇게 서민을 죽이지 못해 안달일 수가 있단 말인가. 겨우겨우 숨이 붙어 조금씩 삶을 연장해가는 사람들에게 남은 작은 생명줄마저 끊어버리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극소수 재벌과 기득권을 위해 필사적으로 정책을 펼쳐지는 이 나라가 정말 대한민국 국민의 나라가 맞는가.


 우리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정녕 도둑일 뿐이란 말인가. 선거철 때마다 들려오는 '민생 경제를 살리겠습니다.'이라는 말은 모두 어디로 갔다는 말인가. 재벌과 정치인과 기득권 이외에는 그저 깡소주를 마시면서 분을 삭이며 죽을 수 없어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닐까.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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