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국 법무부 차관 브리핑 문제의 핵심은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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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사회에서 좀 조용하다 싶으면 나오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갑질 논란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이 저지른 갑질은 이른바 '횡포'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더욱 논란이 되기도 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황교안 전 총리가 차를 타고 역 플랫폼으로 들어오면서 황제 의전이라며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었다.

그런 모습을 꼴을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매번 비슷한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그때만' 손가락질을 하면서 강한 질타를 했다. 평소 우리가 사는 삶 속에서는 그와 비슷한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일단 문제가 있는 정부의 문제가 있는 총리의 황제 의전이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더 강하게 비판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이와 같은 비판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 정착 관련 브리핑에서 법무추 차관이 황제 의전 대상이 되었다면서 논란이 일어나면서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이다. 앞뒤 상황을 다 자르고 해당 상황만 본다면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도 옹호할 수 없는 그런 사진이었다.

 

▲ 사진 연합뉴스, 2차 JTBC (링크)

 

해당 사진을 본다면 법무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뒤에서 무릎을 꿇고 마치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우산을 받치고 있다. 그야말로 이 사진만 본다면 자신이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서 무고한 한 사람을 억지로 희생시킨 듯한 그림이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이 사진이 보도되며 정말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은 황제 의전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해당 장면이 만들어진 최초의 원인은 바로 기자들에게 있었다.

기자들이 실내가 아니라 실외에서 브리핑을 할 것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브리핑을 할 때 원래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던 법무부 직원을 향해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이동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옆에 있어도, 뒤에 있어도 계속해서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히다 보니까 "더 앉으세요!"라는 요구를 하는 목소리를 영상에서 들을 수 있었다.

 

▲ 브리핑 영상의 사실 (링크)

 

즉, 다시 말해서 해당 사건의 본말은 황제 의전이 아니라 황제 취재였던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기자들이 당시에는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다가 뒤늦게 해당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논란이 되자 "황제 의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더욱 자극했고, 이 기사를 곧이곧대로 접한 야당은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세한 내막이 알려지기 시작하니 누구도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 참, 한국에서 논란은 정말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의도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여전히 몇 언론은 기성 권력과 합작해 논란을 조장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었다.

단순히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 해당 사건을 이용한 정치 공세와 다양한 논란이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황제 의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어도 여전히 법무부 차관과 주변 공무원들의 대처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기서 그들은 기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태도를 보여도 됐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옆에 있는 브리핑을 하는 차관 옆에 있는 직원이 거슬린다고 "나오세요!" "뒤로 가세요!" "숙여주세요!"라며 무리한 요구를 했을 때, 마땅히 법무부 차관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꾸 왜 그러십니까? 우리 직원 분이 옆에 있다고 내용 전달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함께 서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했었다.

그런데 법무부 차관이나 다른 직책의 공무원들은 모두 그와 같은 발언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기자들의 의견만 수용하며 그림을 만드는 데에 바빴다. 이는 법무부 차관만 카메라에 잡기 위한 기자들의 무리한 횡포도 문제였지만, 해당 요구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수정을 가하지 않았던 차관과 직원들의 무관심도 문제였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 브리핑 논란의 핵심은 '기자가 잘못했나, 차관이 잘못했나'가 아니다. 둘 다 잘못했고, 둘 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일에 이기적인 욕심을 부린 탓에 이러한 얼토당토 않은 그림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뻔히 상황을 알면서도 논란을 부추긴 일부 언론과 침묵한 언론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제발 언론과 기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제대로 된 행동을 보여주는 동시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는 정치인들도 앞으로 문제를 바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지, 법무부 차관과 간부들이 기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고, 옆의 직원을 챙겨서 함께 서서 브리핑을 했으면 다 좋았을 텐데 아쉽다.

뭐, 어떻게 본다면 이게 한국이 가진 작금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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