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친구를 당황케 한 외국인의 질문 "K-POP 클럽 없어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2. 11. 5. 07:00
클럽에서 친구를 당황케 한 외국인의 질문 "K-POP 클럽 없어요?"
우리가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 한글이 아닌, 뜻을 알 수도 없는 여러 외국어와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된 간판을 단 가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조금 돈이 많이 들어간 듯한 가게는 늘 외국어로 가게 이름을 장식하고 있으며, 그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그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세련되고, 품격있는 문화'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전에 우리나라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이 평소 "클래식은 우아하고 품격있는 문화이지만, 판소리는 지루하고 따분한 문화이다."라는 생각을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클래식 또한 서양의 고전음악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등으로 연주되는 서양의 고전음악은 우아하고 품격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고전음악은 그저 따분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일본강점기와 미국의 반 간접적인 통치를 받을 때,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키울 수가 없었으며… 지금도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며칠 전, 나는 친구와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음악을 듣다가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싸이보면 진짜 대단하지 않냐? 이 음악 하나 가지고 완전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잖아? 미국에서 허리케인 속보를 하는데 그 뒤에서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출 정도니… 정말 놀랍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클럽을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 음악보다는 맨날 외국 음악밖에 안 나온다? 우리나라 K-POP이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K-POP을 메인으로 한 즐길 수 있는 문화장소는 진짜 드물다.
이전에 내가 클럽에서 나왔을 때, 어떤 외국인이 이렇게 물어보더라.
"실례합니다. K-POP을 틀어주는 클럽은 없나요?"
내가 그 질문받고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고? 없었거든. 우리나라 음악인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K-POP을 즐길 수 있는 클럽이 없었어.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그런 문화공간을 찾아서 즐기고 싶어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데가 어디있냐? 우리나라 클럽들은 대부분 다 외국음악만 트는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없어요. 저도 몰라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기분이 참 이상해지더라.
나는 친구로부터 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문화보다 외국 문화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사실을 통감할 수 있었다. 난 클럽 같은 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그 실체가 어떤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친구가 한 이야기가 단순히 그 한순간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해당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는 정말 우리나라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심히 걱정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문화, ⓒ구글 이미지 검색
많은 사람이 하는 '우리 것보다는 외국 것이 더 세련되고, 멋있다'는 착각은 문화 사대주의적 생각이다. 문화 사대주의란, 다른 사회의 문화만을 동경·숭상한 나머지 자기 문화를 업신여기거나 낮게 평가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로… 심하면, 문화의 주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한국의 많은 여성이 경제적 여유가 없음에도… 가방은 루이뷔통, 선글라스는 베르사체, 아르마니, 신발은 페레가모, 지갑은 샤넬만을 들고 다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더 심한 문제는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과 접하는 여러 문화에서 우리는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입시공부 하나에 정신이 나가 배워야 할 것을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중문화를 이끄는 연예인들부터 외국문화를 칭송하고 있으니… 어찌 학생들에게 우리 문화의 가치와 아름다움, 중요성이 바로 자리 잡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대중문화를 즐기는 학생들과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사태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어른들도 문제다. 어른들은 이전에 정말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옛것보다는 새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뒤로 가면 갈수록 앞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깨닫게 된다. 그 점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루르 지역은 지난 '2010 유럽 문화 중심 도시'로 선정되었는데, 그곳 어디를 봐도 무엇을 보고 유럽 문화 중심도시로 지정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하루만이라도 그 잿빛 도시 사이사이에 숨 쉬고 있는 문화와 예술을 만나 본다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이 문화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겉모습을 그럴듯하게 단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겉모습은 그대로 남겨 두고 그 안에서 문화를 꽃 피우는 작업이라는 것을.
이러한 루르의 문화 운동이 성공을 거두어 해를 거듭하면서 이 지역을 찾아오는 방문객이 증가했고 지금은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약간이라도 불편하거나 보기 싫으면 싹 쓸어버리고 다시 짓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가난의 잔재를 지워버리고 싶었던 구시대적 발상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다녀왔다는 독일인에게 "서울은 온통 새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과 독일 시가지의 차이를 가장 정확하게 나타낸 표현이다. 여행도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을 찾은 독일인들은 분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서울에서 그 흔적들을 기대했을 것이다.
- 일생에 한 번은 독일을 만나라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1박2일 경복궁 특집편
그러나 대중문화가 늘 나쁜 것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위 이미지 화면은 지난 1박2일 경복궁 특집인데, 이 특집은 우리나라 문화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그 가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 문화를 뛰어나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걸어가야 할 길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고 자문화 중심주의로 가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나라 문화를 업신여기고 오로지 외국 문화만을 동경하는 현재의 흐름은 반드시 뒤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말에도 '우리의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혹은 세계적인 것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떤 것이든 일단, 우리의 것을 먼저 소중히 다루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만,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더라도… 우리의 주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은 채, 더 아름다운 문화를 꽃 피울 수가 있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문화를 우리나라 사람들은 업신여기고 있지만,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문화에 정말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어요?"라고 묻는 외국인들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우리부터 우리나라 문화에 긍지를 가져 우리 문화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우리나라 문화를 자신의 문화라고 우기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도 절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유럽의 보통 국가들에 비해서 약간 좁은 면적에 약간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보면 한국의 크기를 미네소타주에 비교하기 보다는 잉글랜드 웨을즈 스코틀랜드를 합친 면적하고 비슷하다. 한국은 결코 작은 나라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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