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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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영화로 만나다


 어제 금요일 영화관을 찾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소설도 무척 큰 인기가 있었던 터라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웠다. 당연히 이건 봐야만 했다!


 생각대로 일본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상영관이 많이 없었다. 다행히 김해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한 덕분에 <아인>처럼 관람을 포기하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역시 소설과 달리 조금 각색된 부분이 많았다. 아무리 130분 상영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130분 동안 무척 훌륭하게 소설 속 에피소드를 잘 압축해서 담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장면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만약 내가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영화에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원작의 아쉬움을 달랠 정도로 영화는 충분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어떤지 이야기하기 전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간단히 이야기해보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가게와 신마치 상점가를 무대로 하고 있다. 어느 여성 사업가의 집을 턴 양육원 출신 세 명의 청년이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간판이 달린 허름한 곳에 임시로 숨어들었다가 그곳에서 ‘과거로부터 도착한 상담 편지’를 읽은 이후 답장을 쓰는 이야기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과거로부터 도착한 상담편지’다. ‘나미야 잡화점’의 이름은 일본어로 ‘고민’을 뜻하는 ‘悩み(나야미)’와 비슷해 고민을 들어주는 곳이 되었는데,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고민 편지에도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 할아버지는 정성껏 답을 해주었다. 마치 지식인 태양신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주인공 세 사람이 잡화점 건물에 들어갔을 때는 시간이 무려 33년이 흘러 있었고, 잡화점은 텅 빈 폐가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곳에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정문 우편함의 작은 구멍을 통해 ‘생선가게 뮤지션’에게서 고민 편지가 도착한다.


 처음에 그들은 누가 무슨 장난을 친 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잡화점밖에는 어떤 사람도 없는 데다가 편지에 적힌 ‘어제 존 레논이 죽었습니다.’라는 말은 시대적으로 생각해도 맞지 않았다. 편지에 호기심을 가진 주인공 세 사람은 이 편지에 답장을 써서 보내고, 또 생선가게 뮤지션의 후속 편지가 온다.


 청년 세 사람이 생선가게 뮤지션과 편지를 주고받다 한 날, 생선가게 뮤지션이 “제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쓴 편지를 우편함의 작은 창에 반쯤 밀어 넣은 이후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다. 생선가게 뮤지션의 음악을 들은 세 사람은 그 노래를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을 답장을 적어서 보낸다.


당신이 음악 외길을 걸어간 것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본문 142)


 편지 내용을 어렴풋한 기억에 의존하기보다 정확히 옮기고 싶어서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참고했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편지의 주인공과 세 청년이 보내는 시간을 교차해서 보여주었지만,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곧바로 청년이 보낸 시간을 이어서 보여준다.


 덕분에 편지를 쓴 주인공의 이야기에 금방 감정을 몰입할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이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설정을 조금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취한 이 묘사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소설 속 에피소드를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생선가게 뮤지션과 그와 관련된 한 인물의 에피소드,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의 에피소드가 다루어졌다. 비록 소설 속 일부 에피소드가 빠졌다고 해도 부족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다. 단순히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다. 소설과 영화 둘 중 어느 표현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각자의 매력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작품은 소설로 읽었을 때도 좋았지만, 영화로도 영화만의 방식으로 멋진 작품이 되었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을 때도 군데군데 눈물이 흘렀는데,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한 그랬다. 오히려 영화가 핀포인트에서 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휘몰아치게 했다. 소설 속에서 다른 에피소드와 비교하면 짧게 언급되었지만, 영화에서 좀 더 길게 다루어진 한 에피소드가 그랬다.


 영화로 보았을 때도, 소설로 읽었을 때도 나는 마지막 백지 편지에 대한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장이 뚜렷이 기억에 남는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기에서는 그 이야기를 마지막에 언급하며 글을 마쳤기 때문에 또 그 글을 쓰기가 어렵다. 대신 소설 속에서 백지 편지를 받은 나미야 할아버지의 이 말을 남기고 싶다.


“이건 어떻게 보건 못된 장난질이에요. 진지하게 대해주는 게 바보짓이죠.”

하지만 늙은 아버지는 전혀 짜증스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딱하는 듯이 다카유키를 바라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너는 아직도 뭘 몰라.”

내가 뭘 모르느냐고 짐짓 불끈해서 따지고 들자 아버지는 서늘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 쏟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본문 158)


 이 장면은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감동적으로 나미야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그렸고, 주인공 세 청년의 마지막 모습도 밝은 웃음을 지으며 극장을 나올 수 있도록 그려놓았으니까.


 오늘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고민이 있다면, 영화 혹은 소설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분명, 당신에게 큰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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