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어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 문화/독서와 기록
- 2022. 8. 25. 07:24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내일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 것.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오늘의 나는 내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바로 '지금, 여기'라는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정말 열심히 오늘 하루를 이 악물고 코피까지 흘려가면서 살고 있는데 막상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렇게 허탈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조부모님부터 시작해 부모님이 물러준 재산으로 편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살고 싶지 않다.
물론, 그 사람들도 조부모님부터 시작해서 부모님까지 유지해오거나 키워 온 재산을 지키면서 나름의 고생을 해왔을 것이다. 문제는 눈으로 보이는 결과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보니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가 이렇게 뼈 빠지게 고생을 해봤자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어?'라며 허무해진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릴 때부터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고, 스스로도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아무 필요 없는―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노력이 최대한의 노력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이번에 읽은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라는 이름의 책 표지를 본다면 '잘하고 싶어 시작을 망설이는 세상의 모든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진짜 완벽주의 활용법'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보통 우리가 완벽주의자라고 한다면, 계획을 세울 때부터 꼼꼼한 정도를 넘어서 갖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 계획을 준비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드는 데에는 대단히 뛰어난 인재일지 몰라도, 오늘날처럼 창의성이 강조되는 세상에서 빠르게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해야 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은 인재이기도 하다. 어디까지 잘하기 위해서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완벽한 때를 기다려서 일을 시도하려고 하니 좀처럼 시작을 하지 못하는 거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회피형 완벽주의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완벽주의자라 하면 촌음을 아껴 쓰며 부지런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우리 예상과 달리 오히려 일을 미루거나 아예 시작하지 못하는 회피형(게으른) 완벽주의자도 많다. 부모나 주변 사람들은 이 유형의 사람들이 아무런 열정이 없으며 세상에서 가장 태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심히 걱정한다. 하지만 이들 내면은 사실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그들이 일을 미루거나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감정 때문이다. 회피형 완벽주의자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두려워 모든 선택을 망설이고 미룬다. 불안을 피하려고 미루면서도 주변에서 보듯 마음 편히 쉬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들은 늘 불편함 속에 있기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고 봐야 한다. (본문 29)
아마 '회피형 완벽주의자'라는 개념이나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의 저자는 완벽주의자에 대해서 회피형 완벽주의자, 감독형 완벽주의자, 자책형 완벽주의자, 안정형 완벽주의자 총 네 가지로 분류해 설명하면서 독자가 직접 자신의 성향을 테스트해볼 수 있기도 하다.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라는 책은 우리가 잘 몰랐던, 혹은 나는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완벽주의에 대한 설명과 함께 내가 가진 완벽주의를 파악하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덕분에 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하고 있더라?'라며 끊임없이 자문자답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책의 본문을 다 읽은 이후 페이지를 넘겨 본다면 부록으로 '완벽주의 극복 5주 프로그램 워크북'이라고 해서 내가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인물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라는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한 부분을 직접 실천해볼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이를 충분히 활용해볼 수도 있었다.
평소 자신은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도 막상 책을 읽어본다면 '어? 내가 좀 그런 성향이 있었네?'라며 놀랄지도 모른다. 더욱이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서 다른 누군가와 만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SNS 채널을 훑어보는 시간이 늘다 보니 완벽주의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할애하는 시간도 지나치게 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SNS의 존재가 '완벽'에 집착하는 열기를 드높인다는 사실을 좀처럼 느끼지 못한다. 이를테면 많은 사람이 온라인 세상 속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더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멋진 여행, 맛있는 음식, 즐거운 모임… SNS 화면에 등장하는 '나'는 행복하고 아름답고 심지어 부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모습만 강조하고, 남들도 나를 그렇게 봐주길 원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완벽주의의 함정이 있다. (본문 52)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완벽한 자신을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매일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우리는 '완벽'이라는 욕구를 채우기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로 그 욕구는 절대로 채워질 수가 없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나는 완벽해. 나는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의 성과주의 경쟁에서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고, 남과 비교를 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보니 좀처럼 만족할 수가 없는 거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은 연예인 다비치 강민경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다. 이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사람들은 "와 진짜 몸매 대박이다. 다 가지셨어."라며 칭찬이 아낌없이 쏟아지고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요즘처럼 먹고살기 힘들 때 저렇게 우아한 몸을 자랑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무척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단순히 부러워하는 선에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강민경의 모습과 지금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하, 나는 도대체 왜 이런 걸까?'라며 깊이 자책하며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지도 모른다. 아무리 오늘 내가 '지금, 여기'에서 노력해도 절대 강민경처럼 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사는 세상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책에서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본다면 다음과 같다.
그런데 완벽주의자는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 번아웃에 빠지는 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낳아서도, 성과를 내지 못해서도 아니다. 더 잘하고 싶고, 모든 영역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큰 완벽주의자들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현실에서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달리다가 번아웃을 맞이한다. 그들은 더 잘하지 못할까 봐,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데 그 두려움을 감추고 더 잘하려고 애쓰다가 넘어진다. 집중해야 할 일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감정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니 당연히 에너지 소모도 심할 수밖에 없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면 완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열정이 넘치지 않도록 자신의 능력 범위를 초과하는 일에 부채감을 느끼지 않도록 에너지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본문 113)
나는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플래너에 정리해서 매일 그 일을 다 소화해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매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내가 정한 일을 다 해내지 못할 때가 있고,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하거나 사정이 생겨서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되는 일이지만 또 그게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은 저렇게 벌써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데 나는 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거지?', '나는 저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종일 싱숭생숭 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 매일 악착 같이 해야 할 일에 매달리다가 저녁에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울면서 먹은 적도 있었다.
그게 바로 번아웃 증후군이었다. 지금은 '어차피 해도 남을 따라가기는 무리다. 내 속도로 느리더라도 정확히 방향을 정해서 가면 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증상을 겪는 일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종 일을 마치고 혼자 저녁을 먹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참, 사람 사는 게 쉬울 수가 없는 것 같다. (웃음)
오늘 읽은 이 책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는 제목 그대로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져 오늘 어떤 일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조언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이 어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스스로 진단해보면서 완벽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도 종종 무기력증에 시달리거나 자신에게 가치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드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번 이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완벽주의자 대부분은 만족스럽지 않아도 무언가를 계속 열심히 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만족감' '성취감'이라는 가치는 삶에 동력을 불어넣는 주요 요소다. 건강한 완벽주의의 비율을 늘리는 과정에서도 이 감정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앞에서 말한 '반완벽주의 목록'을 고쳐 쓰며 현재 내 삶의 만족도에 초첨을 맞추자. 더불어 노력의 결과까지 가는 길은 직선으로 펼쳐진 것이 아니라 꼬불꼬불한 길을 헤매고 때로는 넘어지면서, 혹은 한 걸음 물러섰다 다시 나아가면서 도달할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완벽주의를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완벽해진다. (본문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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