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힘, 어려운 사람과 대화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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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힘, 연령과 직업을 넘어 '대화'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필독서로 인정받은 책


 많은 사람이 요즘 시대를 가리켜 '단절의 시대'라고 말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휴대용 스마트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어디서든 SNS를 통해 많은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는 이 시대에 '단절의 시대'라고 말하는 건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스마트기기들로 우리는 서로 만나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시간이 정말 많이 줄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굳이 직접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된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카카오톡 같은 메시지 어플을 통해 이야기하는 쪽을 훨씬 더 선호하고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다른 사람과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장을 보러가면 "어서오세요, 오늘은 뭘 드릴까요?" 하는 채소가게 아저씨의 인사를 받을 일도 없이,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면서요?" "요즘 날씨가 참 따뜻하네요." 같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이, 그저 사고 싶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대로 간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는 계산대 점원의 인사에 잠자코 고대를 끄덕이다 집에 오면 그만이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카드를 넣어주세요." "주차권을 뽑아주세요." 하고 기계가 상냥하게 안내해주니 허전하지도 않다.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점점 줄고 있으니 말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사무실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도 대화 대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문자 메시지와 실제 대화는 엄연히 다르다.


 위 이야기는 특정한 어떤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예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화적 발달이 편리함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지적하는 '소통 부재'라는 현실을 가져다주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뭐, 나처럼 평소에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여 굳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횟수가 적어지다 보면 짧은 대화를 하는 데에도 큰 불편함을 겪을 수가 있다.


 원래 나는 사람과 만나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이유는 내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싫다는 점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해야만 할 때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늘 혼자 밥 먹고, 혼자 대화하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행사에 참여하고… 모든 게 혼자 하는 데에 익숙하기에 다른 사람과 섞여서 대화하는 일은 내게 특히 어렵다. 더욱이 어떤 사람과 만날 때 '이야기를 해야 하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는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정말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 당장 자리를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때가 정말 많았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글로 표현하거나 메시지로 이야기하는 건 용건만 말하면 되는 일이라서 간단하지만,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그렇지가 않으니까.)


 지금도 그런 성향 때문에 사람과 만나는 일이 상당히 꺼려지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 바뀌었다. 왜냐하면, 굳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대화를 충분히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만나면 항상 '무슨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말을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건 말을 주도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맡기면 되고, 나는 그저 대화를 듣는 '청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간간이 내 의견을 말하면 되니까. 그 사실을 나는 여러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듣는 힘, ⓒ노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책 '듣는 힘'도 그런 사실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는 책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인터뷰어 아가와 사와코가 자신이 다른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서 깨닫고, 배운 점을 이야기형식으로 적은 책이다. 무엇보다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다른 책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가 만난 사람과 이야기를 거기서 무엇을 배웠는지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 '딱딱하다'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건 단순히 어떤 식으로 청자의 입장이 되어 대화를 들어야 하는가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 자세를 기본으로 하여 우리가 삶을 살면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까지 배울 수가 있다. 아마 책을 읽으면서 '듣는 힘'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변화와 여러 가지 매력적인 힘에 아주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었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대화에서 리드를 잡는 방법이 아닌, 조금 더 사람의 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책 일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마 아래의 두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그리고 내가 왜 좋은 책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정치가 요시이에 히로유키 씨를 인터뷰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과거에 미친 들짐승처럼 날뛰던 불량 소년이었다. 나중에 마음을 다잡고 착실히 살고자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지만 불행히도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던 그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난 역시 안 되는구나.'

그때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찾아와 의식이 몽롱한 그에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죽으면 안 돼. 넌 내 꿈이란다."

은사의 한 마디에 그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용기를 얻었다. 그 순간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말을 선택했을까. 그리고 그 말은 요시이에 씨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 나는 그 기적과도 같은 말 한 마디의 매력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마주한 병실 풍경이 생생히 그려져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인터뷰어가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중요하다. 그리하면 내가 그 사람 또는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면서 그제서야 이해되는 것들이 생기고 새로운 궁금증도 떠로은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감동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충분히 이해해요."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일어날 리가 없다. 상대와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는 한.


'당신의 마음을 다 안다'는 식의 맞장구로 응수하면 상대는 흥이 꺠져버린다. 그런 말은 무의미하다. 진심을 담은 말 한 마디로 인해 삶을 되찾은 사람들은 그런 가벼운 말이 뭘 모르고 하는 소리임을 금방 알아챈다. 이해와 공감은 절대 쉽지 않다.


인생에서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생각해 보면, 사소한 맞장구도 가벼이 여길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된다.



대화는 살아있는 것이다. 지금도 때때로 그 말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좋은 이야기를 듣고자 물샐틈없이 준비를 해도 생각처럼 되지 경우가 좀처럼 없다.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음악이나 연극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왜 음표가 정해져 있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또 들으려는 것일까. 왜 관객들은 같은 배우가 나오는 같은 제목의 연극을 기꺼이 몇 번이고 보러 가는 것일까.

그것은 날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분, 그날의 몸 상태, 그날의 관객에 따라 연기자 자신도 놀랄 만큼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단골 레스토랑에서 평소 즐겨먹던 요리를 한입 먹어본 손님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요리사가 오늘 아침 부부싸움이라도 했나?"

음식의 간이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사소한 변화에도 인간의 뇌는 반응한다. 그래도 단골손님은 계속 그 레스토랑을 찾는다. 다음에는 틀림없이 다른 맛을 맛볼 테니까.

만일 인간이 늘 같은 것. 항상 최상급의 품질을 연주나 연극, 요리에 바란다면 컴퓨터나 로봇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누구도 항상 똑같은 것을 바라지 않는 이유는 물론 기교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변하기 쉬운 인간의 본질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화는 악보나 대본이 없다. 그 자리에서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사이에 어떤 화학 작용이 일어나 무슨 분위기가 조성될지 아무도 미리 알 수 없다. 나 자신도 예상대로 끝난 인터뷰보다 뜻밖의 결과물이 나온 인터뷰가 더 만족스럽다.

"그런 얘기가 나올 줄이야! 정말 깜짝 놀랐어."

인터뷰가 끝난 뒤에 팀 동료들과 얼마나 자주 이런 말을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듣는 힘' 책을 읽다 보면 '대화라는 것이 저렇게 매력적이구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데에 서툴고,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일을 꺼리는 나이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책의 저자 아가와 씨의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물론 책을 덮었을 때 그 기분이 통째로 사라진 건 아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꿈꿔왔던 '연예인과 명사 100인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 뒤에 그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싶다'는 하나의 꿈이 내 마음속에서 크게 술렁였다. 이 일은 조금 뒤의 일이 되겠지만, 내가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책이라는 건 저자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책의 제목이 '듣는 힘'인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 저자가 말하는 '듣는 힘'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평소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어떤 식으로 대화해야 하지?'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할까?' '내가 이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까?'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면, 그 고민을 덜 수 있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책은 정말 우리에게 듣는 힘이 무엇인지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통해 전해주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나처럼 다른 사람과 만남이 어렵고, 대화가 어렵고, 사람 자체가 어려운 사람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다. 분명히 책을 통해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저 살 많이 쪘죠?"
"아뇨, 안 쪘어요!"

왠지 상처 받지 않는가? 속으로는 살이 쪘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속내를 들킬까봐 바로 부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한참 뜸을 들인 후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아니요, 전혀……."

반응이 느리면 느린 대로 상처 받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부정해야 상대라 위로 받는 기분이 들까? 나와 바바, 보조 아가씨가 실험해본 결과, 2초 뒤가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3초는 너무 길고 1초는 부자연스럽다. 역시 2초가 가장 적당하다.

어떤 말로 위로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말투나 표정, 몸짓, 말의 빠르기나 톤 등이 모두 어우러져, 진심으로 상대를 위로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상대가 자신을 낮출 때 또는 스스로 부정하는 발언을 할 때, 어떤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까. 정해진 규칙은 없다. 말이 아니라 그 말에 담긴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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