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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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그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보다


 지금 우리 한국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름이 알려진 배우, 굳이 세계 곳곳에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배우가 상당히 많다. 나는 배우의 이름은 잘 모르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던 멋진 연기를 통해 그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배우가 조금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도 그런 배우가 한두 명쯤은 자신의 머리가 아닌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갑자기 내가 '배우'에 관하여 이야기를 한 것은 오늘 소개할 한 권의 책은 어느 배우를 그리면서 그 배우의 과거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쓴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24살밖에 되지 않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배우가 누군지 몰랐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이 이 배우를 좋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책에서 거론되는 배우는 1976년에 연예계에 데뷔하였다가 2003년 4월 1일,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장국영이라는 배우다.


 연륜이 조금 있는 독자들은 이 장국영이라는 배우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가 어떤 배우였는지, 도대체 얼마나 뛰어났길래 이렇게 그를 그리는 책이 나오는가― 궁금증이 들어 아래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노지


 이 책은 장국영의 이야기이지만, 장국영 본인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는 책이 아니다. 장국영을 그리워하는 저자가 과거 장국영이 다녔던 곳, 장국영이 촬영했던 곳, 장국영이 죽기 전에 있었던 곳, 장국영이 죽기 전에 만났던 사람들, 장국영이 죽기 전까지 촬영했던 작품들―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장국영이라는 배우 한 사람에 관하여 진한 향수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그가 머물렀던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감정을 쓴 에세이라고 생각했으나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무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문득 그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소망을 담고 퍼져 나갔을 선향 냄새를 맡으며 그의 시작과 끝, 그가 남겨 놓은 흔적들을 하나하나 찾아 어루만지고 싶어졌다. 한 번도 생전의 그를 만난 적이 없지만, 그와 내가 영화를 통해 대화했던 시간을 더듬어 그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은 위와 같은 이유로 저자가 책으로 쓰기 시작했었고, 마침내 끝을 맺어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위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그저 배우 장국영의 발걸음을 따라서… 그를 모르는 사람들, 그를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 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나처럼 장국영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책에 쓰인 글과 인용된 사진과 자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사람이었는지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노지


장국영의 죽음 이후 사람들이 영화 '아비정전'을 많이 떠올렸다. 영화 속에서 아비(장국영)는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게 내 삶의 마지막 장면이었어. 그래서 난 눈을 뜨고 죽을 거야."라는 아비다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아비의 죽음 이후 영화의 막바지에 어두운 건물의 쇠문 사이로 밤 9시 45분을 가리키는 하얀색 시계가 보인다. 좁은 입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시계. 그 시계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비가 죽고 없어도 여전히 시간은 흘러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이와 같은 저자의 감정이 영화 속 한 장면을 통해 잘 묘사가 되어있기도 하고, 장국영이 만났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가 어떤 지점을 향해 어떤 식으로 좋지 않았는지도 읽을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종이에 인쇄되어 있을 뿐인 글들이 마치 살아서 장국영이라는 인물을 살아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듯했다. 이것은 절대 과언이 아니다. 나처럼 장국영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모습을 마치 오랫동안 본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앞에서 계속 말했듯이 장국영이 만났던 사람들과 장국영의 죽음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불분명하게 보이는 장국영을 조금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아래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런닝맨에 출연하여 동네형 이미지로 우리나라의 많은 런닝맨 시청자들에게 큰 호감을 줬던 성룡이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이야기한 부분이다.


그는 홍콩으로부터 장국영이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고 그대로 주저앉았다고 했다. 감정이 뒤죽박죽 정리가 되지 않아 눈물도 나지 않았고 그저 정신이 멍했다고. 성룡 역시 전부터 계속 장국영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장국영과 마지막으로 식사했던 날이 떠오르는군요. 그가 죽기 몇 달 전, 내가 주최를 해서 장국영, 매염방, 막문위, 장만옥 등 여러 배우와 친구들이 큰 레스토랑에 모였습니다. 테이블을 돌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돌아와보니 장국영이 벌써 가고 없었어요. 그가 인사도 안 하고 갈 리가 없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막문위가 말하길 '여기 레스토랑 천장이 너무 낮아서 갑자기 답답해졌어. 더 이상 못 있겠어. 미안해.'라며 나갔다고 하더군요. 장국영은 나에게 늘 웃는 모습만 보여준 동생이어서, 그날 처음으로 어디가 안 좋은지 걱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자성어 하나를 꺼냈다. '애이불비'. 속으로 슬프지만 겉으로 슬픔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4월 1일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그를 기리는 날이다. 오래전에 그의 웃는 모습과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모습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4월 1일이 무슨 날인지 기억하고 있으리라. 나는 그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한 권씩 손에 쥐여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너무나 좋아했던 배우 장국영을 그리워하면서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드리라 확신한다.


 마치 호수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물결처럼 배우 장국영을 이야기하고 있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 이 책은 분명 그를 위한 책이고, 그를 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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