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씽, 달콤하고도 아픈 첫사랑을 그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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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방에서 책을 읽던 나에게 사랑이라는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항상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왔다. 신체 어딘가에 병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으로 나는 작은 병을 앓고 있었다. 대인기피증. 사람 혐오증. 나는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이 왁자지껄 떠드는 장소가 무척 싫었다. 사람들이 둘러싸인 곳에서 벗어나 온전히 혼자 있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지금 떠올려보면 역시 가장 큰 이유는 폭력이다. 사람에게 당한 신체적 정신적 폭력은 내가 사람을 끔찍하게 싫어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싫어한다'가 아니라 '혐오한다'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다. 나는 긴 시간 동안 사람과 멀리하고자 했고, 내 마음속에서 사람을 떼어놓았다.


 주변 상황이 점점 바뀌거나 이제는 사람을 겁내지 않을 용기가 생겨도 나는 달라지지 못했다. 아니, 달라지지 않으려고 했다. 어차피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라면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모든 시간을 홀로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세상과 만나면서 보냈다.


 그런데 방에서 홀로 지내던 그 긴 시간 동안 만난 책과 애니메이션이 나를 달라지게 했다. 아직도 사람과 만나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일은 어렵지만, 적어도 나는 웃으면서 사람을 만나 그 순간만큼은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바깥에 있는 시간 동안은 달라질 수가 있었다.



 이렇게 변화하기 시작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나를 찾아가고 있고,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 실천해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사람과 어울리며 어떤 일을 해보는 건 불편하지만, 여전히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은 감정과 생각을 배워나가고 있다.


 오늘 만난 한 권의 소설은 놀랍도록 나와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닮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선천적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어 완벽히 외부와 차단된 자신의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책과 어머니를 통해서 보는 세계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변화를 가져다주는 어느 순간이 찾아온다. 자신의 옆집으로 이사 온 '그'와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를 몰래 지켜보는 일에 불과했지만, 그와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서서히 그녀의 가슴에는 '좋아함'이라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 칼리의 도움으로 자신의 방에서 그를 종종 만났다. 신체적 접촉이 허락되지 않았음에도 두 사람은 몰래 신체적인 접촉을 했다. 처음에는 신체적 접촉으로 그녀의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더라도 그녀의 몸에는 다른 징후가 없었다.



 어느 날, 그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본 그녀는 무심코 자신도 모르게 바깥으로 뛰쳐나가고 만다. 딱 그 사건이 최초의 시발점이었다. 한 번 밖으로 나간 이후 그녀는 그와 키스를 하기도 했고, 점차 커지는 자신의 욕심에 마치 그녀 자신이 둘로 나누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에서 점점 달라지는 그녀를 이렇게 묘사한다.


올리가 내 삶에 들어온 이후 내 안에는 두 매디가 살고 있다. 한 매디는 책 속에서만 살고 죽음만은 피하고 싶은 매디다. 다른 매디는 진짜 삶을 살고 싶은 매디로 죽음도 어쩌면 살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작은 대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매디다. 첫 번째 매디는 마구잡이로 뻗어나가는 자신의 당돌한 생각에 깜짝 놀라는 매디다. 두 번째 매디는 하와이 사진에 있는 매디일지도 모른다. 이 매디는 마치 신과 같아서 추위, 기아, 질병, 자연 재해와 인공 재해에도 끄떡없다. 이 매디는 사랑의 상처에도 끄덕없을 것만 같다.

두 번째 메디는 이 창백한 반쪽뿐인 인생은 진짜로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본문 209)


 그녀, 매디는 진짜 인생을 살기 위해서 모험을 하기로 결심한다. 소설 <에브리씽 에브리씽>에서 가장 달콤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이때부터 시작한다. 매디와 올리가 집에서 도망쳐 하외아로 가고, 그곳에서 보내는 컬러풀한 세상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깊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비극이라는 건 항상 행복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버킷리스트>의 두 주인공아 차례차례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동안 찾아온 위기의 순간처럼, 매디와 올리 두 사람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위기는 마치 소설의 절대적인 원칙처럼 또 다른 기회의 장으로 바뀐다.


 매디는 그 위기의 순간에 만난 어떤 정보를 계기로 자신의 세상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씽>은 사랑이라는 이름이 때로는 달콤하면서도 때로는 너무나 써 아픔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매디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사랑은 미래를 알지 못해도 지금의 행복이라는 것을.


 매디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라 자세히 말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매디가 받은 충격만큼이나 독자도 충격을 받는다. 이미 시작부터 어느 정도 조짐이 있기는 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바꾸는 데에 더없이 충분한 감정이었다. 마지막도 웃음이 저절로 피어났다.



 나는 아직 책 속의 주인공 매디처럼 사랑을 만나지는 못했다. 나는 여전히 책 속에서 세상과 사람, 감정을 배워가며 내가 발로 걷는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나 또한 소설 속의 매리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을 통해서 전혀 다른 내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내가 그렇게 변할 확률은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보다 더 낮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니 또 모르는 일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씽>을 읽어보면 "네 잘못이 아니야. 인생은 선물이란다. 그 선물을 살아내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는 대사가 있다.


 한때 나는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했었고, 지금도 종종 번아웃 증후군 탓인지 '내가 이렇게 인생을 살아갈 가치가 있나?'라는 고리타분한 질문을 나한테 던진다. 나는 내가 인생을 살아갈 가치를 찾기 위해서 수년간 노력해왔다. 28살의 나는 찾지 못한 답과 즐거움을 찾아 인생을 여행하고 있다.


 매일 같이 책을 읽으면서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이야기를 만났다. 이제는 슬슬 이야기를 읽는 것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언젠가 사랑을 모르는 내가 사랑을 알게 되는 때도 오지 않을까? 인생이라는 건 힘들지만, 각자 가기 길을 찾아가게 되는 법이니까.


 오랜만에 읽는 일 자체가 즐거운 소설, 그리고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을 만나서 좋았다.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작품의 원작 소설 <에브리씽 에브리씽>. 점점 더워지는 한여름, 시원한 밤바람을 쐬면서 이 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문득, 당신도 사랑이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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