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에게 듣는 뉴스 새로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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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스의 시대> 저자 알랭 드 보통, 한국의 손석희를 만나다


 매주 평일 오후 8시부터 하는 일은 뉴스를 보는 일이다. 이전에는 그저 오후 9시에 하는 뉴스를 심심풀이로 보았다면, 요즘에는 오후 8시부터 하는 뉴스룸의 보도를 자세히 살피면서 포스팅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거나 우리 사회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있다. 뉴스룸을 시청하는 시간에는 피아노 연습도, 블로그도 하지 않는다. 아이패드와 TV를 보며 필요한 화면을 아이패드로 캡쳐한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손석희의 뉴스룸을 자주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 비록 뉴스룸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보았던 1시간동안 방송을 하는 것을 넘어서 2시간 동안 방송을 하지만, 뉴스를 보는 동안 볼 수 있는 다른 언론과 조금 다른 행보는 우리가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리고 공감하고, 관심을 두게 한다.


 그래서 나는 뉴스룸을 최대한 꾸준히 챙겨보고 있다. 지난 22일 목요일 뉴스룸 2부에서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알랭 드 보통'이 출연해서 손석희와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일전에 <뉴스의 시대>를 읽고 감상 후기를 블로그에 쓰면서 알랭 드 보통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뉴스룸에서 본 그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JTBC 뉴스룸


 한국에서는 '30일의 마법'이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된다. 흔히 '한 달의 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 단어는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언론과 여론의 질타를 맞더라도 딱 한 달만 버티면, 시민들은 금세 사건을 잊어버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치계와 재벌계, 연예계 사건의 중심에 서는 인물들은 이 현상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반성도 하지 않고, 아주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에서 메인을 차지하고 있는 건(23일 기준)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 연장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2:0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이긴 것과 클라라 문자 사건이다. 불과, 30일 전만 하더라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메인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한순간에 화제가 전환된 것을 볼 수 있다. 박창진 사무장의 소식은 이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 쪽에서 무슨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항상 연예계 쪽에서 큰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고 '또?'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두고 소설을 쓸 수밖에 없지만, 연예계 뉴스는 우리가 흥미로운 것에 시선을 두게 하면서 정치인의 이야기는 다소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한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냉소적으로 볼 때 음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JTBC 뉴스룸


 그리고 한국 사람이 뉴스를 이렇게 편파적으로 보는 데에는 중요한 뉴스가 너무 어렵게 나오는 것에도 그 원인이 있다. 경제 뉴스와 정치 뉴스를 보면 알지 못하는 단어를 이용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우리는 이런 뉴스에 흥미를 좀처럼 느끼지 못한다. 경제와 정치 분야의 뉴스가 우리 생활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눈길이 잘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예계 뉴스는 글을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쉽다. 그냥 눈길을 끄는 제목 한 문장과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완성되는 것이 연예계 뉴스다. 나는 이것을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연예계 뉴스처럼 정치와 경제 뉴스도 좀 더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정보와 지식이 소수에게 머무르게 하려는 건, 시대의 흐름이 아니니까.


 일전에 김정운 전 교수님의 저서 <에디톨로지>를 읽고, 편집의 힘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이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재미있게 편집하고, 눈을 사로잡는 자막을 넣었기 때문이다. 시사 다큐 프로그램도 자막만 잘 활용하면,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바꿀 수 있다. 정치와 경제 뉴스도 무게를 잃어버리는 것을 신경 쓰는 것보다 이렇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JTBC 뉴스룸


 지금 한국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성 언론을 보면서 우리가 하는 생각은 '이런 정치계의 치와와 같은 놈들.'이라는 생각이 아닐까? 몇 언론은 좀 더 정부를 비판하면서 언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대체로 많은 언론이 정부의 권력 앞에서 벌벌 떨면서 재주를 피우는 광대 놀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기 이전에 절대 지혜롭다고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언론사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자극적인 사진을 가지고 보도를 한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종이 신문과 TV 뉴스에서는 이런 것이 조금 덜 하지만, 인터넷 신문에서는 이런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몇 사이트는 '언론 사이트'이라고 말하기보다 '성인 광고 사이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이슈를 그대로 끌고 와서 올리는 것으로 트래픽를 늘리려고 하는 것뿐이니까.


 언론이 많아서 그 역할을 똑바로 했다면, 우리나라는 이처럼 어긋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미 그 기능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 대통령 기자 회견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하기는커녕, 거의 연극에 맞먹는 수준으로 입을 뻐금뻐금 벌리면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이게 무슨 기자회견이야?'이라며 비판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JTBC 뉴스룸


 우리나라는 '부분적 언론 자유 국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이전 군사 정부의 사상을 가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점점 더 언론에 대한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 비록- 우리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연극' 같은 기자회견부터 시작해서 정말 가관이라는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으니까.


 정치계는 뜻을 맞춰주는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고, 비난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한다. 대북 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이고,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전단 살포는 형사 사건으로 넘어간다. 또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우리에게는 우리 사정이 있다.'고 말하면서 석연치 않은 답을 내놓으며 바꾸려는 기척도 없었다.


 독일에서 신나치주의즘, 즉, 극우세력이 활성화를 띄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런 극우세력이 정말 생생하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서북 청년단 재건을 운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군국주의에 물들어서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종북 세력 몰아내자!' 하고 외쳐 되는 우매한 군중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검은 그림자에 힘입은 그들은 '악'이다.



 이번 <JTBC 뉴스룸>을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손석희와 알랭 드 보통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비록 여기에 쓴 글이 내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허점이 있는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한 번은 생각해보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뉴스 중독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늘 뉴스로 시작해서 뉴스로 끝나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오늘 접하는 뉴스는 어제와 같거나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끈다. 우리는 뉴스를 보면서 뉴스의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우리에게 화를 돋우기 위해 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인지,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 저 뉴스를 보도하는 것인지, 우리가 지금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런 구체적인 것을 말이다.


뉴스는 악당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일단 악당 중 최악의 인간들은 경찰에 넘긴다. 하지만 악당 대다수는 저널리즘 고유의 수단을 통해 다뤄지는데, 그 수단은 바로 모멸감을 주는 것이다. 뉴스는 풍자적인 기사, 현관 앞 인터뷰, 비밀스러운 사진과 서신 유출 등을 통해 이에 대해 상당한 열정을 선보인다. 함량 미달의 인간은 뉴스거리로 바뀌어야 하고, 그런 다음 그들은 도덕적인 다수의 혐오에 직면할 것이다. 여기에 은연중 내포된 것은 그들이 명성의 추락과 대중의 맹비난에 직면하면 사회가 개혁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수치심이 정말로 인류 개혁에 가장 쓸모 있는 도구로 이용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는 모멸을 당하면 더 나은 인간이 될까? 두려움은 가르침을 줄까?

악당들의 비행에 관해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들은 부정행위와 농간을 다루는 모든 보도가 응당 떠받쳐야 하는 하나의 목표, 즉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욕을 현저하게 결여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기사들은 공적인 삶의 발전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쓰러진 먹잇감 주변을 맴돈다. 회계, 결혼, 대학, 이민 혹은 세금 제도를 더 낫게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우리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려 할 뿐이다. (p76_뉴스의 시대)


 윗글은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뉴스의 역할은 저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저 뉴스는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는 크게 비판할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트래픽은 중요하고, 움직이지 않는 시민을 찔려서 정부의 어리석음을 고치게 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상상 속에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시선을 가지고 언론을 질타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를 질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시민을 두려워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고,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기보다 시민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정부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정부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비판을 자유롭게 하는 언론도 기대할 수 있다. 그제 바로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근본이 아닐까?


 혹시 시간과 비용이 된다면, 알랭 드 보통의 저서 <뉴스의 시대>를 한 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석희와 짧은 만남에서도 알랭 드 보통은 정말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책 <뉴스의 시대>에서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읽으면서 배울 수 있으니까.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주기를 바란다.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친다.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뉴스의 시대,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외국 특파원이 본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에디톨로지, '창조와 예능의 즐거움은 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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