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만약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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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재미가 있는 통일된 한반도를 무대로 한 장강명 장편소설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내일을 꿈꾸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는 여전히 불이 꺼진 공장을 바라보며 다시금 불을 켜 공장을 돌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바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사람들과 개성공단 기업과 거래를 하던 사람들이다.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벌써 며칠이 지났는지 셀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북한의 말썽은 여전히 골치 아픈 문제로 남아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 사건으로 북한 외교 문제와 관련해 고민할 시간이 없다.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들 손가락질하며 '종북 좌파 물러나라'는 고함이 나오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어느 누가 북한 외교 관계를 수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고 해도 어렵고, 일반 시민이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매해 정부에서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아마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북한 정책을 언급하며 통일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열변을 토하는 후보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상상해보자. 만약 한반도가 정말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실제로 어떤 삶 살아가게 될까? 희망과 불행 어느 미래일까?


우리의 소원은 전쟁, ⓒ노지


 오늘 소개할 책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한반도가 만약 갑작스레 통일이 된 상황을 무대로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장강명은 한국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소설의 재미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특히 그의 작품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부대>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도 마찬가지다. 남북한이 연합 정부 형식으로 통일이 되고, 평화유지군과 남한 군대가 치안을 유지하더라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통일이 일어나면 벌어질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와 좁혀지지 않는 갈등과 기회주의를 세밀하게 그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서는 통일이 되고 두 번째 군대를 온 강민준 대위, 평화유지군에서 북한 마약상과 손을 잡은 헌병 대장, 북한 땅에서 겉으로 남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겉으로 건축과 네트워크 사업을 하면서 실은 마약 사업을 하는 최태룡 일가, 특수부대 출신 장리철 등이 등장한다.


 그 이외에도 북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자본주의가 스며들면서 제일 먼저 떡밥을 먹고 기득권이 된 세력 밑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들, 미리 유연하게 대처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먹고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북한식 표현과 한국 군대의 거친 표현이 그대로 잘 드러났다.


 여러 장면 중에서 나는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생각하는 부분은 굉장히 공감이 갔다. 아래에 평화유지군 대위와 한국 출신 강민준 대위가 나눈 대화를 소개하고 싶다.


"가끔 한국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북한 문제에 제일 무관심한 사람들이 한국인들 같아요. 북한 문제에 일본이나 미국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 사람들은 성의가 없어 보일 지경이에요. 왜 그러죠?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이고, 유일하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잖아요. 한 세기 전까지 같은 나라 아니었나요? 통일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아직 그래도 찬성 여론이 더 높지 않나요?"

롱이 마약 기지 수색을 계속하면서 따졌다. 강민준은 처음에는 "아, 네, 저도 잘 모릅니다" 하고 웃어 넘겼지만 자기도 모르게 점점 답이 길어졌다.

"질려버린 거죠. 옆집 사람이 매일 롱 대위님 집 때문에 칼을 꽂고 욕설을 퍼부으며 살해 협박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쇼. 그러기를 수십 년인데, 그 옆집 사람이진짜로 심각한 위협이 된 적은 별로 없다고.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고 그 옆집 사람을 이사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냥 지겨워가지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일 자체가 싫어집니다. 짜증만 날 뿐이에요.

우리한테 북한이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2, 3년에 한 번씩 북한은 핵실험을 벌이거나 미사일을 쏘거나 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으르렁거리면 부모님이 집에 생수도 사고 라면도 사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옛날 일이에요. 그렇게 사놓고,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버리고 다시 사고, 그러기를 수십 년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생수도 라면도 안 사게 된 거죠. 북한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만큼도 위험하지 않은 존재예요. 실제로 얼마나 위험이 되건 말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말건." (본문 226)


 윗글에서 읽을 수 있는 강민준 대위의 생각은 평소 우리가 하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지금 김정은 체재가 되어 불안이 퍼지고 있다는 말도 많고, 유력 대선 주자들이 다시 한번 군부대를 방문하며 북한을 언급하며 안보를 논의하고 있지만, 솔직히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북한 내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갈등은 그러한 편견 위에서 정말 치열하게 일어난다. 아마 소설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쉽게 책을 덮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남과 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과 북이라는 경계를 넘어 사람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이기에.


 책을 읽어보면 북측 인물을 통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이라는 말이 나온다. 북한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만, 우리는 그 척박한 땅 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만큼은 알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마지막에 강민준 대위를 통해 이 점을 살짝 건드린다.


민족이라든가 통일이라는 개념은 어떨까. 북한 주민을 향해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유용하지 않을까. 이웃 사람이 굶거나 부당한 이유로 괴롭힘을 당할 때 내야 할 용기를 발휘하는 심리적 구도로써 말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면서 훨씬 부유하게 사는 사람들이 바로 제 옆에 있는 못 사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창피한 일 아닌가. (본문 497)


 2017년에 우리는 조기 대선을 치를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때 언급되는 문제는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게이트 사건 수사와 세월호 7시간만 아니라 북한 개성공단에 대한 이야기도 분명히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헌이라는 소재와 함께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북한과 개성공단. 과연 어떻게 될까?


 조금 있으면 볼 수 있을 그 현실을 마주하기 전에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어보는 일은 꽤 재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특히 작가 장강명의 이야기를 즐기는 동시에 북한과 한국이라는 같지만 다른 길을 걸어온 나라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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