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흉기난동, 다른 묻지마 범죄와 다르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2. 10. 1. 07:00
사회불만 가진 10대 흉기난동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점
나는 얼마 전 한 10대 소년이 어느 초등학교에 난입하여 야전삽을 휘두른 사건을 뉴스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아마 그 사건을 처음 접했던 사람들은 '또 어느 사회 부적응자가 저런 짓을 했어?'라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처음 제목만 보고 '또 묻지마 범죄인가?'는 생각을 하였었으니까…. 하지만 그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태껏 발생했던 묻지마 범죄 사건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달랐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여러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무슨 헛소리냐?'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에 관하여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간략히 알아보자. YTN에 보도된 그 사건에 관한 기사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YTN
18살 김 모 군이 서울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건 부유층 자녀들이 다닌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6월 인터넷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접하고 지도 검색을 통해 위치까지 확인해 뒀습니다. 김 군은 힘이 약한 초등학생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아 살해하려고 했지만 운동장에서 노는 학생들을 본 뒤 다치게만 하려고 마음을 바꿨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김 군은 당초 범행 당일 인천의 집에서 나올 때는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을 살해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 경비가 삼엄할 것 같아 사전에 알고 있던 해당 학교로 범행 장소를 바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 군은 사회적 약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밝혔습니다. 김 군은 어릴적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행패를 부려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병원에 입원해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같은 해 8월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김 군이 휘두른 둔기에 맞은 11살 장 모 군은 턱 부분 봉합수술을 받았습니다.경찰은 김 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학교 관계자를 상대로 관리 소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입니다.
아마 이번 사건을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은 '저런 정신 나간 놈을 봤나… 쯧쯧쯧.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라고 생각하며 경찰에 붙잡힌 김 군이 털어놓은 범행동기에도 '말도 안 되는 이유'라고 생각하며 김 군을 막연히 비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겨우 10대에 불과한 김 군이 국회의원을 살해하려고 했었고, 그것이 쉽지 않자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였으니까.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김 군에게 상당히 공감할 사람도 적잖을 것으로 난 생각한다. 평소 국회의원들의 행동거지를 보며 '서민들의 등골 빼먹는 네놈들이 국회의원이야? 네놈들이 뭔데!?'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그들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던 사람들은 '나도 홧김에 저럴 뻔했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나라의 여러 정치인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이니까.
사회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은 매번 선거철마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뽑아달라고 역설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입만 살아있는 놈'이라고 생각하는 예가 적잖다. 사태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사람들이 믿고 뽑아줬더니 당선되자마자 등을 돌려버리는 정치인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서민은 사회 지도층에 불만이 점점 쌓이게 되고, 그 불만은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재벌들과 그 재벌들과 유착하여 서민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향하게 된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러다가 도저히 앞길이 막막해져 버리면… '어차피 죽을 거 세상에 복수라도 하고 죽겠다.'고 생각하며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곤 마는 것이다.
ⓒ아이엠피터
위 자료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문제가 있는 국회의원들 상당수가 매번 탈당하거나 옷만 벗으면 자신의 죗값을 다 치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 위선자들에게 속은 국민은 그 분노가 쉽게 가시지가 않는다. 아마 우리 사회에 표출되지 않은 정치인과 기득권에 대한 잠재적인 불만과 분노는 쉽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10대 김 군의 사건은 그러한 잠재적인 불만과 분노가 사회적 문제로 표출된 예 중 하나라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일반 성인이 아니라 학생이 그런 생각을 하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그 현실을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다. 오죽하면, 어린 학생의 입에서 "사회적 약자로서 불만을 표출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언론에서는 김 군이 어릴 적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고,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사건 또한 정신적 장애가 있는 한 사람의 묻지마 범죄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해주고 있는 것은 10대 소년이 그런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를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바로 이 같은 면에서 이번 10대 흉기 난동 사건은 여태껏 우리가 접했던 묻지마 범죄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주지 못하고, 기득권과 정치인들은 늘 제 밥그릇만 챙기는 이 사회가… 묻지마 범죄를 낳았고, 이제는 어린 학생의 입에서도 '사회적 불만'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이다. 너무도 뼈아픈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나는 이번 대선 후보로 나온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박근혜 후보 이 3명의 큰 후보들에게 진정으로 바란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되더라도 이런 사람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어린 학생의 입에서 '우리 사회는 너무도 잘못되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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