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믿음과 가능성의 감동을 전한 실화 영화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2. 27. 07:30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가능하다고 믿은 한 소녀의 기적 같은 실화를 다룬 감동적인 영화
대학 개강을 불과 며칠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목표가 있어서 들어간 대학이 아니고, 성적이 되지 않아 들어간 대학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왜 대학에 가야 하나?' '나는 대학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은 고민을 해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게 가니까 나도 그냥 당연히 대학에 왔을 뿐이다.
대학에서 보낸 첫 1년이 즐겁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즐거웠다고 말할 수도 없다. 나에게 있어 대학은 전공 공부를 하면서 '왜 다녀야 하나?'는 질문 없이 다녔던 곳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이유 없이 다니는 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대학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노력했다.
대학에서 들을 수 있는 인물 특강, 대학에서 교양 과목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법학 수업과 사회 수업 등을 찾아다니며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배움을 쌓고자 했다. 지금은 무작정 한국을 떠나 다른 곳에서도 대학에 다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성적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 침울하게 지내고 있다.
대학에 가는 목표. 만약 고등학교 시절에 누군가 나에게 그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주었다면, 아니, 나 자신이 책을 통해서 좀 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나는 더 높고 분명한 목표로 지금과 다른 위치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이곳에서도 충분히 내 목표를 찾아가고 있지만.
오늘 목표와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얼마 전에 본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라는 영화 때문이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통해 후기를 공유한 한 이웃 블로거 덕분에 이 영화를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밀려와 엄청 몰입해서 보았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왕따였던 주인공 사야카가 다른 학교로 옮기면서 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그 친구들과 매일 같이 놀기만 하면서 학교에서 '쓰레기'로 불리게 되어버렸다. 매번 친구들과 놀기만 하면서 그녀는 담임 선생님께 찍혀 소지품을 검사를 받게 되고, 담배가 들켜 학생 지도실로 불리게 된다.
선생님은 그녀에게 "만약 함께 한 다른 아이의 이름을 말한다면, 정학은 면하게 해주겠다."는 교묘한 말을 꺼낸다. 하지만 그녀는 친구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고, 결국 학교에 그녀의 어머니가 불러오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사야카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학교의 그런 비겁한 행동에 따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본 사야카는 어머니의 부탁대로 어느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그 학원에서 사야카는 자신의 삶을 크게 바꾸는 '츠보타 선생님'을 만난다. 학원에 등록할 때 사야카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레벨이었는데, 츠보타 선생님의 긍정적이고 용기를 돋우는 응원에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게 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이야기는 그렇게 '쓰레기'로 불렀던 사야카가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바꿔 가는 이야기다. 학교의 담인 선생님조차 그녀를 향해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주변에서 아무리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문득 옛날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 장면은 사야카의 학교 담임 선생님이 그녀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츠보타 선생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분한 마음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과 츠보타 선생님의 말씀을 옮겨보면 이렇다.
담임 선생님 : 노력해도 안 되는 학생은 안 되는 겁니다.
츠보타 선생님 : 저는 안 되는 학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선생님이 있을 뿐이죠.
담임 선생님 : 사야카 같은 쓰레기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츠보타 선생님 : 쓰레기가 아닙니다. 사야카는 가능성이 넘치는 아이입니다. 쓰레기라고 학생을 부르면 정말 그렇게 되어버립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못하게 되어버려요. 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그래서 전 그런 아이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학생을 성적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단정 짓는 어른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 나는 그런 선생님을 담임 선생님으로 만난 적이 있다.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은 성적에 따라 노골적으로 아이를 대했다. 성적이 좋은 아이가 나를 지독하게 괴롭혀 어머니가 왔을 때도 그 아이만 두둔했었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은 "공부도 못하는 녀석이 공부 잘하는 애 발목 잡으려고 그러냐? 이 미친 새끼야!"라며 오히려 나를 때리며 나무랐었다. 그 당시 어머니도 학교에 왔었지만, 그 담임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아이의 편을 들면서 노골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은 나를 향해 지속적인 폭언을 했었다.
나는 그것이 분해서 학원에서 공부하며 첫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 때 반에서 10등에 들었고, 전교 등수에서도 상당히 좋은 등수가 나왔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은 반 10등 이내를 제외한 아이들을 방과 후에 남겨서 따로 훈계했었는데, 내가 10등인 것을 알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나를 쳐다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성적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성적 지상주의 교실의 풍경. 아마 한국에서 입시 시험공부를 한 사람들은 모두 그 풍경을 경험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이후로도 몇 번이고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있지만, 학교만 아니라 집에서조차 다른 전교 등수 한 자리에 드는 사촌과 비교를 당하며 인정받지 못했었다.
아무리 지난 시험보다 더 잘 쳐서 가도 '그것 가지고는 안 돼.' '그 정도로는 자랑도 못 해.' '도대체 얼마나 못 하면 그 점수밖에 안 나오냐?'라는 말이 되풀이되었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손에서 완전히 놓아버렸다. 시험 기간 때마다 100등 안에 들 정도로만 적당히 공부한 탓에 고등학교에서 박살이 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도저히 공부를 따라가지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로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노력하기도 했지만, 나는 진심전력을 다한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평소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과목은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정말 진심전력으로 다하지 않는 과목은 성적이 3~5등급에 머물렀다.
나는 재수까지 했지만, 좀처럼 확고한 목표와 '왜 대학에 가야 하나?' '내가 지금 이러는 이유가 뭘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는커녕 질문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재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의 주인공 사야카는 나와 다른 길을 걸어갔다.
그녀 또한 노력해도 나오지 않는 결과에 좌절하기도 하고, 펑펑 울기도 하고, 주변에서 안 된다는 말에 위축되어 방에 틀어박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곁에서 힘을 준 츠보타 선생님과 친구들의 응원을 떠올리며 다시 시작했다. 꿈을 좇는 바보 같은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했다. 단순히 영화라서 실화보다 감동이 더 세세하게 전달된 느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지나쳐 온 내 모습을 보았다. 가족 간의 갈등, 성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노골적인 담임 선생님, 주변의 기대에 미쳐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가 겪은 10대 시절이었다.
한때 나는 도망쳤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비교를 당하며 괴로워할 바에 그냥 나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가슴 속의 악바리 같은 근성이 당장 손에서 모든 걸 놓지 못하게 했다. 무작정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고, 덕분에 내 인생에 많은 변화를 주는 책과 애니메이션을 만날 수가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배웠다. 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배운 가치를 통해 꿈을 꾸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기적'이 아닐까?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의 주인공 사야카는 마지막에 그렇게 꿈꾸던 게이오 대학에 합격한다. 도중에 내가 한일 교류 학생 프로그램으로 가본 긴키대학에도 합격한 모습이 나와 사뭇 부럽기도 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응원하면서 마지막에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그녀의 합격을 축하했다. (웃음)
이야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눈부셨고, 잔잔한 감동이 함께 한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이 영화는 오늘도 성적에 구속되어 나오지 않는 결과에 괴로워하는 많은 청춘에 힘이 되어줄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에서 볼 수 없지만, VOD로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보았으면 좋겠다.
대학 개강을 앞두고 이 영화를 만나서 무척 좋았다. 조금 더 진지하게 내가 바라는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는 일이 필요한 나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역시 나도 가능성을 믿고 더 힘찬 도전을 하고 싶다! (사야카 역할을 맡은 일본 여배우 아라무라 카스미의 귀엽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짓기도 했다.)
(* 사야카가 제 2후보지로 합격한 긴키대학은 내가 지난 겨울에 한일 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짧게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은 학생들을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된 좋은 학교였다. 지금 내가 다니는 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을 맺고 있어 성적이 좋고 학비를 감당할 수 있으면 짧게 유학을 다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성적도 부족할 뿐더로 도저히 그 학비를 감당할 수 없기에 그림의 떡일 뿐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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