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주연 골든슬럼버 리메이크, 한국의 맛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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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골든슬럼버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100만 돌파할 수 있었던 이유


 지난 일요일 아침에 조조 영화를 보기 위해서 가까운 롯데시네마를 찾았다.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골든 슬럼버>라는 영화로, 과거 소설과 영화로도 한 번 본적이 있는 작품이다. 한 번 본 적이 있는 작품인데도 또 다시 영화관을 찾은 이유는 일본 영화가 아니라 한국 영화 리메이크가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골든 슬럼버>는 일본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 있는 추리 소설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당시 일본에서 만든 영화 <골든슬럼버>가 한국에서 상영했을 때는 그다지 인기가 없어 영화 상영관을 전세낸 기분으로 홀로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 리메이크한 <골든 슬럼버>를 직접 보고 싶었다. 일본 소설이 원작이라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일본 특유의 문화와 정서가 들어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바꿨는지 궁금했고, 강동원이 직접 소설을 읽은 이후 리메이크를 제안한 만큼, 과연 어떤 식으로 재해석 했을지 무척 궁금했다.


 ‘리메이크를 한다’는 말은 솔직히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한다. 애초 문화가 다른 시나리오를 새롭게 각색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 건드리면 이야기가 무너질 수 있고, 이야기 전개에서 중요한 부분이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일 정도로 한국판 <골든 슬럼버>는 무척 재밌었다.



 먼저 <골든 슬럼버>가 어떤 이야기인지 이야기해보자.


 <골든 슬럼버>는 평범한 택배기사를 하던 주인공(김건우)이 어느 날 갑자기 유력 대선 후보 암살범으로 지목을 당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주인공(김건우)은 이미 윗선에서 치열하게 짜여진 판에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가 접촉한, 혹은 접촉할 수 있는 친구들은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주인공의 친구들은 유력 대선 후보를 암살한 조직에 의해 당근과 채찍질을 당했고, 그럼에도 친구를 돕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평소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가족들 또한 주인공을 흔들림없이 믿고 있었고, 주인공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가까스로 판을 뒤엎는다.


 일본 영화와 원작 소설 <골든 슬럼버>에서는 어떻게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고, 어떻게 위기를 탈출하는지 보여주지만, ‘누가, 왜’는 잘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 만든 판 위에서 주인공은 쫓기거나 도망치거나 할 뿐이었다. 하지만 리메이크한 한국판 <골든 슬럼버>에서는 ‘누가, 왜’가 등장한다.


 대선에서 밀리고 있는 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정치를 뒤에서 흔드는 인물들이 유력 후보 암살을 감행했다. 그리고 비밀리에 부쳐져 있던 국가기관이 한국 영화에서는 국정원으로 그려 지면서 작중의 긴장감을 높이며 사건을 이끌어나갔다. 명확한 동기가 더욱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 셈이다.


 일본 영화와 원작 소설에서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던 부분은 완전히 한국식으로 바꾸었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조금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한국 영화의 맛을 살리는‘정치’가 개입해 부족한 부분을 잘 메꾸었다. 오히려 현재 한국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이 몇 가지 있다. 그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김건우가 작전 실패로 나라에서 버림받은 전 국정원 공작원의 도움을 받아 도망치던 중 “좀 손해 보면서 살면 어때서요? 착하게 사는 게 뭐가 나쁜데요?”라며 고함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심성이 착한 인물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을 이용해 국정원은 주인공을 쉽게 함정에 빠뜨렸다. 하지만 그가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까지 도망치고, 마지막에는 역전의 한 방을 날릴 수 있었다. 원작 영화에서는 그저 ‘도망’만 쳤을 뿐이지만, 한국 리메이크는 조금 달랐다.


 이 부분은 말하면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과연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살아남는지 직접 영화관을 찾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를 읽었거나 일본에서 만든 영화 <골든 슬럼버>를 본 사람들도 한국의 맛이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마쳐도 되겠지만,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정치 암살범으로 몰린 주인공의 아버지가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에 끝까지 자신의 아들을 믿는다고 말하며 “당신네들은 이것보다 더한 것도 날조하지 않소!? 건우야, 도망쳐라! 살아남아라!”라며 카메라를 향해 고함치는 장면이다.



 영화 <골든 슬럼버>에서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은 그림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영화 <골든 슬럼버>를 보면 공작원이 “뭐든지 이미지가  중요해.’라며 주인공 김건우를 암살범으로 몰아붙인 이유를 말하는데, 이건 오늘 우리 한국이 겪은 모습과 상당히 유사했다. 지금도 막 떠오르지 않는가?


 평창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북한의 참여와 대화, 평화를 반기지 않는 자칭 애국 정치인들은 “평양 올림픽 반대한다!”라고 헛소리를 하기도 했고, ‘기레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언론들은 마치 누런 치아를 드러내고 웃듯이 이를 받아 쓰며 보도를 했다. 그렇게 이미지를 왜곡시킨 거다.


 영화 <골든 슬럼버>를 보면 정말 언론 보도 규제와 받아쓰기를 하는 언론들을 통해 확고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섬뜩하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댓글부대>의 결말을 조금 고친다면 분명히 아주 섬뜩하고 멋진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기대반 걱정반을 하며 본 리메이크 영화 <골든 슬럼버>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소설가의 작품을 어떻게 한국식으로 재해석 했을지 궁금해서 보았는데, 정말 딱 한국인 입맛에 맞는 영화가 되었다. 적절히 오늘 한국의 문제도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니 꼭 한 번 극장에서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리메이크 영화 <골든 슬럼버>를 본 이후, 원작 소설 <골든 슬럼버>를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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