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안희정 도지사의 촌철살인 버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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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대권주자 안희정 충남 도지사와 함께 한 <말하는 대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썰전>에는 유승민 의원이 출연했고, 오늘은 문재인 전 의원이 출연할 예정이다. 모두 각자 나름대로 이름과 철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 <말하는 대로>에도 이재명 성남 시장이 출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치인이 방송에 나오는 게 썩 달갑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자리를 통해서 정치인의 분명한 철학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제(8일) 방송된 <말하는 대로>에는 현재 차기 대선주자로 뜨겁게 올라가고 있는 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출연했다. 안희정 도지사는 얼마 전에 알파고와 대결을 벌인 이세돌의 공개 지지를 받은 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항상 뉴스와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이야기를 들을 거로 생각하니 꽤 흥미로웠다.


 <말하는 대로> 홍대 버스킹 자리에 나온 안희정 도지사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지나치게 과열된 중앙 정부 중심 제도의 정치 시스템을 비판하며 우리 사회가 어쩌면 이러한 제도 속에서 '인 서울을 하지 못하면 루저가 되는 세상이다.'는 말이 나오는 헬조선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안희정 도지사의 이야기는 한때 한국을 공포로 물들인 메르스 사건부터 시작했다. 당시 안희정 도지사는 충남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 그 환자의 가래를 채취해 중앙에 보내 판결을 받기까지 무려 2~3일이나 걸린다고 했다. 그는 '꼭 중앙정부에 보내야 하나?'고 충남 관련 기관에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관련 기관 측에서는 "본부에서 지침을 받아야 한다."고 대답했고, 그는 이어서 "우리는 안 됩니까? 그런 시설이나 준비가 없나요?"라고 물으니 "여기서도 할 수 있습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때 그는 도지사 책임으로 중앙 기구가 아닌 충청 기구에서 메르스를 판단하고 대처하게 했다.


 지나치게 중앙에 모인 시스템을 약간 바꾼 이후 메르스에 대한 대응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안희정 도지사는 이 이야기를 하며 우리나라가 '인 서울'에 집착한 것은 6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하며 이 모습을 이렇게 비판했다.


"옛날 다산 정약용 선생님께서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절대 한양 사대문을 떠나지 말라.'

옛말에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서울에 있어야 많은 것을 얻는다고 믿었습니다. (중략)

10%의 땅에 인구 50%가 살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소상공업으로 노력해도 수입 대부분은 임대료로 나갑니다."


 분명히 서울이 다양한 기관을 끌어안고 있어서 매력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서울 수도권으로 몰입된 건 분명히 많은 사람이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 공부하기 시작할 때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야 좋은 데에 취직한다.'는 귀에 딱지가 안을 정도로 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말도 오늘날 기성세대가 된 어른들이 배운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러한 가치관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더욱 많은 자본과 사람을 끌어들이면서 서울은 세계에서도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가 되었다. 그곳에 잠재력이 있을지언정, 사람에게 너무 척박해졌다.



 안희정 도지사는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대기업과 하청 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를 사례로 들면서 기업 생태계의 불공정한 구조가 '쓸만한 직업은 모두 서울에 있다'는 착각을 사람들에게 안겼다고 말하며 이러한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우리의 등 허리가 휘고 있습니다. 치열한 스펙 전쟁에 우리 인생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헬조선입니다."이라고 말하며 강한 비판을 덧붙였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인생을 잠시 돌아보면 분명히 우리는 서울에 가기 위해서 많은 걸 포기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지나가면 과거일 오늘이라는 기적을 소비하고, 서울에 가지 못하면 루저라는 말을 들으며 열등감을 쉽게 벗지 못한다. 이제는 서울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의 경제나 정치 문화 등의 여러 핵심 기득권이 모두 서울에 있어 솔직히 어렵다.


 자연스럽게 경제나 문화 시장은 계속 서울을 위주로 형성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방에 사는 사람은 그러한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서 서울을 찾아야만 한다. 나 또한 블로그를 하면서 몇 번이나 서울에서 진행되는 행사 참여를 위해서 KTX를 타고 서울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일정을 보냈었다.


 그때마다 서울에 올라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답답하게 살아가고 임대료가 정신 나간 수준을 넘은 곳에서는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사는 김해처럼 문화도시로 발전하며 좀 더 미래지향적인 가치가 있는 도시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안희정 도지사는 지나치게 인(IN) 서울을 강요하는 오늘날 사회 모습, 그리고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정치 시스템을 비판하며 버스킹을 마쳤다. 그가 말한 모든 문제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였으며, 많은 정치인이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제대로 실천된 게 별로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에 걸친 정책의 연속성과 지속적인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계속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며 사리사욕을 취하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있는 한 요원할 뿐이다. 과연, 우리는 다음 정권에서는 과열된 중앙 집권에서 벗어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안희정 도지사는 자신의 버스킹을 마무리하면서 이 말을 덧붙였다.


"오늘날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이 불행해졌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포기합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1위. 우리는 먹어야 삽니다. 하지만 정신 또한 필요합니다. 정신과 물질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가치와 방향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치와 방향. 우리는 예부터 아직도 모든 가치와 방향을 서울로 잡고 있다. 그 탓에 우리는 서울을 벗어나지 못한다. 10%의 땅덩어리에 50%의 인구가 살아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조금 더 나은 공정한 사회와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그것을 위해서는 이제 가치와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


 <말하는 대로> 안희정 도지사의 버스킹은 야권 대선후보로 떠오르는 안희정 도지사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오늘날 우리 세대가 고민해야 할 문제와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가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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