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이재명 시장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의 요건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2. 17. 07:30
이재명 시장의 뿌리를 파헤치며 오늘 한국이 겪는 문제를 본 <썰전 이재명 절친 노트>
이재명 성남 시장의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를 읽고 이재명 시장이 겪은 경험과 그 경험으로 빚은 가치관이 무엇인지 안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젯밤(17일) JTBC에서 <말하는 대로>와 함께 자주 챙겨보는 <썰전>에 이재명 시장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당연히 본방사수를 했다.
<썰전>의 시작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정치 현안을 가지고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17일과 16일 제법 굵직한 보도가 몇 개나 나왔기에 또 <썰전> 긴급 녹화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아쉽게도 대선 주자 프로젝트 때문에 미처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재명 시장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는 재미있는 동시에 이재명 시장이 지닌 분명한 가치관에 대해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초기에 예비 대선 후보로 지지율이 올라가다 지금은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그는 썰전에 출연하여 이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은 지금껏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는 국회의원 뱃지를 달거나 광역 지자체장 직위에 오르지 못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지자체장일 뿐인데도 많은 시민의 지지를 얻어서 그는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되었다. 이는 쉽게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사례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자리에 올라있는 게 기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율이 낮다고 해도 경선이 시작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재명 시장의 후원회는 상당한 금액이 모여있고,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그림자 속에 많아 보였다.
이재명 시장은 자신을 '무(無)수저'라고 말한다. 그의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를 읽어보더라도 그가 무수저라고 말하는 장면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대학진학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가족을 돕기 위해서 공장에서 일하다 장애를 입기도 했다. 그의 책을 읽어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자유를 빼앗긴 채 공장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잖아.'
참꽃이 마음껏 뒷산을 수놓듯이 나도 자유로운 삶을 한 번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자유로운 삶이란 도대체 어떤 삶일까? 나는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첫째, 남에게 쥐어터지지 않는 것.
둘째, 배불리 먹는 것.
셋째, 자유롭게 다니는 것. (본문 18)
그는 쥐어터지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공부를 결심했고,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대학 법학과에 합격했다. <썰전>에서 그는 이 이야기를 무척 간단히 이야기했지만, 책<이재명은 합니다>을 읽어보면 결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경험은 곧 그의 철학이 되었다.
이재명 시장은 '친노인가, 비노인가?'는 질문에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지 자신이 추구하는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반칙 없는 세상과 비슷하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확실히 그랬다. 반칙 없는 세상이 곧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 아닐까?
유시민은 이재명 시장을 친노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이재명 시장이 지금까지 오는 동안 겪은 경험이 많은 시민의 애환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고 노무현 대통령도 막노동을 하면서 공부해 사법고시를 합격했고, 그 또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었으니까.
나는 이 부분만 보더라도 이재명 시장이 다른 후보와 겪은 경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가 <썰전>에서 이야기한 공정한 사회의 밑바탕에는 공장에서 생활하며 장애를 얻고, 단순히 독재에 저항하는 것만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를 경험했다. 그것이 오늘날 이재명을 만든 것이다.
<썰전>에서 이재명 시장이 말한 대통령이 조건인 '공정할 것, 용기가 있을 것, 철학이 있을 것'이라는 세 가지 조건은 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비추는 것이기도 했다. <썰전>의 패널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던진 질문에도 그는 자신의 철학을 절대 굽히는 일 없이 하나하나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를 펼치기 위해서 교언영색(巧言令色)을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유시민 작가 또한 '뭘 얻으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는 말이 굉장히 멋지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그러면서도 유시민 작가는 지지자를 위해서라도 가끔은 유연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나의 명확한 입장, 추진력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내가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 오히려 나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화를 통해서 나는 자연히 그가 내건 자신의 문구가 떠올랐다.
이재명은 합니다. 이재명 시장의 에세이 제목이기도 한 '이재명은 합니다'는 그의 이런 소신이 한껏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썰전>에서는 가만히 자신의 발언만 하고 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데, 2차전에 들어가서 인간 이재명이 겪은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언급하며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언론에 보도된 음주 논란, 검사 사칭 논란, 철거인 폭행 논란, 가족 간의 갈등 논란 네 가지였다. 음주 운전은 자신이 과거에 잘못한 일이라며 인정했고, 검사 사칭 논란에 대해서도 과거 KBS <PD수첩> 취재 당시 PD와 있었던 일임을 분명히 말했고, 철거민 폭행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결을 공개했다.
문제는 가족 간의 갈등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상당히 답답한 듯 자신의 가족 내에서 일어난 셋째 형 부부와 갈등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가 시장이 되자 시정에 개입한 형과 관계가 악화하고, 완전히 갈라져 지금은 그의 셋째 형이 박사모 지부장을 맞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썰전>에서 이재명 시장은 언론에 보도된 폭언 논란과 관련한 가족 간 갈등이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시장인 자신이 좀 더 주의 깊게 행동했어야 했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썰전> 재방송과 책 <이재명은 합니다>를 참고하길 바란다.)
이재명 시장의 저서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 전반전은 바닥까지 내려가 박차고 올라오기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지금 그의 인생 또한 바닥까지 내려가 박차고 올라오기의 연속이 될 것 같다. 그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는 멋지지만, 너무나 멀리 있기 때문이다.
<썰전>에서 그가 구상한 복지 정책과 분배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명, '이재명식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그의 정책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불공정한 노동 행위를 바로 잡고,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건 분명히 비전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에서 그런 잘못을 바로잡는 데에는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의 세월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에서야 기득권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기득권이 가진 월등한 권력을 넘어서는 일이 불가능하다. 한두 사람의 정치인과 소수의 시민으로 어림도 없다.
아마 나는 이재명 시장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에서도 그랬듯이, <썰전>에서도 '이재명은 박근혜와 다르다.'고 강조하며 마지막까지 소신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답했다. 나는 그런 이재명 시장의 모습이 다시 한번 놀랍게 느껴졌다.
이재명 시장은 <썰전> 마지막 코너에서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정한 기회를 가지는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바라는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일 것이다. 누가 되더라도 부디 오늘날 같은 비정상이 고쳐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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