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한여름 밤 꿈 같은 첫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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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의 내가 10년 후의 너와 만난 애틋한 첫사랑 이야기


 사랑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읽거나 보는 모든 이야기에서 항상 빠질 수 없는 소재다. 어느 이야기라도 사랑이 빠지면 왠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다. 치열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그리더라도 반드시 사랑이라는 감정은 등장한다. 사랑은 인물의 절실한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사랑은 최고의 조미료라는 말이 예술계에서 나온 게 아닐까? 사랑에서도 나는 특히 일본 문학의 사랑을 무척 좋아한다. 왜냐하면, 일본 문학 속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한국 문학에서 보는 어려운 사랑이 아니라 순수하게 얼마나 상대방을 좋아하는지를 너무나 아름답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문학의 특징은 서정적인 특징이 있고,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는 특징이 있다. 덕분에 일본 문학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 주인공과 공감하게 되고,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일본 문학의 특징이 서브 컬쳐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며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된 게 아닐까?


 오늘 소개할 일본 소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일본 문학의 특징이 무척 잘 드러나 있다. 우연히 한눈에 반한 사람 앞에 다가가 고백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감정이구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이야기 속 풍경이 그림으로 그려졌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작품은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름을 알게 되었다. 다음에 읽어 보려고 카트에 담아두기만 했었다. 그런데 대학 후배를 통해서 작가 나나츠키 타카후미에 대해 알게 되면서 곧바로 구매했다. 뭐, 대학 방학을 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이제야 읽게 되었지만 말이다.


 작가 '나나츠키 타카후미'는 일반 소설가가 아니라 흔히 라이트 노벨로 부르는 장르의 <내가 아가씨 학교에 서민 샘플로 납치당한 사건>이라는 작품을 쓴 라이트 노벨 작가였다. 라이트 노벨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당연히 그 작품을 통해 나는 나나츠키 타카후미를 처음 만났었다.


 일반 사람에게 라이트 노벨 <내가 아가씨 학교에 서민 샘플로 납치당한 사건>이라는 제목은 조금 이상하게 다가오겠지만, 라이트 노벨 분야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작품이다. 그의 뛰어난 묘사력과 필체는 그 작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에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에서 주인공 미나미야마 타카토시가 후쿠주 에미를 처음 만나 고백하는 장면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핸, 핸드폰 메일 주소 좀 가르쳐 주세요!"

난 다시 스타트를 끊었다.

그녀의 눈빛이 놀라움으로 크게 떠졌다.

멈추지 않는다.

"전철 안에서 보고, 저기……."

기세를 타고 생각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갈 수밖에 없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순간에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앗'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한순간 시건을 옆으로 움직였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이다. 다시 시선을 그녀에게 옮겼다.

"갑자기 이런 소리를 들어서 놀라셨을지도 모르지만, 정말이에요. 아, 저도 놀랐어요, 정말로……."

생각한 대로 말이 막 나온다. 내 생각보다 훨씬 흥분한 상태인 듯했다.

그녀의 긴장이 풀어진 것을 느꼈다.

표정에 미소의 전전 단계 같은 뭔가가 아침 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할 말이 떨어져, 나는 입을 다물었다. (본문 13)


 글을 읽으면서 덩달아 긴장하게 된다. 주인공 미나미야마 타카토시는 전철에서 우연히 그녀를 본 이후 마치 발작처럼 다가온 감정을 가지고 그녀의 앞에 섰다. 초조하면서도 확실하게 그녀의 얼굴을 살피는 주인공이 그려져 무심코 웃음을 짓게 된다. 역시 고백하고 설레는 마음은 이런 게 아닐까?


 소설 속 묘사를 읽으면서 나는 문득 스쳐 지나간 과거를 떠올리기도 했다. 타카토시와 나름대로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한 여성과 눈을 마주치게 되었고, 순간 동공이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몇 번이나 눈을 마주치다가 기어코 말은 걸지 못했다.


 지금 떠올리면 고등학교 시절 버스를 타고 다닐 때 몇 번 본 그 여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타카토시처럼 확 달아오르는 감정을 부딪칠 용기는 없었다. '이번에 그냥 말을 걸어볼까?' 하고 망설이다 버스가 와서 그냥 버스를 타버리고 말았다. 참,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그런 느낌은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 타카토시는 용기를 가지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만남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연락처조차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타카토시는 그녀의 연락처를 받는다. 그렇게 후쿠주 에미와 미나미야마 타카토시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평범한 연애 소설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서로 이름을 편하게 부르고, 아주 소박한 것에서부터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무척 잘 그려졌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 넌지시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읽은 내면의 한 장면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거……. 맛보게 해 주고 싶다.

강하게 생각했다.

이 맛잇는 피자를 후쿠주 씨에게 맛보게 해 주고 싶다.

그때 나는…… 퍼뜩 깨달았다.

뭔가가 보일 때마다 그녀를 생각하는 나 자신을.

재미있는 장소를 보면 그녀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녀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어 한다.

어떻게 반응할까? 좋아할까? 기뻐해줄까…….

이제까지와 달리, 나 혼자만의 '좋았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녀와 공유하고 싶어진다.

아아…….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건, 이런 거였구나.

붐비는 인파 속에서 나는 실감했다.

정말로 깨끗한 감정으로 가슴이 충만해졌다.

앞으로 그녀와 어떤 관계가 되더라도, 나는 이런 심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그녀에게 감사하게 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본문 61)


 서서히 커지는 감정 속에서 한동안 두 사람의 즐거운 데이트를 읽을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는 나는 그 마음을 자세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무척이나 즐거운 감정이라는 건 분명하게 전해져 왔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느 부분에 들어가면 서서히 분위기를 바꿔가기 시작한다.


 후쿠주 에미의 이야기 속에 어떤 위화감을 타카토시가 발견한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 소설을 넘어 약간의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후쿠주 에미는 타카토시에게 자신은 다른 시간대의 세계에서 건너왔고, 지금 타카토시와 함께 하는 세계에서는 시간이 반대로 돌고 있다고 말한다.


 주인공 타카토시가 10년 전에 우연히 어떤 여성에게 받은 상자와 두 사람이 공유하는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경험.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졌고, 서로가 스무 살이 된 지금 이렇게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약 15일에 불과한 서로가 스무 살인 딱 한 번의 만남이었다.


 솔직히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순 흐름을 파악하는 게 막히기도 했지만, 조금은 곤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보낸다. 작품의 제목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이 두 사람이 마주한 상황 그 자체였다. 타카토시는 내일을 맞이하지만, 에미는 어제를 맞이하게 되므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마지막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큰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결말은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또 만날 수 있어."라는 서로가 남긴 한 마디다. 그 말 한 마디를 통해서 나는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재회를 상상할 수 있었다.


 나나츠키 타카후미의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판매 부수가 60만을 넘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또한, 놀랍게도 일본에서 작년 12월에 영화로 개봉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보기 어렵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한여름을 맞아 아직도 나처럼 '살아온 시간=혼자인 시간'이지만, 재미있는 연애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이 소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추천해주고 싶다. 다음에 눈앞에 우리의 동공을 커지게 하는 여성을 만났다면, 그때는 꼭 용기를 내어서 말을 걸어보자. 나는, 뭐,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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