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에서 본 땅에 떨어진 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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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서 본 땅에 떨어진 교권


 지금 한 창 중고등학생들의 졸업시즌이다. 나도 몇일전 동생의 졸업식이라, 동생의 학교를 다녀왔다. 내가 그 곳에서 본 한 교실의 풍경은 충격이었다. 마치 어디 뉴스에서나 가끔 들리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혹시 선생님이 아이들이 무서워서 교실에 못 들어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보았다. 그것도 졸업식날 교실의 문 앞에서 서성이며, 고민만 하고 있던 선생님을 말이다. 잠시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겪었던 한 가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옛날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이든 한 선생님을 괴롭히는 것을 보았었다. 수업시간에 말대답하고, 못가르친다고 뭐라고 하고, 선생님께 분필이나 지우개를 잘라서 집어던지고, 대놓고 욕하고...등 아주 끔찍했었다. 한 때는 그 선생님께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시면서 교실을 나가신 적이 있었다.
 
 
 내가 격었던 저 때는 아직까지 교권이 어느정도 남아있던 시기였다. 체육선생님들께 골프채로 맞거나 걷어차이고 했던 시절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만만한 선생님에게는 아이들이 저렇게 장난아닌 장난을 쳤었다. (나는 장난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시기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함부로 때리지도 못하고, 야단을 칠 수도 없다. 바보라고 칭해도 좋을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각종 법규 때문이다. 함부로 아이들에게 무슨 행동을 했다하면, 당장 자신의 목이 잘려버리는 것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권은 날이 가면 갈수록 땅에 떨어지는 수 밖에 없다.
 



 내가 동생의 학교에서 본 것은 처음에 이야기했던 풍경이었다. 졸업식이라 아이들이 다 흥분되어 있다보니, 담임선생님이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교실에 들어가기를 꺼려했다. 졸업장이나 졸업앨범 등도 반에서 그나마 조금 착한 몇몇을 불려서 교실에 들고 들어가라고 말한 뒤, 선생님은 교무실로 돌아가셨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있든 말든 신경을 쓰지않고, 가져온 졸업장이나 앨범등을 각자 배부한 뒤, 서로들 사진을 찍고 각자 돌아갔다. 

 
 내가 처음 이 교실을 보았을 때는 '어떻게 이런 교실이 있을 수가 있지? 이게 학교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생에게 그 반에 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전에 몇 번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반은 문제아들이 많은 반으로써, 싸우거나 놀기만 하는 아이들이 위주로 모여있다고 한다. 그 반에는 4명이 자퇴를 했고, 한 명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퇴학을 당했다. 그 반 애들 중 몇 명은 담임 선생님의 먹살을 잡으면서 싸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반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한다고 한다. 또한, 그 반에 와서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도 그 반만큼은 결코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육의 현실이다. 물론 모든 학교가, 모든 학생들이 이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수이더라도, 이러한 경우는 있다. 문제는 이 경우가 줄어들기는 거녕, 조금씩 늘어만 나고 있다는 것이다. '교내 학생체벌금지' 라는 것이 시행되면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샌드백으로 전락해버렸다. 발로차고, 주먹으로 때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물렁물렁한 샌드백 말이다.


 
 왜 이렇게까지 교권이 떨어졌을까? 그것은 현재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세대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부모들은 옛날에 정말 힘들었던 학교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그들의 시절 선생님은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한다. (군사정권이후 한동안 교사의 힘은 깍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공포를 느끼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하나하나 일을 추진하다가 도를 넘어버렸다. 

 옛날에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발로 찼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발로 차는 시대이다. 적절한 조절 없이 계속해서 교권을 깍아내리기만 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그 시절 ' 나는 다음에 커서 아이들에게 자상한 선생님이 되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선생님이 된 지금의 선생님들은 오히려 무서운 학생들에게 벌벌 떨면서 지낸다. 이것이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여기서 더 심하게 어긋나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제는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교사가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저울로 비유하자면, 교권에 비해 학생의 권리에 너무 치우쳐져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딱 평등을 이루는 그러한 저울과 같은 형태이다. (조금은 선생님쪽으로..선생님은 위엄이 있어야 한다)



 학생은 선생님을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하며, 선생님은 학생들의 존경을 받고 학생들을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세대들의 변화와 노력이 요구된다. 부모님들이 학교의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고 깔본다면, 그들의 자식들 또한 그렇게 할 것이다. 우선은 잘못된 첫 단추부터 하나하나 다시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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