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14회, 차세리 외침에 울컥한 이유
- 문화/문화와 방송
- 2019. 1. 7. 07:30
자식은 결코 부모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요즘 드라마 <SKY 캐슬>을 볼 때마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입시지옥’의 출발점이 부모의 욕심 때문이라는 걸 섬뜩하게 깨닫고 있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를 통해 지금 청소년들이 어느 정도 지옥에서 살고 있을지 상상하기도 했지만, 내가 살았던 똑같은 지옥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지옥. 사실 ‘헬조선’이라는 말의 출발지는 나는 바로 우리 한국의 입시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입시는 과거 ‘개천에서 용이 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지며 대학에 가는 고속도로에 해당했다. 하지만 이제 입시 경쟁은 부모가 가진 돈의 힘에 의해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드라마 <SKY 캐슬>을 보지 않더라도 종종 우리는 뉴스를 통해 비슷한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부의 대물림은 단순히 부를 대물려주는 게 아니라 ‘학력’도 똑같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피라미드 계급의 벽을 허물기 쉽지 않게 되어 점점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욕심 많은 부모는 아이를 “공부 안 할 거면 차라리 나가서 죽어버려!!!” 말할 정도로 공부 하나에 모든 걸 쏟아붓게 하고 있다. 당연히 그 욕심은 자아실현 같은 도덕이 아닌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욕심이다.
그 욕심은 부모가 아이에게 해줘야 할 일은 ‘오로지 공부를 하기 위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는지에 일말의 관심조차 없다. 오로지 결과만 좋으면 되기 때문에 과정이 어떻고, 아이 본인의 생각은 부모가 일체 무시한다.
그렇게 터지는 사건이 바로 드라마 <SKY 캐슬 14회>에서 볼 수 있었던 차세리와 차민혁 같은 사건이다. 다른 것도 아닌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한 차세리는 장차 1년 동안 하버드 대학생 행세를 하다 거짓말이 들통나고 말았는데, 그녀의 거짓말을 대하는 차민혁의 태도는 일관되어 있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런 개망신을 줘!?”
차민혁은 오로지 자신의 체면만 생각했고, 왜 자신의 딸 차세리가 그런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차세리가 그런 차민혁을 향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쏟아낸 말들은 하나하나 차민혁의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아마 이 장면을 보며 눈이 흔들린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나는 드라마에서 차세리가 울분을 토하며 내뱉은 “나도 힘들었어! 아빠 뜻대로, 아빠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기 위해서 용을 쓰며 살아왔다고! 그래도 참았어. 난 괴로워도 아빠는 좋을 테니까. 그냥 차세리로 아빠가 만족하지 못했잖아! 누구는 거짓말하고 싶어서 해? 뻥 치고 싶어서 치냐고?”라는 외마디 비명.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이 말은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내가 부모님께 쏟아내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매번 전교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근처에 사는 사촌과 비교를 하며 성적을 구박하고, ‘도대체 공부를 하는 거냐 마는 거냐?’라며 악착같이 나무란 그때 말이다.
매번 전과목을 다 합쳐 3개 미만으로 틀린다는 사촌과 비교를 하며 나무라는 어머니께 나는 거짓말로 성적을 고하기도 했고, 학원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는 게 싫어 거짓말로 성적을 포장하기도 했다. 내가 공부를 해도 재미있어서 하는 과목은 100점을 맞아도 다른 건 도저히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택한 건 거짓말이었다. 어차피 당시 내 성적은 나밖에 알지 못했고, 매번 그렇게 소리를 치면서도 하나하나 다 챙기지 않았으니까. 특히 지금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의 경우에는 자신은 엉망진창인 인생을 사면서 분풀이를 하듯 어머니와 나, 동생에게 폭력과 폭언을 심심하면 휘둘렸다.
“나가 뒈져!” “뛰어내려 죽어!” 같은 폭언을 천 번도 넘게 들은 것 같다. 오로지 제 욕심을 위해서, 혹은 자신의 분풀이를 위해서 가족을 그렇게 대하는 아버지의 행동은 지금 생각해도 최악이었다. 아버지의 그 행동이 있고 난 이후 어머니는 나와 동생에게 분풀이했고, 나는 또 동생에게 분풀이했다.
그렇게 한 가족은 모두가 서로를 증오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지경이 이른 적도 적지 않다. 지금도 주변을 보면 그렇게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우리 집은 철저히 갈라서는 걸 통해서 증오의 선을 한 번 일단락 짓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남아 지금도 트라우마가 되어 종종 괴롭힌다.
차세리가 외친 “난 아빠 계획대로 살기 싫어. 피라미드 꼭대기? 아빠도 못 올라간 주제에 왜 우리더러 올라가라고 해? 자식을 자랑거리 삼으려는 게 무슨 부모야?”라는 말. 핵심을 찌른 말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손을 댄 차민혁과 또 손을 대려는 차민혁을 향해 비명을 지르며 막아선 노승혜의 모습.
나는 무슨 과거 우리 집을 보는 줄 알았다. 차민혁은 그래도 겉은 제대로 된 사람이었지만, 나의 아버지는 겉도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자식만큼, 혹은 그 자식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한 인물이었다. 거기에 반감을 품지 않고 그냥 따르는 걸 사춘기 소년이 해낼 수 있을까?
그저 폭력에 굴복했을 뿐,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걸 포기했을 뿐이었다. 만약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나 또한 차세리처럼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또 한 번 시퍼런 칼날이 선 듯한 상황을 마주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을 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두렵다.
앞으로 드라마 <SKY 캐슬>은 차세리와 노승혜는 차민혁과 어떻게 갈등을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이 집안보다 더 심각한 붕괴 위기에 처한 한서진과 강준상, 강예서, 김혜나가 얽힌 집안의 이야기도 좀처럼 쉽게 풀 수 없는 매듭이 엉켜있다. 부모의 욕심에서 시작한 모든 비극. 부모는 잘 풀 수 있을까?
드라마는 드라마에 불과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흔히 말한다. 법원에서 공익 근무를 하면서 접한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이혼 사유는 드라마 <SKY캐슬>의 사연은 ‘뭐, 흔한 일이지’라며 취급할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실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드라마에 더욱 흥미가 샘솟는다.
차세리를 통해 울컥했던 드라마 <SKY 캐슬 14회>. 다음 15회 이야기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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