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쿄코 장편소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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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과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쩌다 탄생한 대가족의 이야기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내 집 마련은 꿈과 같은 이야기다. 연봉 2,000~3,000만 원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일은 턱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꿈을 '건물주'라고 자연스레 말하고, 아직도 한국에서 부동산을 갖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이자 원천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 종종 임대 아파트 세대라고 해서 무분별한 차별을 받는 일이 보도된다. 가지지 못하면 사람은 사람처럼 살아갈 수 없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그렇게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사람임을 포기하고 살아가거나 어쩔 수 없는 차선책을 선택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런 현상 중 하나가 갑작스럽게 다시 시작하는 불황형 대가족이다.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거나 다른 지역에 근무하더라도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해 부모님의 집에 얹혀사는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요즘처럼 집값이 터무니없이 높은 데다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형태의 집은 드물지 않다.


 특히 꾸준한 이혼율 증가는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을 다시금 만들고 있는데, 아이를 도맡아 기르는 한쪽의 부 또는 모가 결국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혼했으니 집도 팔게 되고, 그 돈으로 새로운 집을 구하기는 어려우니 다시 3대가 모여서 살아가게 된다.


 원해서 모인 게 아니다 보니 잦은 갈등이 벌어질 것 같은 그런 집을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한다면 과연 어떤 이야기를 그릴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할 일본의 국민 작가 중 한 명인 나카지마 쿄코의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라는 책은 바로 좀 더 많은 가족이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 된 이야기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노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히다 집안은 72세의 전직 치과 의사 가장인 '히다 류타로'를 중심으로 하여 그의 아내인 '히다 하루코'가 있고, 치매를 앓는 하루코의 엄마가 있고, 두 명의 맏딸과 그녀의 남편과 손자 한 명이 있고, 둘째 딸과 오랫동안 히키코모리로 지내는 막내아들이 있다. 정말 대가족이었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어떤 극적인 전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우리가 평범히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소소한 사건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책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고, 부분마다 교차해서 나오는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립 중학교에서 도립 중학교로 옮겨와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맏딸 부부의 아들인 '야나이 사토루'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왕따 사건을 떠올리면서도, 한때 중학교 시절에 겪은 비슷한 경험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히다 부부의 막내아들이자 장남이기도 한 '히다 가쓰로'의 이야기 또한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 중 하나다. '가쓰로'는 기가 센 두 누나의 밑에서 거의 존재감 없이 살았는데,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그는 어쩌다 보니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면서 30세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비록 히키코모리라고 해도 그는 사소한 규칙을 지키면서 일정한 생활패턴을 유지했고, 주식을 통해서 매달 10만 엔을 벌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모르는 히다 부부는 늘 '언제 어른이 되려나?'고 걱정만 했는데, 가쓰로는 그런 걱정을 필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사랑을 하기도 한다!


 한때 히키코모리로 지냈고, 지금은 반(半) 히키코모리로 지내는 중인 나는 가쓰로와 닮았다. 그의 이야기는 극적인 전개를 맞이하지 않지만, 첫사랑을 뒤늦게 겪으면서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내딛는 이야기는 꽤 읽을 만 했다. 역시 반 히키코모리로 살아가면서 나 또한 저런 자연스러운 평화를 원해서일까?


 소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튀지 않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소박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책 뒤표지에 적힌 '완벽한 가족은 바라지도 않아. 제발 오늘만은 별일 없이 보내고 싶다!'는 문구 그대로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막장 드라마에서 보던 여자와 병과 출생이 얽힌 극장은 없었다.


 흥미로운 전개가 없어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이야기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히다 가족은 불황 속에서 사업이 망한 맏딸 부부와 이혼했지만 아기를 밴 둘째 딸, 히키코모리로 지내는 셋째 아들 등 지금 일본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잘 잡아주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3대가 같이 살지 않더라도 히다 가족 같은 삶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4등에 당첨이 된 로또 복권을 두고 어머니와 "아, 바로 아래에 1등에 필요한 번호가 2개나 있어!"라며 아쉬워하는 우리 집처럼, 때때로 사는 게 어려워 싸우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웃는 가족처럼 말이다.


 그런 게 가장 좋다. 일상이 무너지지 않고, 굳이 희극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삶이 말이다. 소설을 읽어보면 '결국 인생을 희극으로 볼지, 비극으로 볼지는 엔딩을 어떻게 하느냐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소설의 가족 이야기는 나름 해피엔딩이었고, 나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이 책을 읽고 쓰고 싶은 말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난다면, 오늘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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