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아 벌린 청소부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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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의식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초등학교 시절이다. 초등학교에서 숙제로 받은 일기를 쓰기 위해서 글을 쓰면서 마찬가지로 숙제로 받은 독서감상문을 쓴 게 진짜 내가 생각하면서 쓰기 시작한 글쓰기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날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싶었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정치와 관련된 사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내 의견을 글로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쓰기는 초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각 대회 공모전에 도전해 상을 받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이 되어 블로그를 운영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생 글을 쓰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비록 내가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고 해도.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나 솔직히 읽는 게 어려운 책에 대해서도 짧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 <청소부 매뉴얼>이라는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며 글로 정리하기 위해서다.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 <청소부 메뉴얼>은 다양한 곳에 실은 단편이 한 곳에 묶인 단편집이지만, 그 주제가 하나로 모아지면서 똑바로 정리되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평소 읽었던 하나의 주제로 모아져 있는 단편과 달라서 책이 너무 낯설었다.

 이윽고 나는 책의주제를 파악하거나 작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내가 선택한 것은 한 편의 단편에 그려져 있는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책을 어느 정도 읽은 이후에 나는 역자 후기를 읽어보면서 <청소부 매뉴얼>이 어떤 의도로 엮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역자 후기도 그렇게 많은 내용이 없었다. 역자 후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청소부 메뉴얼>이라는 책이 어떻게 엮인 단편집이며, 저자 루시아 벌린이 어떤 인물이며, 그녀의 글이 어떻게 단편집으로 새롭게 출간되어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청소부 메뉴얼>에 실린 역자 후기를 먼저 읽은 이후 단편을 다시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루시아 벌린’이라는 작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루시아 벌린’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하고, 단편집 <청소부 매뉴얼>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단편집이 낯설었다. 평소 일본 소설 단편집은 자주 읽으면서 하나의 단편이 그리는 혹은 여러 단편이 교묘히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건 자주 접했는데, <청소부 메뉴얼>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은 그런 것도 아닌 데다 분위기 자체가 너무 어두웠다.

 루시아 벌린이 글을 적던 시절의 글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이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는 여러 글은 치열했던 그녀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꿈을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삶이 아닌, 그을린 재투성이 같은 느낌의 삶이 건조한 느낌으로 그려져 있다.

 그탓에 평소 감성적인 소설을 위주로 읽은 사람들은 루시아 벌린의 단편집 <청소부 매뉴얼>이 잘 맞지 않을 것이다. 만약 무언가 억지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사유가 없다면, 괜스레 억지로 읽으려고 하지 말자. 책을 읽다가 그 시절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어렵다면 그냥 덮어라.

 그리고 나서 “이 책은 나와 맞지 않았다. 저자가 보낸 시간은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상상은 할 수 있었지만, 힘이 빠질 분만 아니라 나는 잘 공감할 수 없었다.”라면서 자신의 솔직한 감상을 글로 적어보자.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마무리할 수 있다.

 어떻게 본다면 루시아 벌린의 <청소부 매뉴얼>에 실린 여러 단편 또한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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