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사건이 보여준 현시대의 불편한 진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5. 25. 10:36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일으킨 사건을 통해 본 현시대의 불편한 진실
최근 '일베? 일베가 뭐야?'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일베'는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를 부르는 줄임말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비하와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악의적으로 비하한 사건을 통해 하나의 큰 사회 문제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베'라는 사이트는 현재 광고가 전면 중단된 사태이며, 여전히 사이트의 존속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일베'라는 사이트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하는 짓이 정말 버려야 할 짓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한다면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천천히 한 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우리가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일베 사건을 통해 볼 수 있는 건 '일베는 쓰레기다. 없어져야 하는 사이트다'라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 아닌, '잘못된 역사 교육과 인성 교육의 부재'라는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건 많은 사람이 외면하고, 애써 부정해오고 있던 우리가 사는 현시대의 현실이다.
'일베'라고 불리는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볼 수 있는 인신공격성 글은 정말 '최악'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으로 글이 작성되고 있다. 또한, 그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 생활에서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으나 그처럼 다른 사람을 비하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물론, 일베에서 그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무슨 헛소리냐? 네놈이 정신적으로 문제 있지, 우리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그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자. 나는 일베에서 남을 악의적으로 헐뜯는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메인 화면
위 이미지는 일베 사이트 메인 화면인데, 그저 웃고 넘기기에는 조금 심각한 제목의 글들을 다소 볼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하여 이 글들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 국가에서 자신들끼리 서로 떠들면서 노는 것을 억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베가 문제가 되는 건 그 수준이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망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사의식이 잘못된 사람들의 만행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역사 왜곡을 스스로 부추기고 있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우리나라 역사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많은 역사 왜곡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그 역사 왜곡에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생각해보았는가? 그건 다름 아닌, 우리나라 내에서도 우리나라 역사를 스스로 왜곡하여 주장하는 세력이 강한 힘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베는 그 일부 중 하나로 '극단 보수주의'를 넘어서 그냥 '나라를 왜곡하는 매국노 집단'으로 발전하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 애국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왜곡하고 있는 역사는 중국과 일본에서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역사 왜곡을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 그런 사람을 가리켜 어떻게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보수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으며, 애국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일베에서 그런 일을 선동하는 사람이나 그런 일에 따르는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스스로 '나는 쓰레기다. 내가 한 짓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꼴이고, 자신들이 그동안 해온 모든 일이 없었던 일이 되어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베에서 남을 비하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올바른 사실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사는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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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우리나라 사회가 가진 사회문제 때문이다. 경쟁을 미친 듯이 강요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경쟁에서 뒤로 밀려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면서 채우고자 한다. 비록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하루하루 언제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른 사람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된 곳이 바로 '일간베스트(일베)' 같은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잘못된 그 사회 문화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지 못한, 삶의 방향이 잘못된 곳으로 향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일베라는 사이트를 무조건 차단하기보다 왜 그런 사이트가 생겼고, 왜 그런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베 사건을 계기로 더는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는 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이 이유 없이 남을 욕한다고 하여 자신도 따라서 이유 없이 그들을 욕한다면 똑같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먼저 '일베'라는 사이트를 인정하고, 그들은 우리가 사는 현시대가 낳은 부랑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일베'와 같은 사이트는 존재하고, '일베'에서 이야기하는 악의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무마시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은 아침이 되면 태양이 떠오르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그런 사이트와 그런 사람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줄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시대에서 거의 가치가 없어진 '바른 역사교육'과 '바른 인성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다음 세대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씨앗이 싹을 틔우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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