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시선으로 본 안철수 사퇴선언
- 시사/사회와 정치
- 2012. 11. 24. 07:00
대학생의 시선으로 본 안철수 후보의 사퇴선언
어제 어머니 일을 도와드리고, 피곤함에 잠깐 잠을 청했다가 일어났을 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안철수 후보 전격 사퇴 선언'이라는 소식이었다. 처음 인터넷 포털 메인에서 그러한 문구를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말 사람이 어떤 때에 머리가 새하얘진다는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는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저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한 명의 대학생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는 처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어제 보았던 안철수 후보의 사퇴 선언은 정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대사건이 아닐까 싶다. 기존 정당 정치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너는 누구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나는 안철수나 문재인 둘 중 한 명이면, 무조건 지지한다"고 답해왔었다. 하지만 나의 속내는 안철수 후보로 조금 기울어있었다. 왜냐하면, 안철수 후보가 강조했던 '수평적 리더쉽'과 함께 이때까지 기존의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를 완전히 뒤엎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비록 문재인 후보가 정치개혁을 하고, 정권교체를 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 내부 인사는 여전히 기득권 정치권 세력이 상당수가 차지하고 있다.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새누리당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래서 기존의 어느 파벌에도 소속되지 않고, 정말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후보가 된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개혁'이라는 낱말이 가진 뜻을 보여주기를 바랐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제 그 바람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안철수 후보의 이러한 사퇴선언과 국민의 바람을 몸소 실천하려는 모습은 많은 사람의 가슴에 깊이 남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보아왔던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빠 색을 바꾸고, 옷을 갈아입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다 대의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하는 안철수 후보의 모습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해 보였다. 그동안 안철수 바람이 왜 그렇게 강하게 불었는지, 왜 그토록 많은 국민이 새로운 개혁의 중심으로 안철수 후보를 외쳤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누가 저렇게 '멋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과감히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란, 본디 욕망에 약한 생물이다. 자신이 개인적인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양보하는 것은 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때까지 우리나라 정치에서 그런 군자의 길을 보여준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는가? 전부 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소인배들뿐이었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한 명의 대학생이다. 다른 정치·시사 전문가처럼 전문적인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작성하지는 못하고, 이번 사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를 보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그 같은 길임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어느 정도 개인의 욕심을 부릴 수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줄 아는 저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20대들은 안철수 후보의 저 모습을 똑똑히 가슴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왜 정치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적극 참여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며, 스스로 바꿔나가야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때로는 강경하게 자신의 입지를 다져나가면서도, 때로는 안철수 후보처럼 대의를 위해 백의종군할 수 있는 자세를 지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 할 것을 선언합니다.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방식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제 마지막 중재안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더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이제 문재인 후보님과 저는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얼마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 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에게 드리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에 대해서 잊어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주십시요.
비록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변화에 대한 열망을 풀지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저는 시대와 역사의 소명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몸을 던져 계속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와 함께해주신 캠프 동료들 직장까지 퇴직까지 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와 같은 많은 20대의 멘토였던 안철수의 정치를 향한 첫 발걸음은 이렇게 끝났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멀리까지 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 일을 계기로 하여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 후보가 되었다. 비록 모든 것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되었지만, 이제 국민의 바람은 문재인 후보의 두 어깨에 달리게 되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후보자들이 그 약속을 지키고,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이번 대선에서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이 나와 사람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특히, 나는 나와 같은 대학생― 20대와 30대들에게 반드시 투표할 것을 부탁하고 싶다.
안철수 후보가 대의를 위해 선택한 백의종군이 그 빛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투표에 참여하여 사람이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하여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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