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부른 비만, 패스트 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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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만인 이유가 내 소득이 낮고, 근무시간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라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겨울 방학이었던 1월의 이 시절을 떠올려보면, 나는 방학 동안 먹었던 음식이 떠오른다. 방학 동안 정말 자주 라면을 끓여 먹거나 인스턴트 3분 카레를 먹거나 즉석 냉동식품을 먹고는 했었는데, 이 모습은 지금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 지금도 다른 어떤 음식보다 라면이나 3분 카레, 냉동식품을 거의 한 달 내내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소위 '패스트 푸드'이라고 말하는 이런 식품은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우리 시민에게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라면, 3분 카레, 냉동식품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맛있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이 이런 음식을 먹으면서 생활한다. '나는 밥을 좋아해서 밥을 위주로 먹는다.'고 말하더라도 패스트 푸드에 해당하는 여러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패스트 푸드를 먹는 계층은 부유층보다 소득이 낮은 계층이 더 많은데, 아마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해진 시간에 일하거나 밥을 먹지 못하는 비정규직 계층은 대체로 식사 시간이 고르지 않은 편이 많은데, 이들은 그 짧은 휴식 시간에 자주 패스트 푸드를 이용한다. 짧은 시간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아서 여러모로 유익하니까.


 그러나 패스트 푸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수록, 사람의 몸은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흡연과 비만을 손꼽을 수 있다. 왜냐하면, 흡연과 비만이 거의 동등한 선에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비만'과 '소득 차이'가 무슨 인과 관계가 있느냐고 따질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이미 다양한 사회 각층에서 인정한 원인과 결과이다.


ⓒJTBC 뉴스룸


 혹시 지금 우리 집이 부자가 아니라면, 과거 자신의 생활을 떠올려보자. 부모님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우리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준 요리는 3분 카레를 데우는 방법과 라면을 끓이는 방법이었다. 라면을 비롯한 인스턴트 식품을 혼자서 먹을 수 있게 된다면,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모님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자신이 직접 챙기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맞벌이를 하지 않는 집에서는 이런 풍경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언제나 정기적으로 식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 불규칙한 식습관을 하는 행동이 적다.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맞벌이로 일하는 집에서는 서로 밥을 먹는 시간을 맞출 수 없다. 그래서 매 끼니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 푸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이건 어른과 아이 구별할 것 없이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패스트 푸드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식품의 입맛에서 벗어나지 못할 확률이 높은데, 거기에는 소득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은 대물림되고, 생활 습관도 대물림된다. 그래서 비만은 자꾸 벌어지기만 하는 빈부 격차로 발생하는 하나의 문제로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개인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솔직히 그런 부분도 부분적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비록 밥을 먹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더라도 '1일 1식'을 실천하면서 건강을 챙길 수도 있고, 하루 한 번 먹는 식사를 좀 더 유기농으로 채워서 먹을 수도 있고, 운동을 병행하면서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행동도 어찌 되든 '시간'과 '비용'이 함께 하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2012년에 <지식콘서트 내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했던 패스트 푸드가 가져올 우리의 미래에 대한 글을 작성한 적이 있었다. 지금 다시 그 글을 읽어보면, 프로그램이 보여줬던 대로 우리 사회는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 가속도는 더 빨라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이 등에 짊어진 부채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지식콘서트 내일, 다가온 패스트푸드 제국을 말하다.


 빈익빈 부익부. 이건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다. <비정상회담>에서 다양한 비정상 대표들을 통해 들을 수 있는 독일, 벨기에, 영국, 미국 등의 상황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이 없을수록 비만이 된다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어느 정도 있겠지만) 환경이 쉽게 비만이 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불규칙한 식사, 패스트 푸드의 맛에 길들여지는 어린 시절. 딱 그대로다.


 요즘 우리 시대에 다이어트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가고 있다. 돈이 있어야 헬스장을 다닐 수 있고, 돈이 있어야 다이어트 식품을 먹을 수 있고, 돈이 있어야 지방분해수술을 받을 수 있으니까. 돈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자신에게 돈으로 투자하고, 관리를 하면서 내일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몸을 가꿀 수 있다. 그게 바로 부유층이 가지고 있는 아주 큰 특혜다.


 그러나 빈곤층은 그런 것을 꿈꾸지 못한다. 배가 고프면 일할 수 없기에 시간이 늘 맞지 않더라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수면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서 몸의 건강은 더 나빠진다. 비만은 많은 병 중 하나일 뿐이다. 흡연율과 음주율도 빈곤층이 더 높고, 조기에 병을 발견하지 못해서 치사할 확률도 빈곤층이 더 높다. 그리고 치료비를 내야 하는 소득은 낮다.


 가난이 부른 비만. 오늘도 우리는 패스트 제국 속에서 가난한 시민으로 살아간다. 오늘날 부유층 가정의 식탁은 각종 유기농 음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식탁 위에는 시들시들한 김치와 밥, 그리고 3분 인스턴트 카레와 라면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다이어트를 위해 굶지만, 그들은 다이어트를 위해 건강식을 먹는다. 그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1일 1식, 내 몸을 살리는 공복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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