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사회학자 오찬호가 말하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고민
- 문화/문화와 방송
- 2017. 2. 2. 07:30
한국 사회는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게 목표입니다. 이게 정상입니까?
나는 어릴 적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세상 비판 노지'라는 별명으로 불린 적이 있다. 나는 사회를 배우면서 항상 세상의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비판을 자주 했었다. 그래서 몇 아이들이 별명을 '세상 비판 노지'로 지었는데, 썩 나쁜 별명은 아니었다. 그만큼 나는 좀 더 일찍 세상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무슨 애가 꿈이 없어? 좀 현실을 긍정적으로 봐라.'고 말하겠지만, 요즘에는 이런 모습을 하지 않는 게 비정상이다. 이미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경쟁 사회에 내몰리고 있다. 좋은 유치원에 가기 위해서 부모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든다. 아이들은 너무나 일찍 꿈을 잃어버린다.
우리에게 꿈이란 그저 미래에 내가 갖고 싶은 직업이 아니다. 우리에게 꿈이란 상상력을 발휘해서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는 상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잔혹하다. 나와 같은 20대와 좀 더 어린 세대의 꿈은 대기업 취업, 공무원, 정규직 등이 꿈이다. 이런 꿈에 도대체 어디에 자유와 상상이 있는가?
요즘 시대는 꿈을 말하면 현실을 똑바로 알라고 말한다. 그래도 꿈을 꾼다고 말하면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한 사람 몫도 못하고 죽을 거냐?'는 비판을 듣거나 '너 금수저야?'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한 치 거짓도 없는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경쟁 사회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어제(1일) 방영된 JTBC <말하는 대로>에는 사회학자 오찬호가 출연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는 굉장히 부정적이며, 자신의 버스킹이 끝난 이후에는 버스킹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마음에 허망함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한 소통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그가 말하는 이야기는 비극에 가까웠다.
그는 우리 시대가 너무나 일찍 경쟁 사회에 들어가고 있다고 팩트 폭력을 가했다. 40~50대는 퇴직을 맞이하면서도 은퇴를 할 수 있는 세대다. 자식들이 다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에다가 100세 시대에서 살아갈 날이 너무 많아 일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노인 세대는 빈곤율과 자살률 1위를 이르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페이스북 인사이트를 통해 약값을 벌기 위해 성을 판다는 박카스 할머니의 이야기가 뉴스로 공유된 걸 읽었다. 남의 일로 여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토록 비참한 사회에 사는 한 명의 구성원이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 보수를 받는 노인들의 모습이 얼마나 가슴 아픈가.
먹고살기 위해서는 정의도 버려야 하며, 먹고살기 위해서는 수치심도 버려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간의 존엄성을 버려야 먹고살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어도 그것은 가진 자에 의해 번번하게 왜곡된다. 당신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찬호는 '오늘 청춘이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는 질문을 했을 때, 그 대답이 많을수록 진로가 보장된 사회이자 관용지수가 높은 사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한국은 공무원이라는 선택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대안도 제한적이다.
"너 왜 공무원 시험공부 하냐?"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 "그나마 한국 사회에서 공정한 시험이기 때문이다."이라고 한다. 이걸 어떻게 우리 사회는 받아들여야 할까? 우스갯소리로 "9급 공무원 시험이 없었으면 한국 사회는 진작 혁명이 일어났을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참, 절망적이다.
오찬호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면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을 듣는다고 말한다. 나 또한 이런 글을 적고 있으면 종종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해서 어쩌라는 거야? 그래서 너는 결론이 뭔데?"라는 말을 종종 댓글을 통해 들을 때가 있다. 근데 웃긴 일은 여기에 답이 없다는 거다.
오찬호는 "'평소 우리는 노력을 더 해라, 해외에 더 나은 가치에 투자해라, 열정을 더 크게 가져라!' 같은 말을 찾는다. 하지만 사회학자인 나는 절대 그런 대답을 할 수 없다. 경험과 열정이 반드시 필요한가? 그런 경험과 열정을 가질 수 없으면 죽어야 하는가?"라고 말하면서 아래의 말을 힘주어 말했다.
"좋은 사회는 대단한 열정 없이 평범히 살아도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는 사회다. 한국 사회는 죽도록 노력해서 평범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한마디 말만큼 우리에게 촌철살인으로 다가올 말이 또 있을까?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어떤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는 질문이다. 만약 "그런다고 사회가 변하냐?", "내 알 바가 아니다." 하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나쁘게 변한다고 그는 팩폭을 가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네가 나중에 중산층이 되어서 직접 세상을 바꾸라."고 말하며 나중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아마 그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오찬호는 이를 가리켜 "그것이 자본주의가 원하는 답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가 지금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말했다.
우리가 지금 이루어지는 정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사회는 절대 더 나아질 수가 없다. 이 사회가 아무리 엉망이라도 우리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안함과 두려움을 정치인들이 느끼게 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이 민주사회에서 국민이 주인인 정치의 시작이 아닐까?
그는 버스킹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의 삶을 그대로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고민을 하게 되면 달라질 겁니다. 그렇게 해야 긍정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경제와 정치 모두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시대다. IMF는 한국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오고, 정치는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썩은 두 바이러스가 온통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한국 시민이라는 것에 자괴감을 품게 한다. 참, 답답함만 가득하다.
그래도 우리는 고민과 관심을 멈춰서는 안 된다. 어떻게 저 엉망인 상황을 고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정치인들이 말하는 정책에 과연 실현 가능성과 진실성이 얼마나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 알바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수록 그 사회는 희망은 더욱 옅어지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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