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 시사/사회와 정치
- 2013. 12. 31. 07:30
아무리 세상이 욕을 하더라도 저는 그래도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습니다.
오늘은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박근혜 정부가 나라의 정권을 잡고 1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유례없는 큰일들이 정말 많이 일어났다. 윤창중이라는 한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에서 나라 망신을 다 시키고, 대통령은 불통을 고집하며 국민들을 찍어누르고 있다. 그리고 정치 일이 터질 때마다 연예인 뉴스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람들은 진실에서 점점 멀어지게 만들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과거 유신 정권의 부활이다'는 말과 함께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 '철도 민영화 사건', '갑의 횡포 사건', '성추행 사건' 등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더욱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로 불이 붙은 사람들의 불통 정부에 대한 불만 표출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점점 더 나라에 대한 희망을 버린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돈만 있으면 국적을 포기하고 스웨덴 같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로 이민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그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오마이뉴스
그럼에도,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정치와 경제는 정말 개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어디에 정의가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지만…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철도 노조 강경 진압으로 인해 OECD 퇴출 논의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도하지 않는 언론과 일절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정부가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민영화 아닙니다.'라고 뻔한 거짓말을 하면서 민영화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프랑스 철도 노조 연합과 다양한 국제 철도 노조 연합이 해외에서 시위를 하고 있어도 그에 대해 일절 어떤 말도 하지 않는 언론과 정부가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약속했던 반값 등록금을 또다시 미루고 약속했던 정책을 배신하는 정치인과 시의원·도의원들이 득세하고 있는 그들을 지지하는 바보 같은 국민이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싶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불순세력이라며 자신의 제자를 신고하고 처벌하는 선생님이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던져주는 미끼나 물고 바보 행세를 하라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진실을 보도 하는 언론을 힘으로 누르고,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시위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프랑스 철도 노조, 코레일 파업 지지 시위~
파리의 겨울은 오후 5시면 어둑해집니다.
집회 시간이 5시30분이면 꽤 어두울것이라 짐작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조금 일찍 대사관에 도착하니 경찰차가 있더군요.
바로 대사관앞에서 시위하기에는 길이 좁고 위험한듯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들 몇명이 오더니만 길 입구쪽에 있는 대열로 우리를 인도해주었습니다. 알다시피 프랑스에서 시위할때 경찰은 진압이 아닌, 시위자들의 안전을 위해 있습니다. 길 입구까지 동행해주기까지 합니다.
암튼 그렇게 한국 철도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에 지지하기 위해 프랑스 철도 노조 조합원들이 나섰습니다.
프랑스인, 한국인 합쳐 한 40명 정도 모인듯 했는데요. 프랑스인들이 좀 더 많은듯 했습니다.
프랑스 철도 노조 조합원들 또한 "안녕하지 못하다"는 전단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대사관은 엥발리드와 로댕 박물관이 가까이에 있어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어떤 조합원은 전단지를 그들에게 나누어주며 설명해 주더군요.
프랑스 노조의 대표인듯한 여성이 나와 한국의 현상황을 설명하고, 우리쪽에서 불어로 그들에게 호소하고, 다시 프랑스쪽에서 한국 대사에게 전할 편지를 낭독하더군요.
"그들의 파업이 우리의 파업이며, 공권력 투입을 중단하고, 그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프랑스인은 어디서 구했는지, 단결, 투쟁이라고 한국말로 쓰인 빨간띠를 머리에 두르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던 어떤 프랑스인이,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단결', '투쟁'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 오더군요. 옹색한 불어 실력으로 나름 설명을 해주었죠.
비가 부슬부슬 뿌리는 가운데 40-50분 정도 시위가 진행되었습니다. (페이스북 파리 아줌마 님의 글을 인용)
파리 한국 대사관 앞 철도 노조 시위 현장, ⓒ파리아줌마
우리는 집을 살 수 있는 구매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점점 더 구매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정책을 고수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진 사람들을 빚쟁이로 만들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기득권의 입장에서만 늘 모든 것을 정리하는 정치인들이 행패를 부리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로또 복권 1등 당첨이 아니면 그동안 지닌 빚과 어떤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OECD 국가 중 행복률 꼴찌, 자살률 1위라는 비명예를 안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언론 자유국에서 부분적 언론 자유국으로 강등되었음에도 여전히 언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언론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깨어있는 사람들이, 세계인들이 한국의 정부가 일삼는 폭력적인 행위와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지적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침묵만 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 기관이 있어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우리는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되니까. 역사학자 에릭 홈스봄은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안녕들 하신가요?' 대자보를 통해 불붙듯 번지고 있는 '안녕들 하신가요?' 질문은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에 목말라 있는 우리가 물을 찾아 나서도록 힘을 주고 있다. 아무리 이 대한민국이 역사를 역행하고 있어도, 국민을 억압해도,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도, OECD 국가에서 제명론이 나와도, 잘못을 절대로 있지 않더라도…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이런 대한민국에서도…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싶은가?
[소박한 이슈/사회와 정치] - 어쩌면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정의가 없을지도 모른다
[소박한 이슈/사회와 정치] - 나는 정직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
[소박한 이슈/사회와 정치] - 정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50년 후에야 가능할까?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