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여고생의 1인 시위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7. 13. 07:30
입시 제도를 비판하며 자퇴한 여고생,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10대 시절에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이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어른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니까 했고, 성적이 낮으면 체벌을 받았기 때문에 했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기에 할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이 표면상으로 내세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이유 하나였다.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나중에 취업이 어려워지고, 취업이 되지 않으면 인생을 사는 게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주변 일가친척들로부터 들었다.
아마 그렇게 우리는 모두 세뇌가 되었지 않나 싶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내 인생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우리는 무작정 공부를 했던 거다. 그리고 공부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할 때마다 우리는 괴로워하면서 자괴감에 빠졌다.
성적이 안 오른단 말이야!, ⓒ골든타임 - 편집
나는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던 적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냥 무작정 공부를 했던 중·고등학교 시절과 전혀 다른 것이 없을 정도로 대학교 수업도 '주입식 암기' 수업이 많았고,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즐거움이 하나도 없었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일본어를 전공으로 했지만, 다른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방향으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외워서 시험 성적에 매달려야만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대학에 다니는 의미를 찾고자 무수히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러다 만난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왜 일하는가>는 삶을 사는 이유 이상으로 '왜 나는 이 일을 하는가?'는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무작정 다른 사람이 모두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공부에 대해서도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는 질문을 비로소 할 수 있었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노지
내가 20살이 되고 나서 했던 질문과 회의를 고등학교 시절에 겪고,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자퇴를 선택한 여고생의 사연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여고생이 자퇴를 선택하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분명히 힘들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오직 삶에 '공부'만 있는 시기이니까.
과거 <김제동의 톡 투유>에서도 자퇴를 한 학생의 사연이 나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학생을 볼 때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고, 그러면 이제 저 아이는 뭘 해서 먹고 살지?'이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비록 그런 생각에 악의는 없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중도 자퇴를 한다는 일은 그런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화제가 된 김다운 양은 "자식의 재능은 무시한 채 1등만을 강요하는 부모님께, 1등만을 강요하게 만들고 제대로 된 교육은 실시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책임을 묻는다."이라며 입으로 진짜 교육을 운운하는 교육청과 어른들의 거짓말을 비판했다.
'1등'만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솔직히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자신도 그런 가치 판단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좀 더 좋은 것을 선호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본능인 것 같다. 그래서 교육에서 언제나 더 좋은 결과를 얻고자 1등을 강요하게 되어 갖은 악영향이 나타난다.
이제 한국이 OECD 국가 중 청소년 행복 지수가 꼴찌이고, 자살률이 1등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번거로울 정도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해결책이 없잖아. 그 시절에는 자는 시간도 줄여서 공부만 해야 해.'라면서 어쩔 수 없다면서 손사래를 칠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은 변화가 요구되어도 늘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상황이 이제는 청소년이 직접 1인 시위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당장 눈앞에 큰일이 없어 괜한 호들갑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청소년이 공부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진짜 공부는…. ⓒ김제동의 톡투유
공부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입식 암기 수업을 반복하면서 '왜 해야 하나요?' 이유도 모른 채, 1등을 목표로 달려나가는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배워가는 과정을 함께 거치면서 배우는 재미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짜 공부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저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요.'이라고 말하더라도 '넌 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없잖아? 취미로 하려면 나중에 해도 돼. 일단 대학부터 가고, 스펙을 좀 쌓고, 취업하고,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면 그때 해도 돼.'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들려준다.
어른들이 직접 '진짜 공부'를 하려고 하는 청소년을 방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진짜 공부인데, 청소년들조차도 학교 시험공부가 아니면 '그게 공부에요?'이라는 질문을 해버릴 정도로 공부의 의미가 왜곡되어버렸다. 과연 이 모습이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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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운 양의 1인 시위는 '교육'이라는 글자의 의미가 퇴색한 우리 교육과 불편한 진실에 고개를 돌리기만 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오직 1등만 이렇게 고집하는 교육이 정상인가요? 창의적인 인재 육성 운운하면서 주입식 교육을 통해 생각이 굳어 버리는 교육이 정상인가요?"
오늘날 10대 청소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SNS로 연결되는 거의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정보 활동은 우리보다 더 일찍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좀 더 일찍 도전하고 싶어 한다. 우리 어른은 그런 도전을 격려해주면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창의적 인재 육성 운운하면서 창의력을 잃어버리는 교육이 아니라 다른 길을 찾았으면,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10년 후에 가능한 일이라고 변명하지 말자. 지금 조금씩 바꾸지 못하면, 영영 바뀌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김다운 양의 자퇴와 1인 시위는 용감했고, 그녀는 우리 사회가 고개를 돌리면서 외면한 문제를 바라보도록 소리쳤다. 앞으로 우리 교육과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학생이 있어 그래도 조금은 바뀔 수 있는 희망을 품은 채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이 여고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 http://goo.gl/ZlSRt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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