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 미스터리 소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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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기 좋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책을 읽는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책 속의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흥미로울 때가 있고,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묘하게 빠져들 때가 있다. 이때까지 많은 작가의 작품을 읽었지만, 그중에서 일본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은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내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애니메이션 <빙과>를 통해서다. 일본은 종종 라이트 노벨과 만화책만이 아니라 평범한 소설을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는데, <빙과>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굉장히 매력이 있었다.


 보통 애니메이션을 떠올리면 조금 유치하거나 자극적인 요소를 떠올리기 쉽지만, 요네자와 호노부의 <빙과>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소박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그 이야기 속에 숨은 미스터리를 추리하는 작품이 요네자와 호노부의 특징인데, 튀지 않는 두 주인공이 이야기를 조용히 이끌어 나간다.


 그 이후 나는 소설로도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꾸준히 읽고 있고, 최근에 이런 인기를 따라서 국내에서도 요네자와 호노부의 타 소설이 발매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이라는 제목만으로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쉽게 추측할 수 없는 소설이었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앞에 발매된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의 후속작에 해당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오사나이 유키와 고바토 조고로는 <고전부> 시리즈 지탄다 에루와 오레키 호타루를 닮은 인물이다. 하지만 약간 성격이 다른 데다가 환경도 달라서 읽는 재미가 독특하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제목에서 등장하는 여름철 한정 스위트가 주소재로 사용이 된다. 남자 주인공 고바토는 오사나이로부터 '오사나이 여름 스위트 설렉션'이 표시된 지도를 건네받는데, 겉으로 보면 고바토가 오사나이와 함께 그 10대 스위트를 맛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단순히 10대 스위트를 맛보는 이야기라도 해도 굉장히 맛있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달콤한 스위트를 함정으로 사용하여 이야기는 상당히 놀라운 복선을 그린다. 오사나이가 선정한 10대 스위트 설렉션 위치는 모종의 의미가 있었고, 어떤 사건이 닥쳤을 때 고바토는 그것을 파악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아, 작가는 여기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을 만나지만, 그 힌트가 어떻게 사용될지는 쉽게 추측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 마지막에 이르러 조금씩 퍼즐을 맞출 수 있게 되고, 주인공 고바토와 함께 오사나이의 행동을 추리하는 재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은 그런 책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아,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스위트이길래 이렇게 묘사하는 걸까?'는 마음이 드는 장면도 있고, '어? 이건 마치 요네자와 호노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몰래 웃음을 짓는 장면도 있다. 아래가 그중 하나다.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맛있을 수가!

거품이 사르르 녹는 듯한 매끄러운 식감에 있는 듯 없는 듯 아련한 단맛. 스펀지케이크 안쪽은 크림치즈 풍미의 바바루아(우유, 크림, 과일 퓌레로 만든 크림을 이용한 과자로 케이크 충전재로 사용하기도 한다.)였다. 튀지 않는 부드러운 치즈 맛을 지긋이 음미하고 있으면 안쪽에 숨은 마멀레이드 같은 소스가 대번에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이 샬럿은 홀 케이크를 여덟 조각으로 자른 것이었는데, 겉으로 봤을 때는 그런 소스가 숨어 있는 줄 몰랐다. 아무래도 조각으로 자른 다음에 스포이트 같은 걸로 바바루아 안에 소스를 주입한 것 같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확실히 깜짝 선물 같은 맛이었다. 신맛과 단맛이 이토록 잘 어우러진 케이크는 처음 먹어본다.

사실 오사아니가 좋아하는 술맛이나 단맛이 뚜렷한 디저트는 그다진 내 취향이 아니다. 이 샬럿은 그보다는 상큼하고 가벼운 쪽을 좋아하는 내 입맛을 구체화한 듯했다. 나는 체면도 잊고 푹 빠지고 말았다. (본문 46)


 이 장면은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읽을 수 있는 장면으로, 너무나 맛있게 먹는 주인공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런 걸까?'는 상상과 함께 작가의 묘사력을 칭찬하며 힘에 침이 한껏 고이기도 했다.


 고바토는 이 샬럿에 반해서 잠시 자리를 비운 오사나이에게 주었던 2개 중 한 개를 참지 못하고 먹고 만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오사나이는 샬럿을 먹고 숨긴 고바토에게 "여름방학 동안 같이 다녀줄 거지? 어제 건넨 순위표 1위까지 전부 돌 거야."라고 말한다. 이 장면이 실질적인 시작점이었다.


 스위트 가게를 돌면서 고바토는 도지마 겐고를 만나 어떤 사건을 알게 되고, 오사나이 집에서 우연히 그녀의 어머니를 만난 상황에서 어떤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모든 게 아주 치밀하게 짜인 각본 속에서 움직였는데, 아무것도 아닌 듯한 이야기가 가진 매력을 꼭 한 번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에서 다소 아쉬운 장면은 어떤 선택을 하는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봄철 사건 이후 여름철 사건도 나왔으니 가을철 사건과 겨울철 사건에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가을과 겨울에는 또 어떤 매력적인 이야기를 그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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