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학교
- 시사/학교와 교육
- 2012. 6. 6. 15:16
학교폭력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학교, 이것이 학교인가?
지난번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로 '학교 폭력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겠다'는 대구에서 다시 한 번 더 학교 폭력으로 인한 고등학생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대구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학생이 10명이었고, 그 중 8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나는 이 같은 사실이 지난번 사건을 계기로 크게 나아지리라고 생각했던 학교에 관한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유독 대구에서 학생 자살이 많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지역도 학생 자살 수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숨진 중학생 권모군 사건 이후 대구지역 자살사건이 부각된 것 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잠시나마 할 말을 잃었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한 말을 변명삼아서 한다는 것이 자신의 일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사태의 심각성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학교 측의 대응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계속해서 기사를 찾아 읽어보고 있으니, 학교측이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었는데, 학교측의 대응이 정말 가관이었다. 학교 측은 피해학생과 피해가족 측에 사과를 해야하고, 가해 학생에 처분에 대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함이 마땅한데, 사건을 어떻게 해서든 덮으려고 하거나 학교의 이미지를 생각해 피해 학생을 죄인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밖에 김군 모교의 일부 학생은 인터넷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경찰과 언론이 사건을 물어보면 최대한 모른다고 대답하라고 교육하고,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가정사로 몰아가는게 학교 이미지와 학생ㆍ선생님에게 안전하다'라고 했다는 글을 올렸다.
대구 자살사건, ⓒ연합뉴스
이 같은 일이 학교폭력을 겪는 학생들에게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많은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하여 강력한 대응방안과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학교폭력에 대한 소식을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거나 학교의 이미지가 떨어지지 않는 방향쪽으로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올렸던 '학교폭력은 지금보다 후유증이 더 큰 문제'라는 글에서도 이 이야기를 한 번 언급했었다. 학교측은 피해학생을 보호하기는 거녕 오히려 '정신병자' 혹은 '가정에 문제가 있는 아이'로 몰아서 그러한 폭력을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만들어버린다. 가해학생을 처벌하기보다는 피해학생을 죄인으로 만들고, 완전히 '사회의 부적응자'로 낙인을 찍어버리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일이 옳은 처사라고 생각하는가? 이 일은 어느 누가 보아도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경제적인 관점으로 저울질을 해보았을 때, 아이들의 미래보다 지금의 학교 이미지가 더 이익이 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교 측이 이 같은 학교 폭력사건을 묻어버리려고 하는 것보다는 강력하게 대응을 해나가면서 '우리 학교는 아이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는 학교'라는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훨씬 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몇 사람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힘없는 소수를 희생시키고, 범죄가 발생하여도 그 힘없는 피해자들을 오히려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곳이 학교다. 사회적으로도 이 같은 일이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곤 하나, 다름아닌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화가 난다.
추적자, ⓒ구글
마치 이것은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추적자'의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한 사람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희생된 한 아이에게 온갖 죄를 만들어 씌우고,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를 더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말이다. 많은 사람이 이미 깨닫고 있을지도 모르고,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씁쓸한 현실이다.
피해학생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이미 죽은 학생보다 일단 살아있는 학생이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면서 그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너무나도 잔인한 악마라고 생각한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악마다. 힘없는 피해학생들을 죄인으로 만들어버리고, 가해학생을 피해자로 만들어버리는 학교나 이 사회의 풍토가 말이다.
나는 정말 간절히 바란다. 살아생전 힘 없는 피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더 이상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사건을 무마시키거나 덮어버리거나 피해 학생을 죄인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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