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의 정인영 물벼락 사건을 통해 본 선후배 문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5. 27. 15:20
선배 지시가 말미암은 임찬영 정인영 물벼락 사건을 통해 본 한국의 선후배 문화
주말 동안 펼쳐졌던 SK와 LG의 시합에서 LG가 SK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면서 들뜬 기분에 취했었다. 승리에 들떴던 LG 선수들은 수훈 선수가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물벼락을 날렸는데, 그 물이 아나운서에게 직격하면서 네티즌의 많은 비판을 샀다. 어제 한동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로 '정인영 물벼락', '임찬규 사과' 등의 단어가 떠올랐었다. (여전히 이 일에 대해 네티즌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정인영 물벼락, ⓒmydaily
이번 사건에서 절제되지 않은 세레머니의 문제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른 문제를 이 사건을 통해 지적하고자 한다. 정인영 아나운서에게 물벼락을 선물한 임찬규는 선배의 지시로 그런 행위를 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중요시 보아야 할 건 바로 '선배의 지시'라는 문구다. 나는 남성이기에 여성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에게는 사회생활에서 이 선후배 사이가 정말 크게 작용한다. 아마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연고주의'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이 선후배 문화에서 시작하고 있다.
아마 우리 한국이 가지고 있는 이 연고주의 문화에 관하여 좋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 연고주의 문화를 썩 좋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좋게 생각하는 사람은 선후배 사이나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을 먼저 챙겨주는 게 뭐가 나쁘냐고 말하겠지만, 이 연고주의는 좋은 방향이 아니라 안 좋은 방향으로 악용될 확률이 낮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비리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연고주의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어릴 때 다녔던 초, 중, 고등학교 부터 예부터 살펴보자. 학교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집단 따돌림과 폭행, 금품갈취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일어나는데, 그 중 금품갈취를 위한 폭행은 상당수가 '선배의 지시'로 이뤄지는 예가 많다. 3학년 일진 선배가 2학년에게 '돈과 담배를 가져와라.'라고 시키면, 2학년은 1학년에게 그대로 '돈과 담배를 가져와라.'라고 전달하고, 1학년은 선배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조금 더 악질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선후배 문화'는 분명한 학교 폭력 발생 원인 중 하나다.
또한, 남자들은 군대라는 것을 다녀오게 되면서 이런 선후배 문화라는 족쇄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나이를 좀 더 먹었거나 남보다 조금 더 학교에 빨리 간 것은 절대로 벼슬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그런 게 벼슬이라도 되는 듯 '난 선배야. 넌 후배고. 그러니 내 말을 들어야지.'라며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대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음주문화도 이런 잘못된 선후배 문화 사이에서 빚어진 '강요'가 그 원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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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선후배 문화의 잘못된 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선후배 사이면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무슨 큰 사회문제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 자체가 바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서로 존중하며 좋은 부분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선후배 문화를 누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겠는가?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특히 한국에서는 좀 더 이 선후배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이번 정인영 물벼락 사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선후배 문화는 바로 우리 사회의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임찬규는 선배의 지시로 행동하였지만, 그 행동이 사회적 물의로 빚어져 임찬규 개인의 사과와 함께 구단 측에서도 사과를 했다. 이번 사건은 '운동선수에 대해 인성교육을 똑바로 하라'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건 인성교육만이 아니라 잘못된 선후배 문화를 함께 지적해야 하는 문제다. 존경할만한 선배를 따르고, 바른 행동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배 밑에서 억지로 옳지 못한 이런저런 행동을 해야 하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한국의 '정'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역할을 할 때는 정말 최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수준에 이른다. 학교 선후배, 직장 선후배, 운동 선후배, 군대 선후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이 선후배 문화가 과연 얼마나 긍정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일부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겠지만,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부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다. 이 말대로 윗물이 더럽다면, 절대 아랫물은 맑을 수 없다. 가령 아랫물이 맑은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더러운 윗물이 계속해서 오염을 시키기 때문에 언젠가는 더러워질 확률이 높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선배로 두고 있다면, 당연히 그 후배는 그 선배와 완전히 모든 것을 끊어버리지 않는 한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가 사는 한국이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선후배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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