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기 좋은 소설, 고전부 단편집 '멀리 돌아가는 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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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주 고전부 시리즈 네 번째, 《멀리 돌아가는 히나》


 아직 낮은 '이게 가을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하고, 밤에는 모기에 시달리게 하면서 '왜 아직도 모기가 있는 거야?' 같은 의문을 품게 하는 날씨다. 그럼에도 아침과 밤에 상냥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이전처럼 더운 바람이 아니라 가을의 선선함을 담고 있는 바람이 되었다.


 비록 낮 기온이 조금 높다고 하더라도 가을바람은 운동을 하는 데에도 좋고, 바람을 쐬면서 책을 읽기에도 딱 좋은 날씨를 만들어준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바람을 느끼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즐거움을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나도 책을 읽어볼까?' 하며 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관심을 두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은 겉으로 '있어 보이는 척'을 하기 위해서 평소에 잘 읽지도 않은 무거운 책을 읽으려고 한다. 꾸벅꾸벅 졸면서 진도도 나가지 않는 그 책을 읽으려는 거다.


 책을 읽는 데에 겉모습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 왠지 분위기 있어 보이려고 읽는 책은, 내가 좀 있어 보이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 용으로 읽은 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땀 흘리면서 운동을 하는 게 오히려 이미지 메이킹에 더 좋을 거다.


 이런 가을이기에 우리가 읽는 책은 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무겁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내가 즐길 수 있는, 내게 맞는 책을 만나 책 읽는 즐거움의 맛을 아는 게 중요하다.


멀리 돌아가는 히나, ⓒ노지


 아직 이번 가을에 어떤 책을 읽을지 정하지 않은 사람에게 나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4권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추천하고 싶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고전부》 시리즈도 재미있지만, 위 네 번째 도서는 '단편집'이라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일상 소설이자 추리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르를 가지고 있다. 책을 통해 읽어볼 수 있는 일상의 작은 부분을 가지고 추리를 하는 이야기는 분명히 누구나 흥미를 느끼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었던 것처럼.)


'10월 31일, 역 앞 고분도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자는 지금 즉시 교무실 시바자키한테 와라.'


다소 빠른 말투로 그 말만 하고는 미련 없이 뚝 끊어졌다.

스피커에서 시선을 되돌리는 것도 둘 다 동시였다.

"뭐였을까요?"

"글쎄다."

치탄다가 입가를 누그러뜨리고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째 기뻐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녀석이 그다음 할 말이 짐작되었다.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치탄다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나온 방송으로 해요. 방금 방송이 어떤 의미였는지 추론해주세요."

흠.

배 내밀고 버티고 앉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도전을 받아들려 주지."

어디 본때를 보여주마! (p174)


 위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작은 소재로 다른 추리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좀 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마치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빙과》로 방영되기도 했는데, 애니메이션 방영 분량은 1권 《빙과》, 2권 《바보의 엔드크레디트》, 3권 《쿠드랴프카의 차례》, 4권 《돌아가는 히나》의 내용이었다. 애니메이션도 책만큼이나 정말 좋은 완성도였다.


 어떤 사람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으면 좀 유치한 거 아니냐?'라는 편견을 가진 말을 던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는 유치하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아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일상 추리를 다룬 작품이다.


 블로그에 소개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과 비슷하지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보다 좀 더 머리를 열심히 굴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가을에 읽기 좋은 소설로 나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특히 이번에 나온 단편집 《멀리 돌아가는 히나》를 추천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책 읽기는 책 읽기를 통해 배울 수 있어야 진짜 의미 있는 책 읽기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향해 보는 시선은 '진지한 척한다.' 혹은 '정말 공부만 하는구나' 등의 시선이 많다. 즉, 이건 책 읽기를 보는 시선이 어려운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나 책 읽기의 목적은 '일단 내가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즐길 수 있어야 책을 더 잘 읽게 되고, 책을 자주 읽게 되면서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식이나 지혜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미도 없으면, 배울 수 있는 것도 없다.


 상냥한 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뺨을 간질이는 가을. 난 사람들에게 이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단편집은 앞과 크게 상관없이 읽을 수 있어 《멀리 돌아가는 히나》부터 읽어보아도 괜찮다. 책 읽기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가 책을 읽는 계기가 되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고전부 시리즈 감상 후기


고전부 세 번째 소설, 쿠드랴프카의 차례

: 고전부 두 번째 소설, 바보의 엔드 크레디

: 고전부 첫 번째 소설, 빙과

: 빙과 애니메이션 감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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